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건뉴스=최유리 기자] 라이브 음악 산업의 기후 영향에서 관객 이동과 공연장 내 음식·음료 제공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 산하 기후 연구 조직 ‘클라이밋 머신’이 최근 발표한 분석으로, 대규모 공연 산업의 탄소 배출 구조를 종합적으로 산정한 사례다. 이번 연구는 영국 밴드 콜드플레이의 후원을 받아 진행됐다.
연구진은 영국과 미국에서 열린 8만여 건의 라이브 공연을 대상으로 온실가스 배출량을 분석했다. 분석 범위에는 관객 이동, 아티스트와 스태프 이동, 화물 및 장비 운송, 에너지 사용, 음식·음료 소비, 물 사용, 폐기물 처리, 숙박 등이 포함됐다. 연구에는 워너뮤직그룹, 라이브 네이션, 지속가능성 컨설팅 기업 호프 솔루션스도 참여했다.
분석 결과, 영국 라이브 음악 산업은 연간 최대 440만 톤의 이산화탄소환산량(CO2e)을 배출하는 것으로 추산됐다. 이는 영국 전체 연간 배출량의 약 1%에 해당한다. 미국에서는 연간 최대 1730만 톤으로, 전체 배출량의 약 0.2% 수준으로 분석됐다.
연구진은 배출 비중 자체는 국가 전체로 보면 낮을 수 있으나, 라이브 음악 산업이 갖는 문화적 영향력은 매우 크다고 평가했다. 공연 산업의 지속가능성 관련 선택이 관객의 행동 변화를 유도하고, 사회 전반의 기후 대응 인식 확산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부문별로 보면, 영국에서는 관객 이동이 전체 배출량의 77%를 차지해 가장 큰 비중을 보였다. 이어 항공 화물 운송이 8%, 음식·음료 소비가 7.6%로 뒤를 이었다. 미국 역시 관객 이동이 62%로 가장 컸으며, 음식·음료 부문은 17%로 영국보다 높은 비중을 기록했다.
특히 관객 이동을 제외하고 남은 배출량만 놓고 보면, 음식·음료는 영국 라이브 음악 산업 배출의 약 3분의 1을 차지했고, 미국에서는 약 45%에 달했다. 이 범주에는 공연장에서 제공되는 음식과 음료의 생산, 가공, 포장 과정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가 모두 포함된다.
MIT 연구진은 육류 중심 식단과 고도 가공식품, 포장재 사용이 음식 부문 배출의 주요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연구에 따르면 육류 기반 메뉴는 식물성 메뉴보다 온실가스를 13배 이상 더 배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존 연구들을 종합할 때, 비건 메뉴를 중심으로 한 저탄소 식단으로 전환할 경우 배출량을 40~70% 줄일 수 있으며, 조건에 따라 최대 90%까지 감축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보고서는 공연 산업에서 식단 전환이 가장 효과적인 감축 수단 중 하나라고 강조했다. 동시에 음악이 갖는 영향력이 관객의 일상 소비 선택에도 장기적인 변화를 줄 수 있다고 봤다. 공연장에서의 식물성 식단 경험이 이후 개인의 식생활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다.
연구진은 이 같은 변화를 촉진하기 위해 총 33개의 권고안을 제시했다. 투어 기획 단계에서 배출 감축 목표를 반영하는 방안, 재생에너지 기반 마이크로그리드 도입, 항공 대신 해상 운송 활용, 대중교통과 연계한 저배출 이동 수단 확대, 퇴비화 시설 확충, 공연장 중심 공급망 구축 등이 포함됐다.
다만 보고서는 식물성 식단 확대가 쉽지 않은 현실적 제약도 함께 지적했다. 관객 선호도, 공연장과 체결된 장기 공급 계약, 고품질 식물성 대체식품의 접근성, 지역 농가와 공연장 간 협력 부족 등이 주요 장애 요인으로 꼽혔다. 기존 관행을 유지하려는 산업 전반의 구조 역시 변화의 속도를 늦추는 요인으로 분석됐다.
앞서 환경단체 ‘어 그리너 퓨처’의 조사에서도 관객 이동과 음식·음료가 공연 배출의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난 바 있다. 해당 단체는 지난해 16개국 40개 음악 페스티벌을 분석한 결과, 완전 채식 또는 채식 위주의 행사가 전체의 20%로 전년 대비 증가했다고 밝혔다.
일부 아티스트는 선도적 사례를 만들어가고 있다. 비건으로 알려진 빌리 아일리시는 2022년 런던 O2 아레나 공연과 이후 투어에서 전면적인 식물성 음식 제공을 요구했다. 다만 MIT 보고서는 이러한 개별 아티스트 중심의 조치는 단기적 효과에 그칠 수 있다며, 공연장과 공급망 전반의 구조적 전환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라이브 네이션 지속가능성 총괄 루시 어거스트-페르나는 “이번 연구는 라이브 음악 산업이 처음으로 집단적 환경 영향을 명확히 인식하게 한 계기”라며 “데이터를 바탕으로 아티스트, 공연장, 팬과 협력해 보다 체계적인 대응을 이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