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채식인연맹에 따르면 전 세계 채식 인구는 약 1억8000만명, 비건 인구는 약 5400만명으로 집계됐다. 다양한 채식주의의 개념과 종류는 언제부터 정립됐을까. 또 언제부터 채식인구가 무려 1억8000만명에 이르렀을까.
비건과 채식주의자는 동의어로 통용되지만 엄밀히 말하면 다른 의미다. 비건은 다수 채식주의 단계 중 하나에 속하는 일부다. 비건은 극단적인 채식주의 단계로 육류와 가금류, 어패류는 물론 유제품과 달걀 섭취도 제한한다. 또 동물의 희생이 동반된 모든 제품과 서비스에 대한 사용을 거부한다.
육류를 먹지 않는다는 개념은 고대 인도와 동부 지중해 사회로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채식주의는 기원전 500년경 사모스의 그리스 철학자이자 수학자 피타고라스에 의해 최초로 언급됐다. 불교·힌두교·자이나교 등 주로 종교적인 이유로 동물에게 고통을 줘서는 안 된다는 신념이 자리잡아 채식주의가 전파됐다.
당시 건강을 염려하는 사람들이 가세해 채식주의 운동을 일으켰지만 고기 없는 생활방식은 서양에서 큰 인기를 끌지는 못했다. 1732년에 이르러서야 펜실베니아에서 설립된 엄격한 종파인 에브라타 클루이스터가 독신주의와 채식주의를 지지했다. 18세기 공리주의 철학자 제레미 벤담은 동물의 고통은 인간의 고통만큼 심각하다면서 인간의 우월성에 대한 생각을 인종차별에 비유하기도 했다.

최초의 채식주의 사회는 1847년 영국에서 형성됐다. 이후 3년 뒤 실베스터 그레이엄 목사는 미국채식협회를 설립한다. 그레이엄은 장로교 목사 출신이며 추종자들이 채식주의와 함께 금주와 금욕, 청결 등 도덕적인 삶을 위한 지시에 따랐다.
비건이라는 용어는 1944년에 처음 제시됐다. 당시 영국 목공 도날드 왓슨이 일부 채식주의자가 유제품과 달걀을 먹는다며 완전한 채식주의자를 뜻하는 ‘비건’이라는 용어를 내세웠다. 이외에도 채식에는 플렉시테리언, 폴로 베지테리언, 페스코 베지테리언, 락토 베지테리언, 오보 베지테리언 등으로 세분화됐다. 단계에 따라 유제품, 달걀, 가금류와 어패류 등의 섭취가 가능하다.

현시대 채식주의는 동물권 보호, 종교적인 이유뿐만 아니라 환경보호에 대한 의지와도 직결된다. 범지구적으로 진행되는 공장식 축산 때문이다. 좁고 열악한 조건에서 사육되는 동물들의 생활환경은 말할 것도 없다. 거대 규모 토지에서 운영되는 공장식 축산은 수많은 산림을 파괴한다. 실제 아마존 벌목의 91%가 축산업 때문에 이뤄진다.

또 오로지 인간의 먹거리로 길러지는 소와 돼지가 발생시키는 온실가스 배출량은 전 세계 교통부문과 맞먹는 51% 수준이다. 실제 아침·점심 채식 만으로도 1인당 이산화탄소 발자국을 1.3톤 감축할 수 있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환경 전문가들은 “공장식 축산과 현재의 육식습관이 새로운 팬데믹의 원인이 될 수 있다”며 “육식이나 채식 중 하나를 선택하자는 게 아니다. 균형을 유지해야 한다”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