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9.23 (화)

  • 맑음서울 26.6℃
  • 맑음인천 26.2℃
  • 맑음원주 25.2℃
  • 맑음수원 26.7℃
  • 흐림청주 24.3℃
  • 구름많음대전 25.0℃
  • 흐림대구 22.6℃
  • 구름조금전주 26.4℃
  • 흐림울산 23.8℃
  • 흐림창원 24.4℃
  • 구름많음광주 24.8℃
  • 흐림부산 27.2℃
  • 구름조금목포 24.5℃
  • 제주 24.5℃
  • 구름조금천안 26.0℃
  • 흐림구미 23.4℃
기상청 제공

동물보호

뉴욕시, 마차 산업 역사 속으로…‘동물 착취 논란’에 종지부

 

[비건뉴스=김민영 기자] 뉴욕시가 오랜 전통으로 이어져온 마차 산업에 마침표를 찍기로 했다. 에릭 아담스 뉴욕시장은 최근 행정명령을 통해 마차 운행 금지를 위한 절차에 착수했으며, 오는 2026년 봄까지 관련 산업을 완전히 정리하겠다고 밝혔다. 대신 전기 마차 등 대체 교통수단이 도입될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도시의 새로운 전환점을 예고하고 있다.

 

이번 조치는 단순히 교통 수단 하나를 없애는 차원을 넘어, 인간의 오락을 위해 동물을 사용하는 행위에 대한 비판적 성찰을 담고 있다. 동물권 단체들은 수년간 뉴욕시 마차 운행이 말들에게 장시간 노동과 극심한 환경 스트레스를 강요한다며 문제를 제기해왔다. 번화가와 공원을 오가며 사람들을 태우는 말들은 매연, 소음, 교통 혼잡에 시달릴 뿐 아니라 무리 지어 살아가는 본능을 억압당한 채 좁은 마굿간에 갇혀 지내왔다.

 

특히 2022년 맨해튼에서 발생한 ‘라이더 사건’은 여론의 흐름을 바꾸는 결정적 계기가 됐다. 당시 마차 말 라이더가 한낮 도심 도로에서 힘없이 쓰러지는 장면이 촬영돼 온라인에서 급속히 퍼졌다. 두 달 뒤 라이더는 결국 죽음을 맞았고, 이후 시민들의 공분은 정치권을 향한 압력으로 이어졌다. 동물보호단체 애니멀 디펜스 펀드가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는 뉴욕 시민 10명 중 7명이 마차 금지에 찬성한다고 응답했다.

 

아담스 시장은 “마차가 더 이상 오늘날의 뉴욕에 어울리지 않는다”며, 최근 몇 년간 발생한 일련의 사고들이 공원 이용객과 마부, 그리고 말들의 안전을 위협해왔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지난달에도 ‘레이디’라는 이름의 말이 헬스키친 지역에서 쓰러져 죽는 사건이 발생했으며, 탈주한 말이 도심을 달리다 사고를 유발한 사례도 잇따랐다. 이에 따라 시장은 경찰에 교통과 자전거 도로를 방해하는 마부들에 대한 즉각적 단속을 지시했다.

 

 

이번 금지 조치를 제도적으로 뒷받침할 법안은 ‘라이더 법’으로 불린다. 해당 법안은 마차 산업을 단계적으로 폐지하는 한편, 말들을 도살이나 다른 영업용 마차로 전환하지 않고 ‘인도적 재배치’를 보장하도록 설계됐다. 또한 직업 전환에 직면할 마부들을 대상으로 한 교육과 훈련 프로그램도 포함돼 있다. 법안을 발의한 로버트 홀든 시의원은 “뉴욕시가 동물과 인간 모두의 안전을 우선하는 결정을 내린 것”이라며 환영의 뜻을 밝혔다.

 

그러나 정치적 해석도 만만치 않다. 시의회 일부에서는 아담스 시장이 재선 경쟁에서 열세를 만회하기 위해 이 사안을 이용한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실제로 4파전 양상으로 전개 중인 뉴욕 시장 선거 여론조사에서 아담스 시장은 현재 8% 지지율에 머무르며 최하위를 기록하고 있다. 이에 대해 시의회 대변인은 “이 문제는 이해관계자들의 충분한 논의 과정을 거쳐야 하는데, 시장이 정치적으로 활용하는 것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결정은 도시의 가치관이 변화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과거 관광 명소로 인식되던 마차는 오늘날에는 동물 학대의 상징으로 비판받고 있으며, 시민 다수가 이에 동의하고 있다. 아담스 시장은 “이것은 전통을 없애는 것이 아니라, 오늘날 우리가 지향하는 가치와 어울리는 방식으로 전통을 이어가는 것”이라며 “뉴욕 시민은 동물과 공정성, 그리고 옳은 일을 중시한다”고 말했다.

 

뉴욕의 마차 산업 종식은 단순한 지역적 이슈를 넘어, 인간의 오락과 상업적 이익을 위해 동물이 이용돼온 세계적 관행에 경종을 울린다. 도심 속 마차는 더 이상 낭만적 풍경이 아니라 사회적 비용과 윤리적 논쟁의 대상이 됐고, 결국 그 종착지는 역사 속으로 사라지는 길이다. 이번 결정은 앞으로 다른 도시들에도 영향을 미치며, 동물과 인간이 공존하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모색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배너
추천 비추천
추천
0명
0%
비추천
0명
0%

총 0명 참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