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포처럼 미세한 단위에서 출발한 이강욱의 회화는 우주적 공간 감각으로 확장돼 왔다. 서울 중구 페이토갤러리에서 열리고 있는 개인전 《가장 고요하게 빛나는 Gleaming in Serenity》는 그 변화의 궤적을 한 자리에서 보여주는 전시다.
전시는 4월 15일 개막해 오는 9일까지 이어진다. 초기 연작부터 최근 작업까지 회화 35점이 출품됐으며, 본지는 4월 26일 전시 현장을 찾아 작품 구성과 전시 동선을 확인했다. 전시는 한 작가의 최근작을 소개하는 데 그치지 않고, 초기 작업에서 신작으로 이어지는 30년 작업 세계를 입체적으로 조망하는 방식으로 구성됐다.
이번 전시에는 ‘Invisible Space-Line’, ‘Invisible Space’, ‘Gesture’, ‘White Gesture’ 등 네 개 주요 시리즈가 함께 소개된다. 선과 입자, 색면, 층위가 화면 안에서 어떻게 변화해 왔는지를 따라가면, 이강욱 회화가 보이지 않는 세계를 가시화해 온 방식을 읽을 수 있다.
이강욱의 작업은 현미경으로 본 세포 조직이나 미립자의 구조에서 출발해 우주적 공간 감각으로 확장되는 특징을 보인다. 구체적 형상보다 보이지 않는 질서와 관계를 화면에 구성하는 방식이 작업의 주요한 축으로 읽힌다.
초기 ‘Invisible Space-Line’ 연작은 아크릴 막 위에 연필 드로잉과 유리구슬, 큐빅 등을 더해 미세한 관계망을 구성한 작업으로 설명된다. 이후 ‘Invisible Space’ 연작에서는 이른바 ‘쌀알’ 형태의 유기적 단위가 화면에 흩어지거나 군집하며 미시 세계에 대한 탐구가 보다 정제된 조형 언어로 확장됐다.
2015년 이후 전개된 ‘Gesture’ 연작에서는 작가의 신체적 행위와 화면의 층위가 더 두드러진다. 신작 ‘White Gesture’는 색의 층위 위에 흰색을 다시 덮는 방식으로 구성돼, 화면을 가리면서도 그 아래 축적된 흔적을 드러내는 구조를 보인다. 발산하던 에너지가 안쪽으로 수렴하는 변화가 이번 전시의 중요한 감상 지점이다.
페이토갤러리 관계자는 이강욱 작가와 약 15년간 인연을 이어왔다며, 이번 전시가 작가의 30년 작업 세계를 조망하는 자리라고 설명했다. 그는 “무수한 레이어를 쌓고 다시 지워내는 작가의 수행적인 과정은 우리 존재를 둘러싼 보편적 질서를 마주하게 한다”며 “보이지 않는 세계가 건네는 위로를 경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강욱은 작가노트에서 20대 초반 자신을 이루는 세포에 주목했고, 이를 확대해 들여다보는 과정에서 무한한 우주를 떠올렸다는 취지로 작업의 출발점을 설명했다. 전시 제목의 ‘고요하게 빛나는’이라는 표현도 표면의 장식성보다 축적된 시간과 보이지 않는 질서를 향한 관심과 맞닿아 있다.
이강욱은 2002년 중앙미술대전 대상과 동아미술대전 동아미술상 등을 수상하며 미술계에 이름을 알렸다. 이후 영국 첼시예술대학교와 이스트런던대학교 대학원에서 수학했고, 세포와 우주, 미시와 거시처럼 서로 다른 층위가 하나의 화면 안에서 연결되는 구조를 탐구해 왔다. 현재 홍익대학교 미술대학 회화과 교수로 재직 중이며, 국립현대미술관과 서울시립미술관 등 주요 기관에 작품이 소장돼 있다.
본지 현장 취재 결과, 이번 전시 작품 가격은 크기에 따라 100호 기준 6000만 원, 60호 기준 4200만 원, 30호 기준 2000만 원으로 형성된 것으로 파악됐다.
이강욱 작가는 본지와의 현장 인터뷰에서 “9월 열리는 키아프 서울 2026과 11월 이탈리아 밀라노 전시를 준비하고 있다”며 이번 개인전이 초기작부터 신작까지 이어지는 작업의 흐름을 관람객에게 직접 보여주는 자리라는 취지로 설명했다.
이번 개인전은 전시 막바지에 접어든 가운데 작가의 주요 연작을 한 자리에서 확인할 수 있는 전시다. 신추상 회화라는 평가를 직접 단정하기보다, 미시적 이미지와 거시적 공간 감각이 한 화면 안에서 맞물리는 방식을 중심으로 접근할 때 이강욱 회화의 흐름을 보다 선명하게 볼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