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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오염

음식배달 앱 설계 변화…작은 넛지가 온실가스 줄인다

 

[비건뉴스=김민영 기자] 스마트폰을 통해 음식을 주문하는 시대, 우리가 무심코 내리는 선택이 기후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최근 독일 본 대학교 연구진은 음식배달 애플리케이션(앱)의 화면 구성과 정보 제공 방식을 조금만 바꿔도 소비자들이 더 친환경적인 메뉴를 고를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연구 결과를 내놨다. 연구팀은 이러한 결과를 국제 학술지 Appetite에 발표하며 디지털 플랫폼의 역할에 주목했다.

 

연구진은 실제 배달 앱을 모방한 실험용 앱을 만들어 두 가지 개입 방식을 시험했다. 첫 번째는 ‘디폴트+넛지(Default+Nudge)’로, 이용자가 앱을 열면 기본 선택지가 이미 기후 친화적인 버거 메뉴로 설정돼 있었다. 사용자가 직접 메뉴를 다시 구성할 경우, 친환경 식재료가 목록 상단에 배치되고 초록 잎사귀 아이콘이 표시됐다.

 

두 번째 방식은 ‘정보+부스트(Information+Boost)’로, 지속 가능한 식습관에 대한 네 가지 간단한 팁을 제공하고, 선택한 메뉴의 예상 탄소 배출량을 실시간으로 보여주는 기능을 포함했다. 모든 그룹은 각 메뉴의 영양 성분과 예상 탄소 발자국을 확인할 수 있었다.

 

연구에는 총 1011명이 참여했으며, 무작위로 세 그룹에 배정돼 실험용 앱에서 빵, 패티, 소스, 토핑, 사이드, 음료로 구성된 버거 세트를 주문했다. 일주일 후에는 664명이 후속 조사에 참여해 같은 앱을 다시 사용했지만, 이번에는 두 가지 개입 방안이 제거된 상태에서 메뉴를 고르게 했다.

 

 

결과는 뚜렷했다. ‘디폴트+넛지’ 그룹은 평균 1530g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기록했는데, 이는 대조군(2280g)보다 약 3분의 1 낮았다. 반면 ‘정보+부스트’ 그룹은 평균 2169g으로 배출량이 소폭 줄어드는 데 그쳤다. 그러나 일주일 뒤 후속 실험에서는 세 그룹 모두 비슷한 선택을 하며, 개입 효과가 장기적으로 유지되지는 않았다. 연구진은 일회성 개입만으로는 소비자 행동의 지속적 변화를 끌어내기 어렵다고 평가했다.

 

여기서 말하는 ‘넛지’는 행동경제학에서 나온 개념으로, 강제하지 않고도 환경을 설계해 사람들의 행동을 원하는 방향으로 유도하는 방식을 뜻한다. 구내식당에서 샐러드를 눈에 잘 띄는 위치에 두거나, 친환경 메뉴를 기본값으로 설정하는 것이 대표적 사례다.

 

다만 다른 연구 사례들을 종합하면 반복적 개입이나 넛지와 부스트의 결합, 또는 감정적 요소를 활용한 전략은 더 강력하고 장기적인 효과를 낼 수 있다는 점이 확인됐다. 연구진은 음식배달 플랫폼이 기본적으로 친환경 메뉴를 제안하거나 추가적인 넛지를 제공하면, 소비자가 보다 쉽게 지속 가능한 선택을 하도록 유도할 수 있다고 제언했다.

 

이번 연구는 실제 결제나 배달이 수반되지 않은 모의 환경에서 진행된 만큼 한계가 있다. 그러나 온라인 음식 주문이 일상화된 상황에서 앱 설계가 우리의 소비 패턴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을 실증적으로 보여준 것만으로도 의미가 크다.

 

지구 환경을 지키기 위한 실천이 개인의 의식과 선택에 달려 있다면, 플랫폼 기업은 그 선택을 돕는 설계로 기후 대응에 기여할 수 있다. 본 연구는 기업과 학계가 협력해 장기적 행동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는 방법을 실제 현장에서 검증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다. 결국 작은 화면 속 배치 하나, 메시지 하나가 더 지속 가능한 미래로 나아가는 출발점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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