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건뉴스=최명석 기자] 최근 안방극장의 히어로들은 고뇌가 너무 많다. 그러나 JTBC '굿보이'의 박보검이 연기하는 윤동주는 다르다. 그는 고뇌 대신 본능으로, 법리 대신 주먹으로 말한다. 필자는 이 인물에게서 '착한 광기'라는, 가장 원초적이고 통쾌한 정의의 얼굴을 본다.
첫째, 윤동주의 매력은 '상실된 영광의 부활'에서 시작된다. 그는 한때 국가대표 복서로서 모두의 환호를 받았지만, 이제는 특채 경찰이라는 초라한 현실을 살고 있다. 1회에서 범죄조직 '금토끼파'를 단신으로 소탕하는 장면은 단순한 액션이 아니다. 이는 잊고 살았던, 혹은 억지로 잊으려 했던 '본캐'의 심장이 다시 울부짖는 순간이다. 맞으면서도 웃는 그의 모습은 고통을 즐기는 마조히즘이 아니라, 마침내 자신의 존재 이유를 되찾은 자의 순수한 희열에 가깝다.
둘째, 그의 정의는 '동물적 감각'에 기반한다. 윤동주는 복잡한 서류와 절차 대신, 시력 2.0이라는 독보적인 신체 감각으로 사건의 본질을 꿰뚫는다. 뺑소니범의 금장 시계와 밀수품 목록을 연결하는 과정은 전형적인 수사물의 논리적 추론과는 궤를 달리한다. 그는 마치 먹잇감을 쫓는 맹수처럼, 냄새를 맡고 흔적을 좇아 누구보다 빠르게 범인의 실체에 접근한다. 이는 시청자들에게 지루한 과정은 생략하고 가장 짜릿한 결과만을 선사하는, 쾌속 전개의 핵심 동력이다.
셋째, 윤동주의 광기는 마침내 '법의 경계를 넘어서는 초월성'으로 폭발한다. 도망치는 악당 민주영(오정세)의 차를 향해 건물 위에서 몸을 던지는 장면은 이 드라마의 정체성을 상징하는 압권이다. "나비처럼 날아서 벌처럼 쏜다"는 복싱의 격언은, 이제 법이 닿지 않는 악을 향한 실존적 응징의 형태로 구현된다. 이는 무력한 법망을 비웃는 악당에게 가하는 가장 원초적이고 통쾌한 물리적 심판이다.
넷째, 이 캐릭터의 설득력은 배우 박보검의 '두 얼굴'에서 완성된다. 대중에게 '선하고 바른 청년'의 아이콘으로 각인된 박보검의 얼굴 위로 '돌아버린 미친 눈빛'이 겹쳐질 때, 시청자는 기묘한 이질감과 동시에 강력한 카타르시스를 느낀다. 만약 처음부터 악역 전문 배우가 이 역할을 맡았다면, 지금과 같은 '착한 광기'라는 독특한 매력은 반감되었을 것이다. 배우의 기존 이미지를 역이용하여 캐릭터의 깊이를 더한 영리한 캐스팅이라 할 수 있다.
다섯째, 윤동주의 정의 실현 방식은 '궁극의 실용주의'를 보여준다. 그는 "너 오늘 비행기 못 타. 왜? 내가 합의 안 해줄 거거든"이라고 외친다. 거대 악을 무너뜨리는 무기가 거창한 법리가 아니라, 지극히 사소한 '합의'라는 점은 아이러니하다. 하지만 이는 법체계의 허점을 역으로 이용해 실질적인 정의를 구현하는, 가장 현실적이고 영리한 방식이다. 그의 광기가 단순한 폭주가 아님을 증명하는 대목이다.
결론적으로 '굿보이'는 복잡한 도덕적 딜레마를 잠시 내려놓고, 시청자가 원하는 '직진 본능'의 카타르시스에 집중한다. 윤동주라는 캐릭터는 그 전략을 수행하기 위해 태어난 가장 완벽한 불도저다. 법과 질서가 닿지 않는 곳에 주먹으로 등불을 켜는 그의 질주에, 당분간 안방극장은 뜨겁게 열광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