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건뉴스=최유리 기자] 기후변화가 이미 미국 경제 전반에 실질적인 손실을 초래하고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장기간 누적된 기온 변화로 인해 미국 전체 소득이 평균 12% 감소했다는 분석이다. 연구진은 기후변화를 미래 위험이 아닌 현재 진행형의 경제 요인으로 인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연구는 데릭 르무안 미국 애리조나대 엘러 경영대학 교수 연구진이 수행했다. 연구 결과는 미국국립과학원회보에 게재됐다. 연구진은 기존 연구들이 단기적이고 지역적인 날씨 변화에만 초점을 맞춰 실제 경제적 피해를 과소평가해 왔다고 설명했다.
르무안 교수는 “현재의 데이터로도 기후변화가 이미 어떤 비용을 초래하고 있는지 파악하지 못한다면, 미래를 예측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그는 기후변화의 경제적 영향을 정확히 측정하는 것이 정책 결정과 기업 투자 전략에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한다고 설명했다.
연구진에 따르면 기존 방식으로는 기후변화가 미국 소득에 미치는 영향이 1% 미만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연도별로 지속되는 기온 변화와 전국적 파급 효과, 지역 간 경제 연계를 함께 고려하자 소득 감소폭은 약 12%로 확대됐다. 이는 대규모 국가 정책 변화에 필적하는 수준으로 평가된다.
연구진은 특히 기온 변화가 한 지역에 국한되지 않고 가격과 교역을 통해 전국 경제로 확산된다는 점에 주목했다. 르무안 교수는 “우리가 사는 지역의 날씨만의 문제가 아니라, 모든 지역이 동시에 영향을 받을 때 경제적 결과가 빠르게 누적된다”고 설명했다.
이번 분석을 위해 연구진은 인간 활동에 따른 온실가스 배출이 없는 가상 시나리오와 실제 기후를 비교하는 기후모형을 활용했다. 이를 통해 각 카운티의 날씨가 기후변화가 없었을 경우 어떻게 달라졌을지를 추정했다.
연구진은 1969년부터 2019년까지 미국 전역 카운티 단위의 일일 기온 자료와 미국 경제분석국의 1인당 개인소득 데이터를 결합했다. 이를 바탕으로 특정 지역뿐 아니라 전국적인 고온일과 저온일 변화가 소득에 미친 영향을 종합적으로 분석했다.
이번 연구는 허리케인이나 산불, 홍수와 같은 극한 기상 현상의 경제적 피해는 포함하지 않았다. 대신 더운 날이 늘고 추운 날이 줄어드는 일상적인 기온 변화가 개인 소득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를 평가했다. 연구진은 기온이 전 지역에서 일관되게 측정 가능하다는 점에서 경제 활동과의 연관성을 분석하는 데 유용한 지표라고 설명했다.
연구진은 기후변화를 지속적인 경제 변수로 인식할 경우 기업 전략에도 변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연도별 기온 변화는 가격, 생산성, 지역 간 교역, 에너지 수요에 영향을 미치며 이는 기업 비용 구조 전반에 반영된다는 분석이다.
르무안 교수는 “이미 발생한 경제적 손실을 인식하는 것은 기업의 회복력 계획 수립에 중요하다”며 “입지 선택부터 보험 적용까지 다양한 의사결정에 활용될 수 있다”고 말했다.
연구진은 이 같은 분석이 정책 설계에도 활용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현재 정책 논의가 수십 년 후의 피해 예측에 집중돼 있는 만큼, 정부가 고용이나 물가처럼 기후변화의 경제적 비용을 정기적으로 산출·공개할 필요가 있다는 제언이다.
이번 연구는 애리조나 회복력 연구소의 지원을 받아 초기 단계에서 추진됐다. 연구진은 향후 더 많은 데이터와 기후 요인을 포함하면 분석의 정확성과 활용도가 더욱 높아질 것으로 내다봤다.
르무안 교수는 “이 수치가 시간에 따라 어떻게 변하는지를 지속적으로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매년 정례적으로 산출되는 지표로 제도화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