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비건뉴스=최유리 기자] 최근 체중 감량과 건강 관리법으로 널리 알려진 간헐적 단식이 오히려 심혈관 질환 사망 위험을 크게 높일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하루 식사 시간을 8시간 미만으로 줄인 사람들은 12~14시간 동안 식사하는 사람들에 비해 심장질환으로 인한 사망 위험이 2배 이상 증가했다는 것이다.
간헐적 단식은 하루 중 일정한 시간대에만 음식을 섭취하는 ‘시간 제한 식사법’으로, 8시간 이내로 식사 시간을 제한하는 방식이 대표적이다. 많은 사람들이 체중 감량이나 대사 건강 개선을 목적으로 시도하지만, 장기적인 안전성에 대한 의문은 꾸준히 제기돼 왔다.
미국과 중국 연구진은 간헐적 단식과 사망 위험 간의 연관성을 밝히기 위해 공동 연구를 진행했다. 이들은 2003년부터 2018년까지 미국에서 시행된 국민건강영양조사(NHANES) 데이터를 분석했다. 연구에 포함된 참가자는 약 2만 명으로, 평균 연령은 52세였고 성별은 고르게 분포했다. 참가자들은 24시간 동안의 식사 기록을 두 차례 작성했고, 이를 통해 개인별 평균 식사 시간을 산출했다. 연구진은 하루 식사 시간을 8시간 미만, 8~10시간, 10~12시간, 12~14시간, 14~16시간, 16시간 초과 등 여섯 그룹으로 분류한 뒤, 사망 원인을 추적 조사했다.
분석 결과, 하루 12~14시간 동안 식사한 그룹과 비교했을 때 8시간 미만으로 식사 시간을 제한한 그룹은 심장질환으로 사망할 위험이 135% 증가했다. 이러한 결과는 전체 참가자뿐 아니라 이미 심장질환이나 당뇨병을 가진 집단에서도 일관되게 나타났다. 반면 암 사망이나 전체 사망과는 뚜렷한 연관성이 발견되지 않았다. 다만 일부 통계 모델에서는 하루 8시간 미만 그룹에서 전체 사망 위험이 40% 높아지는 경향이 확인됐다.
연구진은 이번 결과가 간헐적 단식의 부정적 가능성을 보여주지만, 몇 가지 한계도 있다고 지적했다. 우선 식사 기록이 단 두 차례의 24시간 설문조사에 기반해 있어 참가자의 실제 식습관을 완전히 반영하지 못했을 수 있다. 또한 8시간 식사 창이 오전인지 오후인지에 따라 건강에 미치는 영향이 다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와 같은 한계에도 불구하고, 연구는 지나치게 짧은 식사 시간 제한이 심혈관 건강에 위험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전문가들은 간헐적 단식이 모든 사람에게 동일한 효과를 보장하지 않는다고 지적한다. 체중 감량의 목적이라면 단순히 섭취 칼로리를 줄이는 것이 간헐적 단식과 비슷한 효과를 가져올 수 있으며, 균형 잡힌 영양 섭취와 규칙적인 신체 활동, 충분한 수면이 장기적으로 더 안정적인 건강 전략이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특히 심장질환 위험이 높은 중장년층이나 기저질환을 가진 사람은 무리한 식사 시간 제한을 피하고, 영양 전문가의 조언을 받아 개인에 맞는 방법을 찾는 것이 필요하다.
이번 연구는 간헐적 단식이 무조건적인 건강 해법이 아님을 보여준다. 체중 관리나 대사 개선이라는 기대 효과만을 좇기보다, 장기적인 안전성과 개인의 신체 조건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식습관 전략이 요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