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비건뉴스=이용학 기자] A씨(67세·남)는 40년 전 오른쪽 대퇴골(허벅지뼈) 수술을 받았던 이력이 있었다. 몇 해 전부터 오른쪽 무릎이 말기 퇴행성관절염으로 인해 극심한 통증과 기능 제한으로 인공관절 수술이 필요했지만 대퇴골이 심하게 변형돼 정상적인 해부학적 구조가 무너져 수술이 불가능했다. 하지만 A씨는 지난 2023년 11월 로봇 수술기로 인공관절 수술을 받았고 현재 정상적인 일상생활을 영위하고 있다.
기존 인공관절 수술은 다리의 정렬을 맞추기 위해 허벅지 뼈에 긴 구멍을 뚫어 절삭 가이드 기구를 삽입해 수술을 하기 때문에 다리의 변형이 심하거나 뼈에 금속정이 삽입된 경우 인공관절 수술 자체가 불가능했다. 하지만 로봇 수술기를 이용하면 이러한 과정 대신 센서를 부착하기 때문에 수술이 가능해진 것.
수술의 정확도와 성공률을 높이기 위해 인공관절 수술 기술이 나날이 발전하고 있는 가운데, 로봇 수술기를 도입하는 병원이 점차 늘고 있다. 로봇 수술은 환자 무릎을 CT로 촬영 후 이를 3D 입체 영상으로 변환한 영상자료를 바탕으로 사전에 환자에게 맞는 인공관절의 크기, 삽입 위치, 절삭범위 등을 면밀하게 계획할 수 있다. 수술 중에는 로봇 팔이 설정된 절삭 범위를 벗어나면 자동으로 멈추기 때문에 정상 조직의 손상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힘찬병원은 국내 인공관절 수술로봇 시장에서 선두를 다투고 있는 한국스트라이커의 마코로봇과 짐머바이오메트코리아의 로사로봇 두 종류의 로봇 시스템을 모두 운용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말 기준으로 마코로봇 수술 11,514건, 로사로봇 수술 1,500건을 시행하며 양사로부터 국내 최다 수술 감사패를 받은 바 있다. 특히 2023년과 2024년에는 마코로봇 무릎 인공관절 수술 세계 최다를 기록했다.
로봇 인공관절 수술에 대한 풍부한 임상 경험을 가진 이수찬 대표원장(정형외과 전문의)과 2일 서면 인터뷰를 통해 로봇 인공관절 수술의 최신 임상 동향 등에 대해 자세히 들어봤다.
◆ 실제 로봇 인공관절 수술의 정확도는 어떤가.
힘찬병원 관절의학연구소가 일반 인공관절 수술 환자와 로봇 인공관절 수술 환자 각각 50명을 비교 분석한 결과, 수술 후 휘어진 다리의 교정 각도가 유의미하게 개선되는 효과를 보였다. 일반 수술은 수술 전 평균 약 9.7도였던 다리 각도가 수술 후 평균 약 2.9도로 개선된 반면, 로봇 수술에서는 수술 전 평균 약 8.6도에서 수술 후 평균 약 1.8도로 개선됐다. 보통 수술 후 다리 각도가 3도 이하면 수술이 잘 됐다고 평가하는데, 로봇 수술은 약 1.1도나 더 바르게 다리축이 교정된 것이다. 인공관절 수술 시 다리 축이 바르게 교정되면 무릎이 체중의 부하를 고르게 받아 인공관절에 가해지는 부담이 줄어 인공관절의 조기 마모를 방지해 더 오래 사용할 수 있다. 또한, 무릎의 운동 범위를 넓혀 관절 기능 회복에도 도움이 된다.
◆ 부분치환술에도 로봇 수술 적용 시 좋은 효과를 보이나.
무릎 부분치환술은 무릎 내측 연골이 부분적으로 손상됐을 때 건강한 조직을 최대한 보존하면서 손상된 부위만 인공관절로 대체하는 수술법이다. 많은 장점에도 불구하고 절개 부위가 작아 수술 시야 확보가 어렵고, 인공관절의 위치, 각도, 인대 균형 등을 매우 정밀하게 맞춰야 해서 난도가 높아 보편적으로 시행되지 못했다. 하지만 로봇 시스템은 이러한 어려움을 극복하는 데 유용한 역할을 한다. 무릎 부분치환술을 받은 환자 대상으로 로봇 수술과 일반 수술 그룹 각각 50명을 비교 분석한 결과, 로봇 수술이 일반 수술에 비해 수술 시간은 단축되고 출혈량도 적었다. 특히, 환자가 선 상태에서 무릎 바깥쪽에서 미는 외반력에 따라 안쪽 관절 간격이 얼마나 벌어지는지(JLCA: Joint Line Convergence Angle)를 측정하는 외반 부하 검사 결과, 로봇 수술이 2.1도로 일반 수술의 3.2도 보다 더 안정적인 결과를 보였다. 또한, 다리 축의 정렬 역시 로봇 수술이 2.7도로 일반 수술 3.6도 보다 0.9도 더 바르게 교정됐다.
◆ 로봇 수술이 고령환자 수술에도 도움이 되나.
인공관절 수술을 받는 환자의 평균 연령이 과거에 비해 높아졌다. 힘찬병원 관절의학연구소가 수술 환자의 평균 나이를 비교해보니, 18년 전 평균 약 65.3세였던 것이 현재는 71.5세로 약 6세 이상 증가했다. 이는 인구 고령화, 높아진 기대수명에 따른 적극적인 치료 경향, 그리고 로봇 수술기 등 인공관절 수술 기술의 발달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고령자의 수술도 늘고 있는데, 로봇 인공관절 수술 도입 전후 80대 이상 고령 환자 수를 비교해보니 도입 후 고령 환자가 5배가량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로봇으로 수술의 정확도가 높아져 합병증과 부작용이 줄어듦으로써 고령 환자들도 안전하게 수술받을 수 있게 된 점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 앞으로 로봇 인공관절 수술 분야에서의 각오를 말한다면.
풍부한 임상 경험을 토대로 로봇 인공관절 수술 분야의 연구 활동을 꾸준히 진행하고 있다. 현재까지 마코로봇 관련 국제 논문 9편을 발표했고, 이 중 6편은 세계적으로 저명한 SCIE급 저널에 게재됐다. 또한, 수술의 정확도를 더욱 높이기 위해 절삭기구를 자체 개발해 국내와 국제 특허를 취득해 실제 수술에 적용하고 있다. 이를 통해 정상 조직의 손상을 최대한 막아 부작용과 합병증 위험을 더욱 줄여나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앞으로도 축적된 경험과 숙련된 기술력을 바탕으로 로봇 인공관절 수술의 성공률을 더욱 높이기 위한 연구와 노력을 지속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