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건뉴스=최유리 기자] 기후변화와 감염병 확산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되는 축산업의 문제를 줄이기 위해, 전문가들이 식물성 식단 전환을 제안했다. 감염병 전문가들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식물성 식단이 기후위기 대응뿐 아니라 항생제 내성 감소와 질병 예방에도 효과적”이라며 “의료진이 지속가능한 영양 지침을 실천적으로 이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국 감염병학회가 발행하는 학술지 '오픈 포럼 감염병(Open Forum Infectious Diseases)'에 따르면, 연구진은 동물성 식품 중심의 식단이 기후변화와 전염병 확산을 가속화한다고 분석했다. 이에 따라 연구팀은 “식물성 식단은 환경 보호와 공중보건 증진을 동시에 달성할 수 있는 실질적 대안”이라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동물성 농업이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의 주요 원인 중 하나이며, 경작 가능한 토지의 절반 이상이 축산용으로 사용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소 사육에서 발생하는 메탄가스는 전 세계 메탄 배출의 절반가량을 차지하고 있으며, 방목지 확대를 위한 산림 훼손은 생태계 파괴와 생물 다양성 손실로 이어진다.
산림 파괴는 또 다른 문제를 야기한다. 숲이 줄어들면 모기 서식지가 늘어나고 병원체를 옮기는 매개 곤충의 생존률이 높아져, 말라리아·뎅기열 등 감염병 발생 위험이 증가한다. 실제로 2001년부터 2015년 사이 소 사육으로 인한 산림 손실은 전체 농업 활동의 두 배에 달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항생제 내성을 전 세계적 보건 위기로 규정하고 있다. 축산업은 이러한 항생제 남용의 주범 중 하나로 꼽힌다. 미국에서는 판매되는 항생제의 대부분이 가축 성장 촉진과 질병 예방에 사용되고 있으며, 이는 분뇨를 통해 토양과 수계로 확산돼 내성균을 만든다. 일부 유럽 국가는 축산용 항생제 사용을 제한했지만, 세계적으로는 여전히 개선 속도가 더디다는 지적이다.
연구진은 “육류와 유제품 소비를 줄이면 축산업 내 항생제 사용량을 줄이고, 결과적으로 항생제 내성 확산을 억제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식물성 식단은 질병 예방에도 도움이 된다. 다수의 연구에서 채식 위주 식단이 비만, 심혈관 질환, 제2형 당뇨병 및 사망률 감소와 연관된 것으로 나타났다. 풍부한 섬유질과 비타민, 폴리페놀은 염증을 줄이고 면역 기능을 강화한다. 반대로 붉은 고기와 가공육 섭취는 암과 심장질환 위험을 높이는 것으로 보고됐다.
특히 코로나19 확산 당시 식물성 또는 어류 중심 식단을 유지한 의료 종사자들은 중증 코로나19 발병 위험이 최대 73% 낮은 것으로 조사됐다. 과일·채소 섭취가 많을수록 입원 기간이 짧고 증상이 경미한 경향도 관찰됐다. HIV 감염인이나 간염, 인유두종바이러스 감염자에게서도 유사한 항염증 효과가 보고됐다.
하지만 이러한 식단으로 전환하기는 쉽지 않다. 전문가들은 영양 교육 부족, 경제적 불평등, 식문화 차이, 접근성 제한 등을 주요 장애 요인으로 꼽았다. 저소득 지역일수록 건강한 식재료 접근성이 낮아 비만과 감염병 중증도가 높게 나타났다.
이에 뉴욕시 최대 병원 네트워크는 식물성 식단을 기본 식사로 전환해 식품 관련 탄소배출을 36% 줄이고, 운영 비용도 절감한 사례를 발표했다. 연구에 따르면 고소득 국가에서는 식물성 식단이 기존 식단보다 평균 22~34% 저렴하며, 실제로 미국 내 식물성 식품 시장 규모는 2017년 40억 달러에서 2023년 80억 달러로 두 배 증가했다.
연구진은 “도시 농업, 정부 보조금, 공공정책 개혁을 통해 저소득층도 접근할 수 있는 가격으로 식물성 식품을 확산해야 한다”며 “이는 공중보건과 기후 대응을 동시에 개선할 수 있는 현실적 전략”이라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