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비건뉴스=김민영 기자] 과일, 채소, 견과류, 콩류, 통곡물이 개인 건강과 지구 환경 모두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최적의 식품이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국제학술지 ‘프런티어스 인 뉴트리션(Frontiers in Nutrition)’에 게재된 이번 연구는 30가지 식품군을 건강성과 환경성을 기준으로 분석해, 소비자들이 한눈에 이해할 수 있도록 시각화한 매트릭스를 제시했다.
연구진은 미국에서 일상적으로 소비되는 30개 식품군을 선정해 각각의 건강 영향과 환경 영향을 종합적으로 평가했다. 건강 측면에서는 심혈관질환, 당뇨병, 암 등 주요 질환 발생 위험과 관련된 대규모 연구 데이터를 종합해 ‘건강지수점수(HIS)’를 산출했다. 점수가 낮을수록 건강에 긍정적인 효과가 큰 식품으로 분류됐다. 환경 측면에서는 식품 생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 배출량, 즉 탄소발자국을 중심으로 분석했다.
연구진은 이렇게 산출한 데이터를 매트릭스에 배치했다. 가로축에는 건강 효과, 세로축에는 환경 영향을 두고 아홉 개 구역으로 나눠 소비자들이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도록 구성했다. 이를 통해 어떤 식품이 건강과 환경에 모두 좋은지, 반대로 모두 불리한지를 한눈에 확인할 수 있게 했다.
분석 결과, 탄소발자국이 가장 낮은 식품군은 1회 제공량당 100g 미만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하는 과일, 채소, 감자, 콩류, 견과류, 통곡물 등이었다. 반대로 소고기는 1회 제공량당 3,895g의 탄소를 배출해 압도적으로 높은 환경 부담을 드러냈다. 계란, 버터, 대체육, 커피·차와 같은 음료류는 중간 수준으로 평가됐다. 전반적으로 동물성 식품이 식물성 식품에 비해 훨씬 높은 환경 영향을 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건강 지표에서는 견과류와 씨앗이 가장 우수한 점수를 기록했으며, 과일, 채소, 콩류, 통곡물, 생선, 커피 등도 만성질환과 조기 사망 위험을 낮추는 긍정적인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가공육, 붉은 고기, 설탕 음료 등은 건강에 해로운 식품으로 분류됐다. 연구진이 건강성과 환경성을 결합해 도출한 매트릭스에서는 과일, 채소, 견과류·씨앗, 콩류, 통곡물이 모두에 유익한 식품군으로 꼽혔다.
다만 연구진은 이번 분석이 탄소발자국만을 지표로 삼았다는 점에서 한계가 있음을 지적했다. 아몬드 등 일부 견과류는 많은 양의 담수를 필요로 하지만 물 사용량은 반영되지 않았다. 또한 같은 식품군 내에서도 품목 차이가 크다.
예를 들어 엑스트라버진 올리브오일과 정제 식물성 기름은 건강과 환경 영향에서 차이를 보이지만 데이터 한계로 구분하지 못했다. 조리 방법 역시 중요한 변수지만 고려되지 않았다. 연구 대상도 미국인의 식습관을 기준으로 했기에 다른 문화권에 그대로 적용하기는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연구는 소비자들이 식품 선택의 결과를 한눈에 이해할 수 있도록 단순화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 연구진은 “작은 식습관의 변화가 개인 건강과 지구 환경 모두에 큰 차이를 만들 수 있다”며 “매트릭스는 이러한 변화를 이끌어내는 실질적인 도구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이번 결과가 식습관 개선과 환경 보호를 동시에 고려해야 하는 시대적 요구와 맞닿아 있다고 평가한다. 과일과 채소, 콩류, 견과류, 통곡물은 건강을 지키는 동시에 지구를 위한 가장 효과적이고 단순한 선택이라는 것이다. 이번 연구는 우리 식탁이 곧 지구의 미래와도 직결돼 있음을 다시 한 번 보여주며, 지속가능한 식단 선택이 개인의 삶과 사회 전반에 걸쳐 중요한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강조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