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건뉴스=최유리 기자] 학교 급식에서 동물성 식단을 줄이고 식물성 단백질과 곡물 다양화를 확대할 경우 환경부담을 크게 줄일 수 있다는 분석이 제시됐다. 이번 연구는 스페인 카탈루냐 지역의 급식 지침을 장기간 검토해 환경영향 변화를 비교했다. 국내 전문가들도 식물성 중심 급식은 건강성과 환경성을 함께 고려할 수 있는 대안이라는 점에서 참고할 만하다는 입장이다.
카탈루냐 공개대학교(UOC)와 바르셀로나 글로벌보건연구소(ISGlobal) 등 공동연구진은 카탈루냐 공중보건청(ASPCAT)이 2005년 이후 발표해 온 학교 급식 지침을 기반으로 환경영향을 분석했다. 연구는 산성화, 물 부족, 인체독성, 금속·광물 자원 사용, 화석연료 사용 등 16개 지표와 통합지수인 생태발자국을 비교 대상으로 삼았다.
연구진은 2005년 지침을 기준으로 2012년, 2017년, 2020년 개정 지침 간 차이를 비교했다. 그 결과 2012년 지침은 약 9%, 2017년 지침은 약 22%, 2020년 지침은 약 40% 수준으로 환경발자국이 낮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각 개별 지표 역시 2005년 대비 5~52% 범위에서 감소한 것으로 파악됐다.
연구에 따르면 육류와 생선 등 동물성 식품이 대부분의 환경부담을 차지했다. 이에 따라 동물성 단백질 섭취를 줄이고 콩류 등 식물성 단백질 비중을 높이면서 곡물 종류를 다양화하면 전체 환경영향을 약 50%까지 줄일 수 있다고 연구진은 설명했다. 다만 이러한 정책은 지역별 식습관과 급식 환경에 따라 차이가 있을 수 있어, 해외 결과를 국내에 그대로 적용하는 데에는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연구진은 전했다.
양질의 식단 구성과 다양성 부족에 대한 우려도 언급됐다. 연구를 이끈 안나 바흐 연구진은 “가정과 학교, 조리 인력이 협력해 이러한 인식을 함께 개선해 나가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는 카탈루냐 지역을 대상으로 했지만, 식품 소비 구조가 유사한 다른 지역에서도 참고할 만한 방향성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제 연구에서도 식물성 단백질 중심 식단이 보건성과 환경성 모두에 긍정적이라는 분석이 이어지고 있다. 2019년 EAT-랜싯 위원회가 제안한 ‘플래너터리 헬스 다이어트(PHD)’는 채식을 강제하지 않지만, 식물성 비중을 높여 건강과 지속가능성을 동시에 고려한 식사 구성을 목표로 한다.
위원회가 미국과 영국 인구를 대상으로 분석한 결과, PHD 준수도가 높은 그룹은 사망위험이 미국에서 약 23%, 영국에서 약 16%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이 수치는 관찰연구 기반으로 제시된 경향이며, 인과관계 단정은 어렵다는 점도 함께 언급됐다. 연구진은 이 식단이 질병 예방과 환경부담 감소에 긍정적인 흐름을 보인다고 설명했다.
식단 탄소배출 분석에서도 PHD와의 이탈 정도가 클수록 온실가스 배출량이 높아지는 경향이 관찰됐다. 붉은 고기와 유제품이 배출 기여도가 가장 높게 나타났다. 연구진은 이러한 경향이 다양한 국가의 식습관 분석에서도 공통적으로 확인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멕시코 정부는 지난 3월 공립학교를 대상으로 한 새로운 급식 지침을 시행했다. 이번 지침은 고열량·저영양 식품 판매를 금지하고, 현지 농산물 기반의 영양 식단을 권장하는 내용을 포함한다. 멕시코 교육부가 제공하는 조리 지침에는 옥수수, 콩류, 견과류 등 전통 식재료를 활용한 간식과 조리법이 소개돼 있다.
멕시코의 아동영양 지원체계인 DIF 프로그램에서는 저소득층 학생에게 콜드·핫 브렉퍼스트 형태의 식단을 제공한다. 식단 구성에는 우유류, 곡물, 콩류, 채소류, 견과류 등 다양한 기초 식재료가 포함된다. 일부 공급품에는 참치와 정어리 등 동물성 식품도 포함돼 있으나, 전체 구성은 곡물과 콩류 중심의 저탄소 식단으로 평가된다.
영양학자들은 멕시코 급식 체계가 신선 채소·과일 비중을 더 높일 여지가 있다고 평가하면서도, 전통적 옥수수 식품(토르티야, 틀라코요 등)의 규칙적 섭취가 비타민B군, 철, 마그네슘 등 섭취에 기여하고 니스타말화 과정이 단백질 이용률을 높인다는 점에서 영양적 의미가 크다고 설명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