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건뉴스=김민영 기자] 어린 시기에 일상 플라스틱에 포함된 화학물질에 노출될 경우 장기적 건강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연구 분석이 발표됐다.
이번 분석은 지난 11월 국제 의학 저널 랜싯 아동·청소년 건강에 실렸으며, 플라스틱 화학물질이 비만과 불임, 천식 등 만성질환 위험을 높일 수 있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연구진은 조기 노출이 성인기까지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강조하며 국제적 차원의 규제 강화를 주문했다.
연구는 미국 뉴욕대 랭곤헬스 연구진 등 전문가들이 수백 건의 최근 연구를 검토해 종합한 것으로 알려졌다. 연구진은 산업·가정용 플라스틱에 흔히 사용되는 프탈레이트, 비스페놀류, 퍼플루오로알킬화합물(PFAS) 등 세 종류의 화학물질을 주요 위험 요인으로 제시했다.
이들 물질은 플라스틱의 유연성·강도·내열성을 높이는 데 쓰이지만, 임신부와 영유아 등이 노출될 경우 심혈관질환, 비만, 불임, 천식 등 다양한 만성질환 발생률이 증가하는 경향이 확인됐다고 연구진은 설명했다. 관련 연구들은 수천 명의 임신부와 아동을 장기간 추적한 결과를 포함하며, 일부에서는 인지기능 저하와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ADHD) 등 발달 관련 문제와의 연관성도 보고됐다.
연구를 이끈 미국 뉴욕대 그로스만 의대 소아과 전문의 레오나르도 트라상데 연구진은 “플라스틱이 아동기 건강 문제의 초기 원인으로 작동할 수 있다는 점이 규명되고 있다”고 밝히며 기존 소비 구조에 대한 사회적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제시했다. 연구진은 특히 반복 사용, 가열, 외부 충격 등에 의해 플라스틱에서 미세·나노 단위의 입자가 분리돼 체내로 들어갈 수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플라스틱 화학물질은 체내에서 호르몬 작용을 교란하거나 과도한 면역 반응을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연구에서는 조기 노출이 신경 발달 과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조사 결과도 인용했다. 다만 연구진은 개별 인과관계가 모든 경우에 확정된 것은 아니라며, 다수의 연구에서 일관된 경향성이 나타나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연구는 가정에서 실천 가능한 저감 방안도 소개했다. 연구진은 플라스틱 용기를 유리·스테인리스 용기로 대체하거나 플라스틱 용기의 전자레인지 사용을 피하는 것만으로도 노출을 줄일 수 있다고 전했다. 이어 “일상 선택의 변화는 비용 부담 없이도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또한 연구진은 의료기관·지역사회가 정보 제공 역할을 수행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연구진은 교육기관과의 협력 확대를 통해 영유아·청소년이 플라스틱 노출 위험을 이해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고 밝혔다.
정책적 대응과 관련해 연구진은 저소득지역 등 취약계층이 더 높은 노출 위험을 안고 있다며, 불필요한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기 위한 규제가 시급하다고 제안했다. 이번 리뷰는 최근 제네바에서 열린 유엔 글로벌 플라스틱 협약 협상 직후 나온 것으로, 100여 개국이 생산량 제한을 포함한 법적 규제에 지지 의사를 밝힌 상황이다.
트라상데 연구진은 노출로 인해 발생하는 의료비·사회적 비용이 미국 기준 연간 약 2500억달러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한 선행 연구를 언급하며, “경제적 부담을 고려하더라도 규제 도입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다만 의료 현장에서 플라스틱이 수술 장비, 인큐베이터·호흡 보조기 등 필수적 도구로 활용된다는 점을 인정하며, 일상 제품에서의 ‘불필요한 사용’ 축소가 우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연구는 미국 국립보건원 등 다수 기관의 지원을 받았으며, 아르헨티나·세르비아 연구진이 공동으로 참여했다. 연구진은 향후 국제 협약 논의가 인체 건강 문제를 충분히 반영할 필요가 있다고 제시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