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비건뉴스=권광원 기자] 국내 패션 업계에서 비(非)동물성 소재와 친환경 생산 방식을 내세운 비건패션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윤리적 소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특히 밀레니얼·Z세대를 중심으로 동물피해를 최소화하고 지속가능한 소재를 선택하는 경향이 강화되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분석에 따르면 국내 비건패션 시장은 향후 연평균성장률(CAGR) 약 9%로 확대될 것으로 예측됐다. 이는 대체육이나 식물성 단백질 시장의 성장률과 유사한 수준으로, 식품을 넘어 패션 전반으로 ‘비건’ 흐름이 확장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변화의 원인을 윤리적 가치의 확산과 환경문제에 대한 인식 제고에서 찾고 있다. 과거에는 가죽과 모피를 고급 소재로 여겼지만, 최근에는 이를 동물학대나 환경오염의 원인으로 보는 시각이 늘었다. 한국채식연합 관계자는 “패션에서도 비건 실천이 중요하다는 인식이 커지고 있다”고 밝혔다.
국내 비건 브랜드 ‘비건타이거’는 모피·가죽·울 등 동물 유래 원료를 완전히 배제하고 자체 개발한 식물성·인조 소재로 컬렉션을 선보이고 있다. 이 브랜드는 ‘Cruelty-Free’를 핵심 가치로 내세우며 국내외 패션쇼에서 주목받았다. 해외에서도 스텔라 맥카트니, 파인애플 가죽 브랜드 ‘Piñatex’ 등 동물성 소재를 대체한 제품이 늘고 있다.
또 다른 원인으로는 기술 혁신이 꼽힌다. 리사이클 원단과 업사이클링 기술이 발전하면서 품질과 가격 경쟁력이 향상됐다. 한국패션산업연구원 자료에 따르면 비건 소재를 사용한 제품의 평균 단가가 최근 3년 새 약 18% 하락하며 접근성이 높아졌다. 이는 소비자 확대의 주요 요인으로 분석된다.
비교해 보면, 기존 천연가죽은 가공 과정에서 물과 화학약품을 다량 사용하는 반면, 식물성 인조가죽은 탄소배출량을 30% 이상 줄일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환경부 통계에 따르면 섬유·패션산업은 국내 산업 탄소배출량의 약 7%를 차지해, 소재 전환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해외에서는 유럽연합이 2030년까지 의류 폐기물 절반 감축을 목표로 하는 ‘서큘러 패션 로드맵’을 추진 중이다. 이에 맞춰 글로벌 패션 브랜드들이 비건 인증과 친환경 라인을 확대하고 있으며, 한국 기업들도 유럽 시장 진출 시 비건 인증을 필수 조건으로 인식하고 있다.
학계에서도 지속가능패션과 윤리패션을 주제로 한 연구가 활발하다. 한양대 소비자학과 연구팀은 “비건패션은 단순한 유행이 아니라 환경·윤리적 책임을 실천하는 소비문화로 진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업계 측은 “정부 차원의 인증제도와 세제 혜택이 마련된다면 시장 확산이 더 빨라질 것”이라고 전했다.
결국 비건패션은 ‘윤리’와 ‘지속가능성’을 축으로 한 새로운 시장 패러다임으로 자리잡고 있다. 전문가들은 향후 비건 인증 확대, 친환경 소재 개발, 해외 수출 강화가 산업 성장의 관건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