[비건뉴스=김민영 기자] 지속가능성을 내세우는 기업 홍보가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지난 몇 년간 확산된 ‘친환경’ ‘탄소중립’ 등 포괄적 문구에 대한 신뢰도가 낮아지면서, 규제와 기술을 기반으로 한 검증 중심의 커뮤니케이션이 요구되고 있다.
유럽연합(EU)은 환경 주장의 모호성을 줄이기 위해 관련 법제를 정비하고 있으며, 기업들은 데이터와 인증 기반의 홍보 전략으로 전환하는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소비자 인식, 규제 강화, 기술 확산이 결합하며 2026년 이후의 기준을 새롭게 설정하는 분위기로 이어지고 있다.
유럽연합 집행위원회 조사에서는 환경 관련 주장 가운데 53퍼센트가 모호하거나 근거가 부족한 것으로 확인됐으며, 제시된 정보의 40퍼센트는 증빙자료가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에 따라 소비자 신뢰는 점차 약화되고 있으며, 기업의 실제 지속가능성 노력과 홍보 사이의 불일치가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관계자들은 이러한 신뢰 격차가 커질수록 기업 이미지와 시장 경쟁력에도 부담이 될 수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국제 농식품 분야에서도 투명성과 책임성을 확보하기 위한 변화가 이어지고 있다. 특히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는 팜오일, 커피, 목재, 고무 등 주요 품목을 중심으로 공급망 단계별 이력 관리를 요구하는 흐름이 강화되고 있다. 현지 사업자들은 기존의 환경 관련 문구가 충분한 근거를 갖추지 못할 경우 시장 접근성이 제한될 수 있다는 점을 인식하며 대응을 확대하는 추세다.
EU는 이러한 흐름을 반영해 그린클레임 지침을 도입했다. 이 지침은 환경 및 순환경제 관련 주장을 보다 신뢰할 수 있게 하기 위한 제도로, 부당한 상업 관행을 규제하는 기존 법령을 보완해 소비자에게 명확한 정보 제공을 유도한다. 연구진은 이 지침이 투명성과 검증 책임을 높이고, 지속가능성을 실천하는 기업 간 공정경쟁을 촉진하는 역할을 할 것으로 보고 있다.
유럽 시민 대상 조사에서는 응답자의 94퍼센트가 환경 보호를 개인적으로 중요한 가치로 인식하고 있으며, 68퍼센트는 자신의 소비 방식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체감한다고 밝혔다. 이러한 인식 변화는 단순한 규제 준수를 넘어서, 지속가능성 정보를 신뢰할 수 있는 방식으로 제공해야 한다는 사회적 기대를 반영하고 있다.
농업·식품 분야 기업의 홍보 방식도 이에 따라 조정되고 있다. 공급망이 여러 국가와 품목에 걸쳐 있는 경우, 홍보 부서는 운영·조달·기술 부서와 긴밀히 협력해 데이터 기반 메시지를 설계해야 한다는 점이 강조되고 있다. 예를 들어 “전량 이력 추적” “탄소 배출 저감” 등의 문구는 실제 운영 데이터, 인증 결과, 감사를 통해 검증 가능한 수준으로 제시돼야 한다.
PR 전문가들은 최근 변화가 단순한 홍보 전략의 조정이 아니라 위험 관리 체계의 강화라고 분석한다. 검증되지 않은 환경 주장은 평판 위험뿐 아니라 규제 위반 가능성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홍보 과정에서는 문구 선정 단계부터 검증 가능성, 리스크 요인, 규제 적합성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하는 절차가 요구되고 있다.
기술의 역할도 한층 중요해졌다. 블록체인 기반 이력 관리, 디지털 제품 여권, 위성 모니터링 등 다양한 도구가 공급망 투명성을 높이는 수단으로 활용되며, 홍보 문구의 근거 자료로 기능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기술 기반 검증 체계가 확산될수록 지속가능성 정보의 신뢰도 또한 개선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 같은 변화는 지속가능성 정보를 둘러싼 요구 수준이 장기적으로 높아지고 있음을 시사한다. 소비자, 투자자, 규제기관 모두가 환경 관련 주장에 대한 검증을 요구하는 가운데, 기업들은 ‘친환경’이라는 표현보다 실증 기반의 ‘신뢰성’을 중심으로 경쟁하게 될 것으로 분석된다. 연구진은 2026년을 기점으로 지속가능성 커뮤니케이션이 ‘약속’에서 ‘근거 제시’ 중심으로 전환되는 흐름이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