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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로웨이스트

“맥주박으로 유화제를?”…네덜란드 푸드테크 기업, 식품폐기물 재활용한 식품첨가물 개발

 

[비건뉴스=최유리 기자] 맥주 제조 후 남는 부산물인 ‘맥주박(brewer’s grain)’이 식품 산업의 새로운 기능성 소재로 주목받고 있다. 네덜란드 푸드테크 스타트업 MaGie Creations는 최근 맥주박을 원료로 개발한 세계 최초의 식품 유화제 ‘파워본드(PowerBond)’를 공식 출시했다고 발표했다.

 

유화제는 물과 기름 등 서로 섞이지 않는 성분을 결합시켜 식품의 조직감을 유지하는 핵심 첨가물로, 제과류, 대체육, 소스 등 다양한 제품에 필수적으로 사용된다.

 

MaGie Creations는 기존의 유화제가 건강과 환경 면에서 지속적인 비판을 받아온 점에 주목해, 식품 생산의 지속가능성을 확보하면서도 상업적으로 활용 가능한 클린라벨(clean-label) 원료를 개발했다는 데 의의가 있다고 강조한다.

 

회사 측은 맥주박이 전체 양조 부산물의 최대 85%를 차지하며 대부분이 동물 사료로 전용되거나 폐기된다는 점에 주목했다. 이들은 섬유질과 단백질이 풍부한 맥주박의 기능적 특성을 분석하고, 이를 최소한의 공정만으로 유화제로 전환하는 독자적 공정을 구축했다.

 

 

이번에 출시된 파워본드는 기존의 합성 유화제에 비해 인체에 덜 자극적이며, 가공 수준이 낮고, 잔류 폐기물이 발생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식품 제조업체와 소비자 모두에게 긍정적인 반응을 얻고 있다.

 

MaGie의 제품개발 책임자인 엘렌 반 데르 스타레(Ellen van der Starre)는 “식품의 미래는 단순히 무엇을 먹느냐가 아니라, 어떻게 만들 것인가를 고민하는 데서 시작해야 한다”며 “파워본드는 새로운 폐기물을 만들지 않고도 고기능 식품소재를 창출할 수 있다는 것을 입증한 사례”라고 밝혔다.

 

실제로 유화제는 최근 식품과 건강 분야에서 비판의 중심에 있다. 폴리소르베이트 80, 카복시메틸셀룰로오스(CMC) 등 일부 합성 유화제는 장내 미생물군의 불균형을 유발하고, 장 점막에 염증 반응을 일으킬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되며 논란이 커졌다.

 

초가공 식품에 흔히 사용되는 이들 첨가물은 인슐린 저항성, 비만, 대사증후군과의 관련성도 지적된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초가공 식품 섭취를 줄일 것을 권고하고 있으며, 일부 국가에서는 식품 성분표시 강화나 유화제 규제 방안을 검토 중이다.

 

뿐만 아니라, 소비자들 사이에서도 화학성 첨가물에 대한 불신이 확산되면서 자연유래, 무첨가, 비정제 등의 키워드를 앞세운 클린라벨 제품에 대한 수요가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유화제는 특히 소비자의 우려가 높은 품목 중 하나로, 식품업계가 가장 먼저 대체 기술을 모색해야 할 분야로 꼽힌다.

 

이 같은 흐름 속에서 MaGie의 파워본드는 환경적 측면에서도 주목받고 있다. 파워본드는 기존의 석유 기반 또는 고농축 원료 기반 합성 유화제와 달리, 산업 폐기물을 재자원화(upcycling)해 제조되며, 생산과정에서도 추가적인 부산물이 거의 발생하지 않는다. 회사 측은 제품의 공급망 또한 지역 단위로 제한함으로써 탄소 배출을 최소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편 맥주박을 활용한 식품소재 개발은 글로벌 식품업계에서도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스위스의 Circular Food Solutions는 맥주박으로 만든 대체육 제품을 출시했으며, 싱가포르의 Prefer는 발효공정을 통해 맥주박과 다른 업사이클링 원료를 혼합한 콩 없는 커피 대체품을 개발 중이다. 이러한 사례들은 식품폐기물을 새로운 가치로 전환하는 ‘순환경제(circular economy)’ 모델이 실현 가능한 대안임을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대체 유화제의 상용화에는 여전히 과제가 남아 있다. 대규모 식품 제조업체가 요구하는 기능성과 안정성, 그리고 대량생산 시스템에의 적합성 등을 충족시키기 위해서는 보다 정교한 가공기술과 품질관리 체계가 필요하다. 또한 아직까지 규제당국의 기준이 합성 유화제 중심으로 마련돼 있어, 자연 유래 유화제가 시장에 안착하기 위해서는 표준화된 안전성 검토와 제도적 지원이 뒤따라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MaGie Creations는 올해 유럽 주요 식품 박람회에 파워본드를 출품할 예정이며, 내년부터는 북미와 아시아 시장 진출도 모색 중이다. 회사는 “파워본드는 단순한 제품이 아닌, 식품 생산 방식의 근본적인 전환을 요구하는 도전이자 제안”이라며, “기능성과 지속가능성을 동시에 갖춘 원료 개발로 식품 산업의 전환을 이끌고 싶다”고 밝혔다.

 

지속가능한 식품 소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가운데, 산업 부산물을 기능성 식품 원료로 재탄생시킨 MaGie의 시도가 어떤 평가를 받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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