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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보호

[비건수첩] 국제 강아지의 날, 한국은 강아지에게 떳떳할까

[비건뉴스 김민영 기자] 매년 3월 23일은 국제 강아지의 날이다. 2006년 미국 반려동물학자인 콜린 페이지의 제안으로 만들어진 국제 강아지의 날은 세계 모든 강아지들을 사랑하면서 보호하는 것은 물론 유기견 입양 문화를 정착시키자는 취지로 제정됐다.

 

 

지난 2021년 조사한 바에 따르면 국내의 반려동물 양육 인구 수는 1500만 명에 달한다. 이는 국내 4가구 가운데 1가구가 반려동물과 함께 살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반려동물 양육 수 가운데 절반을 반려견 양육 수라고 치더라도 약 750만 명의 인구가 강아지와 함께 생활하고 있는 것이다.

 

늘어나는 반려동물 가구 수만큼 반려견과 관련된 시장은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있는 모양새다. 반려동물을 가족처럼 여기는 ‘펫팸족’들이 증가하면서 강아지 유치원, 호텔을 비롯해 반려동물을 위하는 가전제품, 가구 등 다양한 제품들이 등장하고 있으며, 럭셔리, 명품 브랜드에서도 반려견을 위한 아이템을 속속 선보이고 있다.

 

그렇다면 한국은 강아지들에게 떳떳한 사회일까? 기자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한국만큼 강아지에 대한 대우가 천차만별인 나라는 없기 때문이다. 좁은 나라에 주인의 사랑을 듬뿍 받으며 가족의 일원으로 살아가는 강아지들이 있는가 하면 더럽고 열악한 불법 개 사육 농장에서 개고기가 되기 위해 평생을 보내는 강아지들이 있다.

 

 

국제 사회에서 한국은 최근 들어 K팝 등으로 인해 문화 강국으로 불리고 있지만 몇 년 전 만에도 개고기 문화로 잘 알려진 나라였다. 과거 박지성 선수의 응원가가 ‘개고기 송’이었던 것과 더불어 손흥민, 이강민 등 해외에서 활동하는 유명 선수들에게 아직까지 ‘개고기나 먹어라’라는 인종차별적 발언을 하는 것은 개고기 문화가 K팝보다 더욱 뿌리깊게 자리잡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그렇다면 대한민국 국민들의 개고기에 대한 인식은 어떨까. 올해 초 사단법인 동물복지연구소 어웨어는 국민 10명 중 7명은 개를 식용으로 사육, 도살, 판매하는 행위를 법으로 금지하는 데 찬성한다는 설문 조사를 발표한 바 있다.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94.2%가 지난 1년간 개고기를 먹은 경험이 없으며, 88.6%는 향후 개고기를 먹을 의향이 없다고 답했다.

 

이 같은 국민의 인식 변화에도 관련 법 제정은 오리무중 상태다. 지난 2021년 정부가 ‘개식용 문제 논의를 위한 위원회’를 출범시켰지만 활동기한 연장을 거듭하다 지난해 7월 결국 무기한 연장을 선언하고 구체적인 발표를 미루고 있는 상황이다.

 

 

확실한 개고기 금지법이 없는 상태에서 개 농장을 찾아 개들을 구조하는 것은 동물보호단체의 몫이 됐다. 동물보호단체 한국 휴메인 소사이어티 인터내셔널(이하 한국 HSI)는 2015년부터 ‘변화를 위한 모델(Models For Change)’ 캠페인을 진행해 개농장 폐쇄를 원하는 농장주들이 보다 인도적인 사업으로 전환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한국HSI는 지난 7일에도 3일 간 충청남도 아산에 위치한 개농장을 폐쇄하고 도살 위기에 처했던 약 200마리의 개들을 구조했다. 개농장으로 27년여간 운영해온 양 씨는 “앞으로 개식용 산업의 미래가 불투명하다고 생각한다”면서 “처음 시작할 당시와 비교하면 개식용 산업을 바라보는 사회의 시선이 훨씬 비판적”이라고 전했다.

