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네스코 지정 보호지역이 생물다양성 보전의 핵심 거점이자 지역사회 생활 기반으로 기능하고 있지만, 기후위기 압력 속에서 일부 지역의 생태계 안정성이 약화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세계유산, 생물권보전지역, 세계지질공원 등으로 지정된 지역은 전 세계 자연 보전 체계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
유네스코가 최근 발간한 보고서 ‘People and Nature in UNESCO-designated Sites’에 따르면 세계유산, 생물권보전지역, 세계지질공원 등 유네스코 지정 지역은 전 세계 2260곳 이상이다. 전체 면적은 1300만㎢ 이상이며, 약 9억 명이 이들 지역에 거주하거나 생계를 의존하고 있다.
유네스코 지정 지역은 단순한 보호구역보다 넓은 개념으로 운영된다. 생물다양성 보전뿐 아니라 지역 주민의 생활, 문화, 전통지식, 생태 관리 방식이 함께 유지되는 공간이라는 점에서 ‘생활 경관’의 성격을 가진다. 보고서는 이들 지역에서 1000개 이상의 언어가 사용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들 지역은 기후 조절 측면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보고서는 유네스코 지정 지역이 연간 약 7억 톤의 이산화탄소를 흡수한다고 분석했다. 전 세계 야생동물 개체군이 1970년 이후 평균 73% 감소한 것과 달리, 유네스코 지정 지역 내 개체군은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흐름을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문제는 기후위기와 인간 활동에 따른 압력이 보호지역 안으로도 확대되고 있다는 점이다. 보고서는 현재 추세가 이어질 경우 2050년까지 유네스코 지정 지역 4곳 중 1곳 이상이 생태계 임계점에 도달할 수 있다고 봤다.
생태계 임계점은 기온 상승, 물순환 변화, 서식지 교란 등이 누적되면서 기존 생태계 기능이 급격히 약화할 수 있는 지점을 뜻한다. 이 단계에 가까워질수록 특정 종의 감소뿐 아니라 먹이망, 탄소 흡수, 수자원 유지 등 생태계가 수행해 온 기능도 함께 흔들릴 수 있다.
보호지역의 변화는 자연 생태계에만 그치지 않는다. 유네스코 지정 지역에는 주민 생활과 전통지식, 생계 기반이 함께 연결돼 있어 생태계 기능이 약화하면 지역사회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보호지역 관리에서 생물종 보전과 지역사회 참여가 함께 논의되는 이유다.
기후위기에 따른 극한기후 노출도 생물다양성 위험을 키우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국제학술지 ‘Nature Ecology & Evolution’에 게재된 연구는 전 세계 양서류, 조류, 포유류, 파충류 등 육상 척추동물 3만3900여 종을 분석한 결과, 2050년에는 이들 종의 서식 범위 평균 74%가 폭염에 노출될 수 있다고 예측했다.
같은 연구에서 2050년 기준 종 분포 지역의 약 16%는 산불, 8%는 가뭄, 3%는 하천 범람에 노출될 수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아마존, 아프리카, 동남아시아 등 생물다양성이 높은 지역에서 이러한 위험이 상대적으로 두드러질 수 있다는 전망도 제시됐다.
여러 극한현상이 동시에 발생하는 복합 위험도 커지고 있다. 연구진은 2050년에는 종 분포 지역의 약 14%가 두 가지 이상의 극한현상에 동시에 노출되고, 2085년에는 이 비율이 36%까지 확대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폭염, 산불, 가뭄, 홍수는 생물종의 생존과 번식, 먹이활동에 동시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유네스코 보고서는 보호지역의 회복력을 유지하기 위해 통합 관리, 생태계 복원, 장기 투자 확대가 필요하다고 제시했다. 기온 상승 폭을 1℃ 줄이면 심각한 교란에 노출되는 지역 수를 절반 수준으로 낮출 수 있다는 분석도 함께 담겼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