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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보호

[단독] 제주 '성산 환경을 지키는 사람들' 환경부에 제출한 전문 공개

 

[비건뉴스 서인홍 기자] 성산지역 주민과 청년 등으로 구성된 '성산 환경을 지키는 사람들'이 지난 2019년부터 올해까지 약 2년간 조사했던 자료들을 제주 제2공항 환경영향평가 마무리에 앞서 환경부에 보낸 전문을 입수했다. 

 

성산을 지키는 사람들은 수십차례 현장 조사를 한 결과 법정보호종 조류가 29종으로 확인됐고, 두산봉과 성산일출봉, 섭지코지 등에 매가 서식하는 것을 직접 확인했다고 밝혔다.

 

특히 매와 새매 같은 맹금류는 해발 200~300m 이상 높이 날아, 항공기와 충돌 위험이 있다며 환경부 등에 대책 제시를 요구했다.

 

■ '성산 환경을 지키는 사람들'이 환경부에 보낸 전문

 

 

국민은 국가의 주인입니다. 그것은 정부의 모든 정책이 지향하는 바일 것입니다. 정부는 모든 방면에서 ‘기본’적이고 ‘필수’적인 요소들 즉, 국민의 삶에 심대한 영향을 미칠 정부사업의 진행상황을 누구나 알기 쉽게 설명하고 다양한 의견을 듣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겠으나 아직 우리사회에서 갈등의 소지가 있는 국책사업은 ‘기본’이 아니라 ‘투명성’조차 잘 지켜지지 않고 있습니다.


일방적인 발표. 제주 제2공항사업은 성산지역 주민과 제주도민이 모르고 있는 채, 시작되었습니다. 밀어붙이기 방식의 사업 태도로 추진한 것이 아니라면 해석할 수 없는 일들이 너무나도 많았습니다. 공항 입지로 성산을 선정하게 된 사전타당성 조사결과에서 예정지 일대 천연동굴이 제대로 조사되지 않은 점, 대수산봉 등 오름 절취 문제, 안개 일수 등 기상 조건 조작 등의 부실 의혹에 정부는 결국 하자를 인정하는 초유의 재조사를 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하지만 그마저 재용역도 졸속으로 치뤄져 의혹은 증폭되어만 갔습니다. 또한 폐기했다며 은폐한 ADPi 보고서가 실은 기존 공항개선으로써 “충분”하단 용역결과를 냈다는 것이 알려지며 국책사업에 대한 신뢰는 추락했습니다.


마을에 제2공항이 건설될 것이라는 발표를 TV로 처음 접하며 놀랐던 공항 계획지구 및 인근지역에 거주하고 있는 주민들은 제주 제2공항 사업이 표류된 몇 년 동안 사업의 진행 상황에 대해 제대로 아는 사람이 거의 없었습니다. 성산읍에서 인구가 가장 많고, 계획지구에 포함되는 다섯 개의 마을중 하나인 고성리의 한 주민은 “지금은 마을안내방송이 뜸하지만 예전엔 자주 있었는데, 지난 5년 동안 공항에 관련하여 마을안내방송을 들은 것이 다섯 손가락에 꼽을 정도”라고 증언합니다.


반면 마을 안에서 공항 관련 공무원들이 어느 마을 이장을 우리 편으로 만들면 된다하더라는 이야기, 어느 집에서 커튼을 치고 모여 비밀회의를 했다는 이야기들이 떠돌았습니다. 개탄하지 않을 수 없는 현실이었습니다. 척박한 이 땅에서 성실히 살아온 성산지역 주민들에게 좀 더 잘살기 위한, 대의를 위한 희생인듯, 비밀정보를 비공식적으로 공개하는, 눈앞의 이익구조로 유인하는 등, 결국 주민간의 갈등을 유발하는 목적으로 수많은 소문과 물밑작업이 진행되었습니다.


대한민국은 국제투명성기구(TI)에서 매년 발표하는 국가별 청렴도 인식에 관한 순위인 부패 인식 지수(Corruption Perceptions Index, CPI)가 경제규모 등에 비해 매우 낮은 국가에 속합니다. 최근 몇 년 새 많이 올랐다고 하는 순위가 아직 33위입니다. 공무원과 정치인이 부패했다는 인식의 크기는 그 부패에 따라 국민이 직접 감당하고 살아가고 있는 사회적비용의 양적 표현일 것입니다.