 

 

이번에 진행된 개농장 폐쇄는 한국HSI가 국내에서 ‘변화를 위한 모델’ 캠페인을 통해 폐쇄하는 18번째 농장이며 지금까지 약 2700마리의 개를 구조했다. 이번 아산 농장에서 구조된 개들은 미국의 보호소로 이송돼 충분한 휴식 및 안정을 취하고, 필요한 치료를 받은 후 가족을 찾기 위한 입양 절차를 거치게 된다.

 

한국 HSI의 이상경 팀장은 “폐쇄가 진행된 개농장에서 구조된 개들은 지금까지 개 식용 농장의 좁은 뜬 장에서 살며 여러 신체적·정신적 상처를 입었지만, 앞으로 충분한 사랑과 보살핌 속에 반려견으로서의 삶을 살아가게 될 것이다”라면서 "양씨와 같은 농장주들의 이야기는 개식용 종식에 있어 상징적인 변화의 사례며 개식용에 대한 한국의 인식과 태도가 바뀌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희망적인 메시지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개식용 문제만큼 동물학대 역시 큰 문제로 지목되고 있다. 최근 경기 양평군에서 일어난 1200마리 개 아사(餓死)사건이 대표적이다. 해당 사건은 집주인 60대 남성이 2020년 6월부터 최근까지 애견 경매장 등에서 상품가치가 떨어진 반려견 등을 한 마리 당 1만원 가량 받고 데려와 굶겨 죽인 것으로 밝혀졌다. 

 

이 같은 사건이 밝혀지자 동물보호단체를 비롯한 시민들은 분노의 목소리를 높였다. 특히 한국 반려동물 문화 가운데 펫숍과 번식장 문제가 수면 위로 올라오면서 동물을 사고파는 행위 자체를 근절해야한다는 주장이 커지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에서 진행한 '2021년 동물보호 국민의식조사'에 따르면 반려동물 양육자의 약 20% 정도가 펫숍에서 구입한다고 응답했을 정도로 많은 반려견들이 번식장과 펫숍을 통해 판매되고 있다. 

 

펫숍을 통한 동물 매매를 금지하는 일명 ‘루시법’ 제정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루시법은 2013년 영국의 번식장에서 구조된 강아지 '루시'의 이름을 붙인 법으로 영국의 동물단체 펍 에이드(Pup Aid)가 루시의 통한 공장식 번식 문제를 사회에 알리며 법으로 제정됐다. 이에 영국에서는 2020년 시행된 루시법에 따라 펫숍에서 6개월 미만의 강아지와 고양이의 판매가 금지됐으며 전문 브리더에 의해 번식된 2개월 이상의 동물만 어미와 함께 있는 상태에서 직접 대면에 의해서만 판매할 수 있다.

 

이와 관련해 한국동물보호연합은 23일 국제 강아지의 날을 맞아 기자회견을 열고 강아지 공장 폐쇄를 촉구하는 자리를 마련한다. 단체는 보도자료에서 "이번 1200마리 개 아사 사건이 발생할 수 있었던 것은 그 배후에 '강아지 공장'인 번식장과 강아지 경매장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에 동물학대 공장인 '강아지 공장'과 '강아지 경매장'의 폐쇄를 강력 촉구한다"라며 "펫숍에서의 강아지 판매와 인터넷에서의 강아지 판매를 금지해 무책임한 번식과 충동 구매 그리고 유기견 발생 증가의 악순환을 끊어 줄 것을 촉구한다"라고 밝혔다.  

 

한편 동물보호법에 따르면 죽음에 이르게 하는 학대 행위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며 반려동물 사육·관리 의무 위반으로 질병 또는 상해를 유발한 동물 학대 행위와 반려동물과 관련된 무허가 영업행위는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 원 이하의 벌금이 각각 부과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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