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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건

EU, 식물성 해산물 명칭 사용 제한 추진… "소비자 보호인가 산업 이익인가"

 

[비건뉴스=최유리 기자] 유럽연합(EU)이 식물성 해산물 대체식품에 대한 라벨링 규제를 강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최근 유럽의회 수산위원회(Fisheries Committee)의 의뢰로 수행된 연구는 식물성 대체식품이 전통 해산물 제품과 유사한 명칭과 외형을 사용하는 경향이 있으며, 이로 인해 소비자에게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연구진은 일부 제품이 현행 소비자 정보 제공 규정(FIC, Regulation 1169/2011)을 위반할 소지가 있다고 판단하고, 보다 명확한 표시 기준을 제안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유럽을 비롯한 26개국에서 102개 업체가 총 228종의 식물성 해산물 대체제품을 유통하고 있으며, 이 중 12개국은 EU 회원국이다. 이들 제품은 주로 참치, 흰살 생선, 연어, 새우, 게 등을 모방한 형태로 출시돼 기존 수산물 소비 경향과 매우 유사한 구조를 보인다. 특히 참치와 게 제품은 북미 시장에서 높은 점유율을 보이고 있으며, 대형 식품 기업과 기존 수산물 제조사들까지 이 시장에 진입하면서 경쟁은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주요 원재료로는 대두, 완두콩, 밀 단백질이 사용되며, 조개류 대체제품에는 곤약 등 전분 기반 성분이 활용된다. 그러나 연구진은 일부 제품이 해산물과 무관한 첨가물이나 공정상 다단계 산업 가공을 거친다는 점에서 자연성이 낮고 소비자에게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경고했다. 또한 알레르기 유발 가능 성분에 대한 정보가 충분히 제공되지 않는 제품도 있다는 점에서, 식품안전 차원에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견해를 내놨다.

 

특히 논란이 된 부분은 제품의 명칭과 관련한 라벨링 방식이다. 분석 대상 중 45%가 ‘비건 참치’, ‘식물성 연어’ 등 전통 수산물 명칭을 포함하고 있었고, 57%는 ‘fish’ 또는 특정 어종을 직접적으로 언급하고 있었다. 이는 EU의 FIC 규정 제7조에 명시된 ‘소비자 오도 금지’ 조항에 저촉될 가능성이 있으며, 이에 따라 연구진은 해산물을 포함하지 않는 제품에 대해 상업적 명칭 사용을 제한할 것을 제안했다. 이들은 대체식품이 해산물 제품과 직접적인 혼동을 일으키지 않도록, 제품 이름 외에도 주원료 표기(예: 대두, 완두콩 등)와 가공 수준, 강화 영양소 정보 등을 명확히 표기할 것을 권고했다.

 

 

하지만 이러한 규제 움직임이 실제로 소비자의 알 권리를 보호하기보다 전통 수산업계의 이해관계를 반영한 것이라는 비판도 제기된다. 그간 ‘비건 버거’ 등 식물성 제품의 명칭 사용을 제한하려는 유사한 시도들이 있었지만, 대부분은 과도한 규제라는 이유로 유럽의회에서 부결됐다. 실제로 2020년에는 식물성 육류 제품에 ‘버거’나 ‘소시지’라는 명칭을 금지하고 대신 ‘디스크’, ‘튜브’ 등을 사용토록 하자는 제안이 소비자 혼란을 오히려 증가시킬 수 있다는 이유로 폐기됐다.

 

이러한 흐름에 대해 식물성 식품 분야의 시민단체와 일부 학계 전문가들은 합리적 규제가 아닌 ‘시장 지배력 유지’ 목적의 불합리한 개입이라고 보고 있다.

 

국제 식품 비영리단체인 프로베그 인터내셔널(ProVeg International)의 야스마인 드 부(Jasmijn de Boo)는 “식물성 식품은 기후위기 대응과 지속가능한 식량 체계 구축을 위한 핵심 수단이며, 이미 일부 전통 식품 기업들도 이를 인식하고 식물성 제품 라인으로의 전환을 시도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규제는 소비자를 보호하는 수단이어야지, 소비자 선택을 제한하는 도구가 돼서는 안 된다”고 덧붙였다.

 

식물성 해산물 제품의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만큼, 이에 걸맞은 라벨링 기준 정립은 분명히 필요하다. 그러나 그 기준은 소비자 보호와 알 권리 증진이라는 원칙에 기반해야 하며, 특정 산업의 이해관계에 좌우돼서는 안 된다. 제품 명칭은 식품의 용도와 기능을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중요한 수단인 만큼, 현실적이고 명확한 대안이 마련돼야 한다.

 

예컨대 '식물성 참치'라는 명칭은 해당 제품이 어떤 방식으로 소비될 수 있는지를 직관적으로 전달하는 표현이며, 이를 단순히 금지하는 것이 과연 소비자에게 도움이 되는지에 대한 근본적 성찰이 필요하다. 궁극적으로, EU의 식품 라벨링 정책은 과학적 근거와 소비자 권익을 기반으로 형평성 있게 마련돼야 하며, 식물성 식품에 대한 진입 장벽이 되지 않도록 주의가 요구된다. 지속가능성과 공정성을 모두 충족하는 합리적 규제가 절실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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