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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로웨이스트

재사용 물병, 환경에 좋지만 세균 온상 우려…철저한 세척 필요

 

[비건뉴스=최유리 기자] 일회용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고 친환경 생활을 실천하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재사용 물병을 사용한다. 하지만 편리함과 환경적 장점 뒤에는 간과하기 쉬운 위험이 숨어 있다는 사실이 최근 연구를 통해 드러났다. 바로 제대로 세척되지 않은 물병이 세균의 번식지가 될 수 있다는 점이다.

 

퍼듀대학교 연구팀은 대학생들에게서 실제 사용 중인 물병 90개를 수거해 위생 상태를 조사했다. 연구 결과, 물병 외부와 내부 모두 예상보다 훨씬 높은 수준의 오염이 발견됐다. 새 제품을 포함한 모든 물병의 겉면은 ATP 검사에서 ‘불합격’ 판정을 받았는데, 이는 손과 휴대전화, 문 손잡이, 책상 등 다양한 접촉면을 거쳐 세균과 오염물이 쉽게 옮겨왔기 때문이다. 특히 물을 자주 리필할수록 뚜껑과 입구 주변의 오염도가 더 높았다.

 

내부 조사 결과는 더욱 심각했다. 세계적으로 음용수 기준은 보통 100~500 CFU/mL 수준인데, 조사 대상의 상당수가 이를 초과했다. 10개 중 7개는 100 CFU/mL 이상이었고, 절반 이상은 500을 넘겼다. 더 나아가 4개 중 1개에서는 대장균군이 검출됐다. 이는 곧 분변 오염 가능성을 시사한다.

 

연구진은 이 같은 결과가 단순히 물만 담은 물병보다 스포츠음료, 탄산음료, 설탕이나 크림이 들어간 커피·차를 함께 사용하는 물병에서 더 뚜렷하게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당분과 단백질, 지방 성분은 세균의 영양원이 될 뿐만 아니라 물병 내부에 세균이 달라붙어 군집을 형성하는 ‘생물막’을 만드는 환경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세척 습관의 문제도 지적됐다. 많은 이용자들이 물병을 헹구는 데 그치거나, 빨대·실리콘 패킹 같은 작은 부품을 분리하지 않은 채 씻는 경우가 많았다. 연구팀은 “접시를 매일 세척하듯 물병도 뜨거운 물과 세제를 사용해 솔로 닦고, 모든 부품을 분리해 청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완전히 건조시키는 과정이 필요하며, 특히 단 음료를 담은 경우에는 같은 날 바로 씻는 것이 안전하다고 권고했다.

 

감염내과 전문의 유리코 후쿠타 교수는 “물병은 손과 입이 반복적으로 닿는 접촉면으로, 세균이 옮겨 붙기 쉽다”며 “면역력이 약한 사람은 세균 오염으로 인해 실제 건강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연구를 이끈 칼 벤케 교수 역시 “물병은 철저히 관리하지 않으면 세균을 옮기는 매개체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재사용 물병의 환경적 가치와 실용성은 분명히 크지만, 철저한 관리가 전제되지 않으면 오히려 건강 위협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한다. 다시 말해, 물병은 매일 사용하는 식기류와 다를 바 없는 만큼 세척과 건조가 생활 습관으로 자리 잡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번 연구는 국제 학술지 ‘푸드 프로텍션(Food Protection)’에 게재됐으며, 연구진은 “재사용 물병 자체가 문제는 아니며 올바른 관리 습관이 핵심”이라고 결론지었다. 물병은 여전히 환경을 지키는 현명한 선택이지만, 제대로 관리하지 않는다면 단순한 수분 보충 도구가 아닌 세균 배양기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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