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건뉴스=김민영 기자] 비건은 흔히 개인의 의지나 신념의 문제로 설명된다. 그러나 실제로 비건 실천이 가능한 조건을 들여다보면, 선택의 문제라기보다 접근성과 환경의 문제에 가깝다. 누군가에게는 비교적 수월한 선택이지만,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시작조차 어려운 선택이 되기 때문이다.
가장 먼저 드러나는 차이는 시간과 여유다. 비건 식단을 유지하려면 식재료 선택, 조리 방식, 외식 대안까지 스스로 판단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이는 단순히 요리를 할 줄 아는가의 문제가 아니라, 일정한 시간과 에너지를 식생활에 배분할 수 있는지의 문제다. 장시간 노동이나 불규칙한 생활을 이어가는 이들에게 비건은 실천 이전에 준비 부담이 큰 선택이 된다.
지역에 따른 격차도 뚜렷하다. 대도시와 달리 비건 제품이나 메뉴를 쉽게 접하기 어려운 지역에서는 선택지가 제한된다. 온라인 구매가 대안이 될 수 있지만, 배송 비용이나 최소 구매 단위는 또 다른 장벽으로 작용한다. 비건이 개인의 신념에 달린 선택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지역과 유통 구조에 크게 좌우되는 선택이 된다.
소득과 소비 여력 역시 중요한 변수다. 일부 비건 제품은 여전히 가격이 높고, 대체 식품 중심의 식단은 비용 부담을 키우기도 한다. 모든 비건 실천이 고비용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합리적인 가격에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은 여전히 남는다. 이 지점에서 비건은 개인의 윤리적 선택이라기보다, 소비 구조가 허용하는 범위 안에서 가능한 선택으로 좁혀진다.
사회적 관계 속에서의 제약도 무시하기 어렵다. 가족 식사, 회식 문화, 모임 중심의 식사 관행은 비건 실천을 개인 차원의 선택으로 남겨두지 않는다. 혼자만의 식단을 유지해야 하는 상황은 반복적으로 설명과 양해를 요구하고, 이는 실천 지속에 부담으로 작용한다. 비건을 선택할 수 있는지는 결국 개인이 속한 관계망과 문화적 환경에 의해 조정된다.
이처럼 비건은 모두에게 열려 있는 선택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의지와 신념만으로 설명하기에는, 그 선택을 가능하게 하거나 가로막는 조건들이 분명히 존재한다. 비건을 둘러싼 논의가 개인의 태도에만 머무를 경우, 이 불균형은 쉽게 가려진다.
비건이 누구에게 가능한 선택인지를 묻는 것은, 결국 개인을 평가하기 위한 질문이 아니다. 어떤 조건이 갖춰질 때 선택이 가능해지는지를 살펴보는 일이다. 이 질문은 비건을 둘러싼 책임이 개인에게만 전가되고 있는 것은 아닌지, 그 구조를 다시 보게 만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