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비건뉴스=김민영 기자] 제1형 당뇨병 환자를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에서 저지방 비건식이 인슐린 사용량과 비용을 줄이는 효과를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책임있는의학위원회(PCRM)가 진행한 12주간의 연구 결과, 비건식 그룹의 하루 평균 인슐린 지출액은 약 27% 감소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번 연구는 칼로리나 탄수화물을 제한하지 않고 지방 섭취를 줄이는 데 초점을 맞췄다. 식단은 곡물, 콩류, 과일, 채소를 중심으로 구성됐다. 연구팀은 58명의 제1형 당뇨 환자를 대상으로 저지방 비건식 그룹과 분량조절 식단 그룹으로 나누어 인슐린 사용량과 비용 변화를 추적했다.
PCRM 임상연구 책임자인 하나 카렐로바 박사는 “저지방 비건식이 제1형 당뇨병 환자의 인슐린 사용과 비용을 모두 줄일 수 있음을 보여준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이전에도 동일한 식단이 인슐린 감수성, 즉 체내 인슐린 반응성을 높인다는 사실을 입증한 바 있다.
비건식 그룹의 인슐린 총 사용량은 평균 28% 감소했으며, 이는 주로 식사 간 혈당을 조절하는 기저 인슐린 사용량이 줄어든 결과였다. 반면 식사 시 투여되는 인슐린 양은 큰 변화가 없었다. 이로 인해 인슐린 비용은 하루 평균 1.08달러가 절감된 것으로 집계됐다.
연구팀은 “비건식의 지방 제한이 간과 근육에 축적된 지방을 줄여 인슐린이 더 효율적으로 작용하도록 돕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지방 축적은 인슐린 저항성을 높이는 주요 원인으로 알려져 있다.
또한 비건식 그룹은 섬유질 섭취가 증가해 포만감 유지와 혈당 안정에도 도움이 된 것으로 나타났다. 참가자들은 매주 그룹 미팅과 식단 기록을 통해 꾸준히 식단을 유지했고, 이는 장기간 복용량 변화를 관찰하는 데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했다.
다만 연구팀은 “비건식은 인슐린 대체제가 아니며, 모든 제1형 당뇨 환자가 인슐린을 필요로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연구는 12주간의 소규모 임상으로 진행돼 장기적 안전성과 지속성을 확인하기 위해서는 대규모 연구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번 결과는 미국 내 당뇨병 관련 의료비의 4분의 1을 차지하는 인슐린 비용 절감 가능성을 시사한다. 비건식으로 인슐린 사용이 줄면 약제비뿐 아니라 용량 조정에 따른 추가 진료비와 소모품 비용도 함께 절약될 수 있다.
연구진은 “하루 1달러의 절감 효과가 작아 보일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환자 부담을 완화하는 의미 있는 변화가 될 수 있다”며 “비건식은 개인 선택이지만, 적절한 교육과 조리법 지원이 이뤄진다면 광범위하게 적용 가능한 접근법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학술지 ‘BMC 뉴트리션(BMC Nutrition)’에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