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건뉴스=김민영 기자] 비건은 새로운 개념이 아니다. 그럼에도 해마다 연초가 되면 비건은 다시 주목받는 선택지로 떠오른다. 건강, 환경, 윤리라는 키워드와 함께 반복적으로 소환되는 이 현상은 일시적 유행의 문제가 아니라, 비건을 둘러싼 사회 구조와 소비 환경이 만들어내는 주기적 재등장의 결과로 볼 수 있다.
연초는 개인의 생활 습관과 가치관이 재정비되는 시기다. 다이어트와 운동, 절주와 함께 식생활 변화가 주요 과제로 떠오르고, 이 과정에서 비건은 가장 분명한 전환의 상징으로 기능한다. 완전한 전환이 아니더라도 일정 기간 비건을 실천해보는 방식은 새해 결심의 문법과 자연스럽게 맞물린다. 비건이 매년 1월에 집중적으로 언급되는 배경에는 이러한 시간적 특성이 자리하고 있다.
미디어 환경 역시 비건의 재부상을 강화한다. 연초 기획 기사와 캠페인성 콘텐츠, 챌린지 형식의 참여형 보도가 이어지면서 비건은 하나의 사회적 화제로 재구성된다. 이 과정에서 비건은 생활 방식 그 자체라기보다 ‘지금 이야기하기 좋은 주제’로 소비된다. 관심이 집중되는 시기에는 관련 정보와 콘텐츠가 급증하지만, 일정 시간이 지나면 다시 관심의 중심에서 멀어지는 패턴이 반복된다.
산업 구조 또한 이 흐름에 영향을 미친다. 식품·외식·유통 업계는 연초를 신제품 출시와 이미지 쇄신의 시기로 활용해 왔다. 비건 제품이나 메뉴는 일상적 공급보다 한시적 기획이나 시즌 전략으로 등장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로 인해 비건은 지속 가능한 선택지라기보다 특정 시점에 부각되는 옵션으로 인식되기 쉽다.
비건을 둘러싼 담론의 성격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비건은 개인의 실천을 넘어 환경과 기후위기, 동물복지 등 복합적인 사회 의제를 포함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논의는 장기적인 구조 변화로 이어지기보다는 개인의 선택이나 태도의 문제로 축소되는 경우가 많다. 구조적 전환이 뒤따르지 않는 상황에서 비건은 근본적 해답이기보다, 해결되지 않은 질문을 상징하는 키워드로 남는다.
결국 비건이 다시 등장하는 이유는 사라졌다가 새롭게 생겨났기 때문이 아니다. 사회가 아직 충분히 답하지 못한 질문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비건은 유행이 끝나서 돌아오는 것이 아니라, 반복적으로 제기될 수밖에 없는 과제를 안고 현재형으로 존재한다. 이 연재는 그 질문들이 어디에서 비롯됐고, 왜 여전히 유효한지를 차분히 짚어보는 데서 출발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