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건뉴스=최유리 기자] 새해를 맞아 떡국 한 그릇을 먹는 풍습은 한 해의 시작을 알리는 대표적인 세시 문화다. 흰 가래떡으로 끓인 떡국은 순수함과 새 출발을 상징하며, 가족이 함께 모여 덕담을 나누는 자리에서 빠지지 않는다. 최근에는 이러한 전통 음식도 식생활 변화에 맞춰 비건 방식으로 재해석하려는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다.
비건 떡국의 핵심은 육류나 해산물 없이도 깊은 국물 맛을 구현하는 데 있다. 기본적인 방식은 다시마와 표고버섯, 무 등을 활용한 채소 육수다. 냄비에 물을 붓고 다시마와 표고버섯을 넣어 중약불에서 천천히 우린 뒤, 다시마를 건져내고 무를 더해 끓이면 담백하면서도 감칠맛 있는 국물이 완성된다.
여기에 떡국용 가래떡을 넣고 떡이 말랑해질 때까지 끓인다. 간은 간장이나 된장으로 맞추되 소량씩 조절하는 것이 좋다. 마지막으로 대파를 넣고 불을 끈 뒤 참기름을 한두 방울 떨어뜨리면 고소한 향이 살아난다. 고명으로는 구운 김이나 볶은 표고버섯 채를 올려 식감과 영양을 더할 수 있다.
최근에는 캐슈넛을 활용해 국물의 깊이와 농도를 보완하는 방식도 주목받고 있다. 생 캐슈넛을 2시간 이상 불린 뒤 물과 함께 곱게 갈아내면 식물성 크림과 유사한 베이스가 만들어진다. 이 캐슈넛 베이스에 다시마나 표고버섯으로 우린 채소 육수를 섞어 끓이면, 고기 육수에 익숙한 이들도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부드럽고 고소한 국물이 완성된다. 무나 양파를 함께 넣으면 자연스러운 단맛이 더해져 떡국 특유의 담백한 이미지와도 잘 어울린다.
캐슈넛 국물은 풍미뿐 아니라 영양 측면에서도 장점이 있다. 식물성 단백질과 불포화지방산을 포함하고 있어 포만감을 높여주며, 별도의 기름 사용을 줄일 수 있다는 점에서 비건 명절 음식으로 활용도가 높다. 간은 간장이나 된장으로 조절하고, 마지막에 대파와 참기름을 더하면 전통 떡국에 가까운 맛을 낼 수 있다.
비건 떡국은 전통의 의미를 유지하면서도 환경과 동물복지를 고려한 선택지로 자리 잡고 있다. 식물성 재료만으로도 충분한 감칠맛을 구현할 수 있어 채식 여부와 관계없이 누구나 즐길 수 있다는 점도 특징이다. 새해 첫 음식에 담긴 ‘맑은 시작’이라는 상징성은 그대로 두고, 재료 선택에서 새로운 가치를 더한 것이다.
올해 설날에는 익숙한 떡국 한 그릇을 비건 방식으로 준비해보는 것도 의미 있는 시도가 될 수 있다. 전통과 변화가 공존하는 식탁 위에서 건강과 지속가능성을 함께 기원하는 새해를 맞이해보는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