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비건뉴스=최유리 기자] 글로벌 스포츠웨어 브랜드 아디다스가 자사 제품에 더 이상 캥거루 가죽을 사용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이번 결정은 전 세계 동물권 단체의 환영을 받고 있지만, 일반 대중에겐 다소 뜻밖의 소식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최근 여러 외신에 따르면 아디다스는 연례 주주총회에서 이같이 밝혔다. 아디다스의 비욘 굴덴(Bjørn Gulden) CEO는 "이미 몇 개월 전부터 캥거루 가죽 사용을 중단했다"고 말했다.
동물권 단체들은 이를 "동물 학대와 야생동물 착취에 맞선 중요한 승리"라며 높이 평가했다. 아디다스는 '캥거루는 신발이 아니다(Kangaroos Are Not Shoes)'라는 동물권 단체의 캠페인 이후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 나이키, 푸마, 뉴밸런스 등 다른 브랜드들은 이미 캥거루 가죽 사용을 중단한 바 있다.
동물 보호 단체(In Defense of Animals)의 대표이자 CEO인 마릴린 크로플릭(Marilyn Kroplick) MD는 "이것은 캥거루에게 기념비적인 승리이며, 옹호 활동이 어떻게 긍정적인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강력한 사례입니다"라면서 "수년간 우리는 아디다스를 비롯한 여러 기업에 캥거루 가죽 사용을 중단할 것을 촉구해 왔으며, 오늘, 지지자들과 연대하는 분들의 목소리 덕분에 마침내 그날이 왔습니다"라고 전했다.
특히 그동안 동물 보호 단체(In Defense of Animals) 지지자들은 아디다스 CEO 비욘 굴든에게 캥거루 가죽 사용 중단을 요구하는 전화를 쏟아붓고 15,451통의 이메일을 보냈다. 이러한 끊임없는 지지는 아디다스가 정책을 바꾸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그동안 캥거루 가죽은 야간에 진행되는 사냥을 통해 획득됐다. 동물권 단체인 월드 애니멀 뉴스에 따르면, 호주의 황야에서 매일 밤 수십만 마리의 캥거루가 총격을 받아 죽으며, 살아남은 어린 캥거루들은 방치되거나 잔인한 방법으로 처리돼 왔다. 이렇게 확보된 가죽은 고급 축구화나 가죽 제품으로 제작돼 세계 시장으로 수출됐다.
그러나 아디다스는 이 같은 비판에 대해 "캥거루 가죽(K-가죽)은 호주 정부의 인증을 받은 공급업체로부터 공급받았으며, 동물복지와 종 보호를 보장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호주의 동물보호단체 '캥거루 얼라이브'의 믹 맥킨타이어는 "야간 사냥은 규제가 거의 불가능하며, 실제 현장에서 잔혹 행위가 만연하다"고 반박했다.
한편, 캥거루 가죽은 신축성과 내구성이 뛰어나 스포츠웨어 제작에 인기가 있었으며, 호주 내에서는 과잉 개체 수 조절 차원에서 캥거루 도살을 허용해 왔다. 2019년 당시 호주 농림부는 4500만 마리로 추정된 캥거루 개체 수를 조절하기 위해 도살 허용 정책을 정당화했다.
하지만 동물보호단체 프로 와일드라이프는 "매년 160만 마리의 캥거루가 사냥당하며, 많은 경우 고통스럽게 죽음을 맞는다"고 밝혔다. 또한, 어미 캥거루가 죽으면 새끼들은 방치돼 결국 굶어 죽거나 탈수로 죽는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