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건뉴스=김민영 기자] 항공 여행의 기후 영향을 단순히 ‘이산화탄소 배출량’으로 계산하는 기존 방식이 실제보다 훨씬 축소된 수치를 보여준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영국 서리대학교 환경지속가능성센터 연구진은 항공 여객 운항의 전 과정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와 비이산화탄소 요인을 모두 반영하는 새로운 계산 모델을 개발했다.
‘항공 여객 동적 배출 계산기(ATP-DEC)’로 불리는 이 모델은 연료 연소에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뿐 아니라 질소산화물, 수증기, 비행운 등 비이산화탄소 요인을 포함해 전체 기후 부담을 산출한다. 연구진은 이를 통해 항공편의 실제 온난화 효과가 기존 산업 기준치의 두 배 이상일 수 있다고 밝혔다.
기존 대부분의 항공 탄소 계산기는 게이트 투 게이트 기준의 연료 연소량만을 반영해 온실가스 배출을 산출해왔다. 하지만 ATP-DEC는 비행운 형성과 같은 ‘비교의약(Non-Kyoto)’ 요인, 연료 생산 과정의 상류 배출, 기내 서비스, 공항과 항공기 운영에 따른 생애주기 배출까지 포함한다.
연구를 이끈 주마 사두칸 서리대 교수는 “항공의 기후 영향을 정직하게 평가하려면 생애주기 전반을 고려한 분석이 필수”라며 “이번 LCA(생애주기평가) 기반 도구는 항공 운항의 모든 단계에서 발생하는 배출을 투명하게 보여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모델은 실제 운항 데이터를 반영한 점에서도 기존 도구와 차별화된다. 항공기는 이상적인 최단 거리로만 비행하지 않으며, 기상 조건이나 지정 공역 회피로 인한 우회가 잦다. ATP-DEC는 3만 회 이상 항공편의 운항 경로와 연료 소모 데이터를 분석해, 실제 비행 거리와 연료 사용량을 현실적으로 반영하도록 설계됐다.
연구 공동저자인 핀 맥폴 연구원은 “실제 비행 기록을 기반으로 한 데이터 분석을 통해 노선별·기종별 온실가스 배출을 정확히 파악할 수 있게 됐다”며 “이 정보는 여행객과 정책 입안자 모두에게 실질적인 기후 결정을 내릴 수 있는 근거를 제공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공동저자인 에두아르드 고언 교수는 “항공사와 예약 플랫폼, 규제 기관이 즉시 통합할 수 있도록 설계된 모듈형 시스템”이라며 “블록체인 기반 상쇄 프로젝트와도 연동되어 탄소 상쇄의 투명성을 높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연구진은 계산 과정에서 좌석 등급별 차이도 명확히 반영했다. 비즈니스석과 퍼스트석은 탑승 인원당 점유 면적과 서비스 배출량이 커 일반석보다 1인당 온난화 기여도가 높게 산출된다. 이는 기존 계산기에서 간과되던 부분이다.
자비에 폰트 서리대 교수는 “항공 산업은 비행의 환경 비용을 정확히 공개할 책임이 있다”며 “정확한 데이터 없이는 세금, 상쇄, 행동 변화 정책 모두 실효성을 잃는다”고 강조했다.
이번 연구는 국제 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 어스 앤드 인바이런먼트(Nature Communications Earth and Environment)’에 게재됐다.
연구진은 “ATP-DEC는 기존의 과소평가된 방식 대신 실데이터 기반 투명 회계 표준으로 자리잡을 수 있을 것”이라며 “진정한 탄소 감축과 책임 있는 가격 책정을 위해 하늘을 덥히는 모든 요인을 제대로 세야 한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