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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로웨이스트

위스키 산업 부산물, 지속가능한 오메가-3 자원으로 재탄생

 

[비건뉴스=김민영 기자] 스코틀랜드의 전통 산업인 위스키 양조 과정에서 버려지던 부산물이 해양 생태계를 지키는 자원으로 다시 태어나고 있다. 바이오테크 스타트업 미알지(MiAlgae)가 증류 과정에서 나오는 영양분이 풍부한 폐수를 활용해 미세조류를 배양하고, 이를 통해 어유를 대체할 수 있는 오메가-3를 생산하면서 순환경제의 새로운 모델을 제시하고 있다.

 

현재 전 세계 오메가-3 수요는 급증하고 있다. 양식업, 가축 사료, 반려동물 식품, 건강기능식품 등 다양한 산업에서 필수 성분으로 쓰이고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주요 공급원이 여전히 야생 어류라는 점이다. 정어리, 멸치 등 소형 어류 수백만 톤이 매년 어분과 어유로 전환되며 바다 생태계는 심각한 위협에 놓여 있다.

 

실제로 전 세계 어분과 어유의 70% 이상이 이런 소형 어류에서 나오고 있으며, 일부 연구는 2037년이면 수요가 자연 공급량을 초과할 것이라고 경고한다. 이는 단순히 어업 자원의 고갈을 넘어, 해양 먹이망 전체를 흔들고 해양 생물다양성 붕괴를 촉발하는 원인이 되고 있다.

 

미알지가 주목받는 이유는 이 문제에 대한 실질적 대안을 제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회사는 위스키 한 리터를 생산할 때 발생하는 15리터가량의 부산물 속 영양분을 활용해 조류를 배양한다. 이렇게 길러진 미세조류는 오메가-3를 풍부하게 함유하고 있으며, 건조 과정을 거쳐 양식어 사료와 반려동물 식품에 투입된다. 바다에 의존하지 않고도 고부가가치 영양소를 확보할 수 있는 셈이다.

 

 

미알지는 자체 개발한 3만 리터 규모의 바이오리액터를 활용해 생산 효율을 높이고 있으며, 재생에너지를 활용해 운영한다. 생산 시설은 위스키 증류소 인근에 자리 잡아 에너지 효율을 높이고 지역 기반의 순환경제 모델을 실현한다. 2016년 창업 이후 꾸준히 기술을 다져온 미알지는 2024년 지구 환경 문제 해결을 위한 국제적 상인 ‘어스샷상’의 최종 후보에 오르기도 했다.

 

회사는 이제 본격적인 대규모 확장에 나선다. 새롭게 설립되는 생산시설은 연간 5만3000톤의 오메가-3 생산을 목표로 한다. 이는 전 세계 어유 수요의 10%를 대체할 수 있는 규모다. 이를 위해 연간 6억 리터가 넘는 위스키 부산물을 업사이클링해 210만 톤의 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이고, 기존에 어유를 얻기 위해 남획되던 160만 톤 이상의 어류 사용을 대신할 계획이다. 회사 측은 새로운 시설 가동 시 생산량이 기존 대비 60배 늘어날 것으로 전망한다.

 

협력도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스코틀랜드 이든 밀 증류소와의 협력 사례가 대표적이다. 미알지는 이곳에서 발생하는 폐수를 수거해 조류 배양에 활용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부산물을 자원화하는 동시에 깨끗한 물을 다시 자연에 돌려보내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가고 있다. 양식업과 반려동물 산업 분야의 글로벌 기업들과도 전략적 파트너십을 구축하며 시장 확대를 준비하고 있다.

 

향후 미알지는 식품 산업 전반으로의 확장을 노리고 있다. 육류 대체식품, 건강기능식품, 가축 사료 등 다양한 분야에서 오메가-3 수요가 증가하는 만큼, 위스키 부산물을 활용한 조류 배양 모델을 각국의 특성에 맞춰 적용한다는 전략이다.

 

창업자 더글러스 마틴 CEO는 “우리는 바다 의존을 끝내고자 한다. 이번 대규모 생산시설은 그 첫걸음”이라며 “각 지역의 부산물을 활용한 맞춤형 생산 모델을 통해 장거리 운송을 최소화하고 더욱 지속가능한 구조를 만들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알지의 시도는 단순히 새로운 원료 확보에 그치지 않는다. 식량 생산 체계에 ‘순환’의 논리를 심어 자원의 낭비를 줄이고, 영양 공급을 해양 생태계에서 분리해내려는 도전이다. 버려지는 자원을 미래의 먹거리로 바꾸는 이 실험이 성공한다면, 오메가-3를 둘러싼 바다의 위기는 완화되고, 인류는 보다 공정하고 지속가능한 식품 체계에 한 걸음 더 다가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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