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비건뉴스=김민정 기자] 전 세계적으로 플라스틱 오염 문제와 환경 규제가 강화되면서, 기존 석유 기반 플라스틱을 대체할 수 있는 친환경 소재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그 중심에 있는 것이 바로 ‘생분해성 고분자(Biodegradable Polymers)’다.
생분해성 고분자는 자연 환경에서 일정 기간 내 분해되는 특성을 가진 고분자 물질로, 플라스틱 포장재·일회용품·농업용 필름·의료기기 등 다양한 산업 분야에서 적용이 확대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에 따르면 글로벌 생분해성 고분자 시장은 2025년 약 54억 달러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되며, 2032년에는 약 127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예측된다. 연평균 성장률(CAGR)은 약 12.5%에 이른다.
이와 함께 다른 민간 리서치 기관들도 보다 빠른 성장을 전망하고 있다. 일부 보고서는 2025년 116억 달러에서 2035년 805억 달러까지 성장할 것으로 보고 있으며, CAGR은 21%를 넘는 수준이다. 이러한 차이는 분석 기준 연도나 세부 적용 산업군에 따라 달라지나, 전반적인 성장 추세에는 이견이 없다.
시장 성장의 가장 큰 원동력은 각국 정부의 규제 강화와 기업의 ESG 경영 확대다. 유럽연합(EU)은 일회용 플라스틱 사용을 강력히 규제하고 있으며, 미국·한국·일본 등도 플라스틱 사용량 감축을 위한 법제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에 따라 대체 소재로서 생분해성 고분자에 대한 산업계의 수요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특히, 소비재·포장 산업에서는 친환경 인증이 제품 경쟁력으로 직결되면서 해당 소재 도입이 가속화되고 있다.
생분해성 고분자의 주요 제품군으로는 PLA(Polylactic Acid, 폴리젖산), 전분 기반 블렌드, PBS(Polybutylene Succinate), PHA(Polyhydroxyalkanoates) 등이 있다. 이 중 PLA는 전체 시장의 약 40%를 차지하며 가장 널리 사용되고 있다. PLA는 옥수수 전분이나 사탕수수 등을 원료로 하여 생산되며, 상업용 퇴비화 조건에서 빠르게 분해된다. 다만 산업용 퇴비화 시설이 부족한 지역에서는 실질적인 생분해성 확보에 한계가 있어, 향후 인프라 확대와 함께 소재 기술 개선이 요구되고 있다.
이와 함께 전분 기반 생분해성 고분자는 비교적 저렴한 원료 가격과 다양한 블렌딩 기술의 적용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높은 성장 가능성을 보이고 있으며, 의료기기나 포장재와 같은 고부가가치 분야에서는 PHA와 PBS의 활용도 늘고 있다. 특히 PHA는 미생물 발효로 생산되며 해양 생분해성까지 갖추고 있어, 해양 플라스틱 문제의 대안으로도 주목받고 있다.
지역별로 보면, 아시아·태평양(APAC) 지역이 현재 가장 큰 시장 규모를 형성하고 있으며, 중국과 인도, 일본을 중심으로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유럽은 환경 규제가 강력한 만큼 성장 잠재력이 높으며, 북미 지역은 대기업의 ESG 전략과 연계된 투자가 확대되며 시장이 확대되고 있다.
한편, 생산 단가와 소재 물성에 대한 기술적 한계는 시장 성장의 주요 제약 요인으로 지목된다. 생분해성 고분자의 단가는 기존 석유계 플라스틱 대비 2~3배 이상 높은 경우가 많아, 대량 보급에 장애가 되고 있다. 또한, 일부 생분해성 소재는 실제 자연 환경에서는 완전한 분해가 어렵거나, 마이크로플라스틱을 유발할 수 있는 중간 부산물을 남기는 사례도 보고되면서, 국제적인 생분해성 기준 마련과 인증 제도 정비가 시급한 상황이다.
이러한 과제를 극복하기 위한 기술 개발도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영국의 스타트업 Polymateria는 폴리올레핀(PE, PP 등) 기반 플라스틱에 생분해성 첨가제를 도입해, 1년 이내에 플라스틱이 자연 분해되도록 하는 기술을 상용화하고 있다. 이 기술은 분해 시 인체와 생태계에 무해한 왁스로 전환되는 과정을 거쳐, 미세플라스틱 문제까지 고려한 친환경 솔루션으로 평가받는다.
주요 글로벌 기업으로는 BASF, NatureWorks, Mitsubishi Chemical, Evonik, Novamont, Danimer Scientific 등이 있으며, 이들 기업은 제품 포트폴리오 다각화와 기술 특허 확보를 통해 시장 지배력을 강화하고 있다.
결국 생분해성 고분자 시장은 환경 문제 해결을 위한 필수 대안이자, 지속가능한 소재 산업으로의 전환을 이끄는 핵심 분야로 부상하고 있다. 기술력, 인프라, 정책이 유기적으로 연계될 경우, 해당 시장은 2030년대 초반을 기점으로 주류 소재 시장으로 진입할 가능성이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