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들소(Bison bonasus)가 지속적인 보존 노력 덕분에 멸종위기 ‘취약종’에서 ‘위기근접종’으로 멸종위험 수준이 완화됐다.
유럽들소는 1988년경 세계자연보전연맹(IUCN) 레드리스트에 이름을 올린 이후로 줄곧 멸종위기 종으로 분류돼 왔다. 지난 11월까지만 해도 VU(취약, Vulnerable) 등급으로 분류됐으며 19세기 말~20세기 초반에는 EN(멸종위기종, Endangered) 등급으로 분류되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 야생에서 절멸해 동물원에서만 기르던 들소를 1950년대에 자연으로 복원해 성공한 것이다. 지난 12월 10일, IUCN 레드리스트가 업데이트되면서 유럽들소가 위기근접종(NT, Near Threatened) 등급으로 재평가됐다. 처음으로 유럽들소가 멸종 위기를 벗어난 것이다.
IUCN의 브루노 오벌레 사무총장은 “유럽들소 사례는 야생동물 보존 노력이 중요하다는 점을 시사한다”라고 밝혔다. 이어 “멸종위기인 동물은 여전히 늘고 있다. 지속 불가능한 어업이나 농경용 토지 확대, 침습적 어종 등 세계적인 위협에 대처하기 위해서는 전 세계적으로 보존 노력이 이뤄져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현재 유럽들소는 폴란드, 벨로루시, 러시아에서 가장 많이 발견되며 유럽의 10개국에 47개 무리가 서식하고 있다. 그간의 보존 노력 덕분에 유럽들소 개체수는 큰 폭으로 증가했다. 2003년 1800마리에서 2019년 6200마리로 늘어났다.
하지만 여전히 위험 요소는 남아있다. 멸종 위기를 벗어났지만 유전적 다양성을 유지하기 어려운 문제가 있다. 개체군 47개 무리 중 8개 무리만 유전적 다양성을 유지할 수 있을 정도로 크다. 나머지 39개 무리는 크기가 작아 유전적 다양성을 유지하기 어려움이 있다.
서식지 문제도 있다. 독일 서부나 불가리아 남부처럼 유럽들소가 서로 고립돼 있거나 서식지가 파편화된 경우가 많은 것. 개체군 간의 교류가 있어야 유전적 다양성이 유지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아직 마음을 놓을 상황이 아니다.
유럽들소가 숲 서식지에 재도입되면서 지역주민과 충돌하는 상황도 발생한다. 이미 독일의 로타르 산맥에서는 환경운동가와 지역농부들 간의 분쟁이 발생한 바 있다. 농부들은 들소가 숲을 파괴한다고 주장하며 재도입을 반대했다.
IUCN 들소 전문가 라파엘 코발치크 박사는 “겨울철 숲에서 먹이를 구하기 힘들어지면 유럽들소가 숲을 벗어나게 된다. 지역주민들과 충돌을 일으키는 문제를 고려하면 들소를 위한 보호구역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밝혔다.
유럽들소의 개체군 고립이나 서식지 파편화 등의 문제는 장기적인 보존을 위해서는 해결해야 할 문제다.

◆ IUCN 레드리스트 3만 5,765종
IUCN의 새로운 레드리스트에 따르면 아마존 돌고래 등이 새롭게 멸종위기에 포함되면서 레드리스트는 모두 3만 5765종이 됐다. IUCN에서 평가하는 생물 13만 종 가운데 3분의 1이 멸종위협에 처한 것이다.
중앙아메리카의 개구리 3종은 치명적인 곰팡이병으로 필리핀의 민물고기 17종은 포식과 남획으로 멸종됐다. 멸종 판정을 받은 생물은 총 31종이다. 아마존 강에 서식하는 투쿠시 돌고래는 이번에 멸종위기종으로 분류됐다. 어망에 의한 포획과 댐 건설, 수질오염 등으로 개체수가 크게 줄어든 것으로 보인다. 전 세계 민물돌고래 종은 모두 멸종위기종에 포함됐다.
IUCN의 제인 스마트 박사는 “2020년 이후 세계 생물다양성 체계를 수립하고 이행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