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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오염

“전 세계 3,500여 종 동물, 기후변화로 직접 위협…해양 생물군 타격 커”

 

[비건뉴스=김민영 기자] 전 세계적으로 최소 3,500종 이상의 동물이 기후변화로 인한 직접적인 위협에 노출되고 있다는 대규모 분석 결과가 나왔다. 이 연구는 기온 상승, 폭풍의 격화, 가뭄 등 기후 스트레스 요인이 생물다양성에 심각한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번 연구는 오리건주립대 생태학자 윌리엄 리플 교수가 주도했으며, 국제자연보전연맹(IUCN)의 데이터를 바탕으로 70,814종의 동물을 분석한 결과다. 연구에 따르면 특히 따뜻해진 해역에서 이동성이 떨어지는 무척추 해양 생물들이 기후변화에 가장 취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리플 교수는 “지금 우리는 지구 야생동물에게 실존적 위기가 시작되는 시점에 와 있다”며 “그동안 생물다양성 손실의 주요 원인은 과잉착취와 서식지 파괴였지만, 기후변화는 이제 세 번째 중대한 위협이 되고 있다”고 밝혔다.

 

분석 결과, 거미류, 지네류, 산호류, 히드라류 등 일부 무척추동물 분류군에서는 최소 25%의 종이 기후 위험에 취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포유류, 조류, 파충류 등 다른 분류군도 상당수 종이 위험에 처해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특히 해양 생태계는 온실가스로 인한 초과 열을 가장 많이 흡수하는 공간으로, 고위험 지역으로 지목됐다. 리플 교수는 “바다는 기후변화의 열을 가장 많이 흡수하는 공간이며, 이곳에서 살아가는 동물들은 이동 능력이 제한돼 악조건을 피할 여지가 거의 없다”고 설명했다.

 

극단적인 기후 현상으로 인한 대량 폐사 사례도 잇따르고 있다. 이스라엘 연안에서는 해수면 온도 상승 뒤 연체동물 개체수가 90% 가까이 급감했고, 2021년 북서 태평양 지역의 열돔 현상으로 조개, 홍합, 달팽이 등 수십억 마리가 며칠 만에 폐사했다. 2016년 발생한 해양 폭염은 호주 그레이트 배리어 리프 산호초의 약 30%를 백화시켰다. 육상과 해양 척추동물 역시 예외는 아니었다. 2015~2016년의 이상 고온으로 북태평양 해양 먹이사슬이 붕괴되면서 멸치 등 어종이 급감했고, 대서양 대구는 70% 이상 감소했으며 혹등고래 약 7,000마리가 폐사했다.

 

 

리플 교수는 “이런 대량 폐사 사건은 생태계 전체에 파급 효과를 미친다”며 “탄소순환, 영양순환뿐만 아니라 종 간 상호작용 등 생태계 기능에도 심각한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연구가 기후위험에 대한 본격적인 평가의 시작일 뿐이며, 현재까지 기술된 동물 종 가운데 단 5.5%만이 분석 대상이었고, 101개 동물 분류군 중 66개는 아예 기후위험 평가가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특히 IUCN 적색목록은 척추동물에 편중돼 있어, 수분과 토양 건강, 해양 먹이망에 핵심적인 무척추동물의 대다수는 평가 대상에서 빠져 있다.

 

연구진은 기후위험을 반영한 실시간 모니터링 체계 구축, 시민과학 확대, 종의 이동성·유전정보 통합 등 다층적 대응책을 제안했다.

 

이들은 “기후위험을 정확히 이해하는 것은 정책 결정에 필수적이며, 취약 종에 생존 기회를 제공하기 위한 보호 조치 설계를 위해 구체적인 데이터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리플 교수는 “기후위험 평가를 더 자주 시행하고, 종의 적응 능력도 고려해야 한다”며 “생물다양성과 기후 정책을 통합하는 글로벌 전략이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지구 평균기온이 산업화 이전 대비 1.5도 상승의 한계에 점점 가까워지고 있는 가운데, 이번 연구는 기후변화가 더 이상 미래의 위험이 아니라 현재의 위기임을 강하게 시사한다. 정부와 국제사회의 대응 수준에 따라 현재 위협을 받는 3,500여 종의 동물 수는 급격히 늘어날 수도, 혹은 억제될 수도 있을 것이다.

 

이번 연구는 국제 학술지 바이오사이언스(BioScience)에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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