이 글을 쓰는 2021년 6월, 우리들은 그동안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이 사업으로 인해 상처를 입고 지쳐왔는지 지켜보았습니다. 국가를 상대로 국민들이 이렇게 힘겨운 싸움을 한다면 그 국가라는 것은 도대체 무엇인가, 누굴 위해 존재하는가 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


뒤늦게 시민들은 의견을 모았습니다. 지난 해에 제2공항 사업에 대한 TV공개토론회가 열렸고, 이는 정부의 태도에 있어서도 커다란 진전이라 평가합니다. 하지만 이것이 5년 전에 정부가 주도적으로 진행했던 대국민 서비스 중의 하나였으며 기본적인 절차와 논의를 건너뛰면서 생긴 돌이킬 수 없는 ‘희생’과 ‘훼손’이 정부의 책임으로 돌아간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될 것입니다. 이제 제주도민들은 사안에 대한 공동의 의견을 더 구체적으로 인식하게 되었으며 이는 도민들의 집단적 자구책이었다고 생각합니다.


힘든 과정을 거쳐 합의 본 2021년 2월 15일부터 진행되는 여론조사를 통해 도민은 제2공항 건설반대를 선택했습니다. 하지만 중앙정부, 지방정부할 것 없이 이 결과를 무시하는 어처구니 없는 행보가 시작되고 있습니다. 잠시 숨을 고르고 여기서 한 번 우리와 비슷한 사례를 살펴볼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프랑스 낭트에서도 제2공항을 건설하는 것에 대해 찬반이 갈렸고 우리의 ‘여론조사’와는 다르게 그들은 2016년 6월 26일 광역 지자체(낭트와 신공항 지역을 포함하는 르와르-아틀란티크 지방 전역) 차원의 ‘주민투표’를 시행했습니다. 그 결과는, 총 96만여명의 등록 유권자 중 51%가 투표에 참여해서 신공항 건설에 찬성 55.17%, 반대 44.83%의 결과를 얻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018년 1월 17일 프랑스 총리는 서부 낭트 인근의 노트 르담데랑드에 건설을 추진해온 신공항 프로젝트를 포기한다고 밝혔습니다. 그는 “국가가 이 문제에 관해 명확하고 단호한 결단을 내릴 때가 왔다”면서 “제반 여건과 상황이 신공항 프로젝트를 성공리에 수행할만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고 말했습니다. 대신 프랑스 정부는 찬반 양측의 의견을 중재해온 위원회가 제안한 대로 인근 낭트 아틀랑티크 공항의 활주로를 보강하는 등 확장 개보수를 대안으로 추진하기로 했습니다. 결국 정책적 필요와 경제논리보다 환경보호와 주민갈등 해소가 앞선다는 것을 프랑스 정부는 보인 것이었습니다.


환경파괴와 함께 마을의 공동체와 문화가 무너져가는 것을 지켜보며 주워 담을 수 없는 물을 바라보는 우리의 처지와 함께 또 하나 걱정되는 것은 설사 반대여론을 받아들여 국토부가 사업을 포기한다고 하더라도 이제까지 이곳에서 해 온 방식으로 계속해서 국책사업을 진행한다면 피해지역을 늘어만 가고 그곳의 주민들은 비슷한 방식으로 또다시 우리들이 겪었던 고난의 길을가게 될 것이란 점입니다.


그래서 우리들은 우리 사회의 투명성을 위한 작은 실천으로 앞으로 지속적인 공개질의문을 정부와 정치인들에게 보내고자 합니다. 우리는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을 다음 회에 공개할 것이며 가감하지 않을 것입니다. 환경영향평가법 제4조(환경영향평가등의 기본원칙)의 제3항 ‘환경영향평가 등의 대상이 되는 계획 또는 사업에 대하여 충분한 정보 제공 등을 함으로써 환경영향평가 등의 과정에 주민 등이 원활하게 참여할 수 있도록 노력하여야 한다(제13조 주민 등의 의견 수렴, 제15조 주민 등의 의견 재수렴)’에 명시된 국민의 의무와 권리를 행사하고자 합니다.


성실한 답변을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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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인홍

국민을 존중하고 현장의 생생한 이야기와 진실을 전해주는 정론직필 비건뉴스 발행인입니다.
'취재기자 윤리강령' 실천 선서 및 서명했습니다.
언론중재위원회 '2022년도 제1차 언론인 전문 연수' 이수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