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혁명 이후 지구의 온도가 0.85도나 올랐다. 겨우 100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을 뿐이다. 이는 전 세계가 지구온난화에 대처해야 하는 이유다. 아주 작은 기온 변화도 재앙을 불러올 수 있다는 사실은 이미 많은 과학자가 밝혀냈다. 인간이 자초한 재앙, 이 시각 지구는 어떻게 변하고 있을까. [편집자주]

올 봄 코로나19 감염 걱정은 크지만 미세먼지 걱정은 한결 덜었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경제활동이 위축돼 공기질이 개선됐다는 발표도 나왔다. 인간의 활동을 멈추자 환경이 개선된다는 긍정적인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공기는 맑아졌지만, 기후변화의 주범 온실가스 농도도 줄어들었을까? 최근 세계기상기수(WMO)의 발표에 따르면, 마냥 마음 놓고 있을 상황은 아니다.
지난 3월 WMO는 “코로나19로 야기된 경제위기의 결과로 온실가스 배출량이 줄었다. 하지만 기후행동을 대신하지는 않는다”고 밝혔다.
지난 3월 11일 국제연합(UN)과 WMO의 기자회견에서 WMO 사무총장 페터리 탈라스는 “WMO 공식 지정 지구대기 표준감시소인 마우나로아 감시소에서 측정한 이산화탄소 농도가 2020년 1월과 2월 사이에 관측 이래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말했다.
올 한해 온실가스 농도가 하락할 것으로 기대하기는 이르다. 탈라스 사무총장의 언급처럼 주요 관측지점에서 측정한 이산화탄소 농도는 지난해보다 더 높게 나타나고 있다.
탈라스 사무총장은 “지역에 따라 환경오염도가 줄었고 대기질이 개선됐다. 코로나19 때문에 전 세계에서 벌어지는 보건위기나 인명손실을 경시한다면 무책임한 일이다”라고 지적했다.
영국의 기후변화 사이트 카본브리프에서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중국에서 코로나19로 대대적인 봉쇄 조치가 이어졌고 경제 활동이 축소된 4주 동안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25%가량 감소했다.
다만 이산화탄소 배출량과 대기 중 농도는 다르다. 배출량은 대기로 유입되는 양을 말한다. 농도는 대기권과 생물권, 암권, 빙권, 해양 간에 복잡하게 이뤄진 상호작용 이후에 대기에 남아있는 이산화탄소 잔량을 의미한다. 문제는 배출된 이산화탄소는 대기와 해양에 수백 년간 남아있다는 점이다. 코로나19로 단기간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줄어들었다 하더라도 이미 수십 년간 어마어마한 양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해왔기에 농도는 더 높아질 수 있다.
실제로 세계 곳곳의 온실가스 관측소에서 발표한 수치를 보면, 2020년 이산화탄소 농도는 2019년보다 증가했다. 미국 해양대기청(NOAA)에 따르면 하와이 마우나로아 관측소의 이산화탄소 평균 농도는 2019년 2월 411.75ppm에서 2020년 2월 414.11ppm으로 증가했다. 호주 연방과학산업연구기구(CSIRO)는 호주 태즈매니아의 케이프그림 관측소에서 조사한 결과 이산화탄소 평균 농도가 2019년 2월 405.66ppm에서 2020년 2월 408.3ppm으로 증가했다고 밝혔다.
이미 대기 중 온실가스, 이산화탄소 농도나 메탄, 아산화질소 모두 매해 새로운 고점을 찍고 있다. 과거 양상을 살펴봤을 때 경제위기 때 온실가스 배출량이 감소하지만 직후 급격히 상승하는 경향이 있어 더욱 우려스럽다.
2008~2009년 세계금융위기 이후 개발도상국에서 온실가스 배출량이 급격히 상승했으며 선진국 또한 금융위기 이전 수준으로 배출량이 회복했다. 화석연료 사용량도 세계적으로 늘어났다.
코로나19로 기후변화에 경각심을 가지지 못하고 기상관측에 문제가 생긴 것도 한 이유다. 항공기 운항 중 제공하는 항행주변 온도나 풍속, 풍향 값은 일기예보는 물론 기후감시에도 중요한 정보가 된다. 항공기 운항이 현격히 줄어들면서 기상관측자료도 현저히 줄어들었다. 관측자료량 감소가 계속해서 이어지면 예보의 신뢰도는 떨어진다.
코로나19로 기후변화를 논의할 중요한 회의는 연기되고 있다. WMO는 기술 정책 회의나 집행이사회를 포함해 자체 회의를 모두 하반기로 연기했다. 기후변화에관한정부간협의체(IPCC)도 자체 일정을 재조정했으며 11월 예정이었던 UN 기후변화당사국 총회(COP26)는 내년으로 연기됐다. 해양생물다양성 보호를 위한 국제회의도 연기됐다.
코로나19로 기후변화 논의는 그야말로 뒷전이 되고 있다. 감염병 대처에 급급한 국가들은 환경 문제까지는 신경 쓰지 못하고 있다. 현재 코로나19로 인한 공중보건 위기가 세계의 우선순위에 오르면서 각종 기후정책은 진전되지 못하고 있다.
한편 유엔사무총장은 2050년까지 70개국 정부가 탄소중립을 이루겠다고 약속했지만, 약속한 감축량은 지구 전체 배출량의 4분의 1에 미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WMO는 이번 팬데믹을 계기로 장기적으로 기업의 경제활동과 개인의 라이프스타일을 기후친화적이고 환경친화적으로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