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진이 식물이 토양에서 흡수한 나노플라스틱을 열매를 통해 다음 세대로 전이할 수 있다는 결과를 담은 연구를 발표했다. (사진=unsplash)](http://www.vegannews.co.kr/data/photos/20240207/art_17077994998345_cdfc66.jpg)
[비건뉴스=김민영 기자] 플라스틱 폐기물이 심각한 환경문제를 불러일으키고 있는 가운데 플라스틱이 마모돼 작게 쪼개지는, 이른바 미세·나노플라스틱 문제가 심각하다.
미세플라스틱은 5㎜ 이하의 작은 플라스틱 입자로 바다 깊은 곳부터 우리가 숨 쉬는 공기까지 지구 어디에나 존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미세플라스틱보다 작은 100㎚(나노미터) 미만의 나노플라스틱은 환경에 얼마나 존재하며 어떻게 발생하는지 관찰하기가 더욱 어려운 실정이다.
이러한 미세·나노플라스틱은 생물종에 섭취 또는 흡수돼 영향을 미치고, 생태계의 교란을 야기할 수 있는데 최근 국내 연구진이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식물이 토양에서 흡수한 나노플라스틱이 열매를 통해 다음 세대로 전이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연구재단은 안윤주 건국대 교수 연구팀이 미세·나노플라스틱에 노출된 식물에서 생산된 열매와 그 열매에서 성장한 후세대 식물에서도 미세플라스틱이 나타난다는 내용의 연구 결과를 국제학술지 ‘저널 오브 해저드스 머티리얼스((Journal of Hazardous Materials)’에 게재했다고 13일 밝혔다.
안 교수팀은 선행 연구를 통해 식물이 토양환경에서 미세·나노플라스틱을 흡수하는 기작을 규명한 바 있다. 또한 식물이 흡수한 미세·나노플라스틱이 줄기와 잎 등 식물의 상부조직까지 도달하는 것을 확인했다. 하지만 미세·나노플라스틱에 노출된 식물의 열매를 비롯해 해당 식물의 후세대로의 나노플라스틱 전이에 관한 연구는 매우 제한적이었다.
![나노플라스틱의 식물 후세대 전이를 나타낸 모식도. (사진=한국연구재단 제공)](http://www.vegannews.co.kr/data/photos/20240207/art_17077994439609_a1bb98.jpg)
이에 연구팀은 중요 식량자원이자 독성연구 표준시험종인 완두(Pisum sativum)를 대상 시험종으로 선정하고, 미세·나노플라스틱에 노출시켜 열매인 완두콩 및 다음 세대 식물로의 전이를 확인했다.
연구팀은 200나노미터(nm) 크기의 형광 폴리스티렌 미세·나노플라스틱으로 오염된 토양에 완두를 약 60일간 노출시킨 후 완두콩을 수확했다. 수확한 완두콩을 공초점 레이저 주사현미경으로 관찰한 결과, 완두콩의 배아와 떡잎에서 미세·나노플라스틱이 확인됐다. 또한 수확한 완두콩을 미세·나노플라스틱에 오염되지 않은 토양에 재식재하여 14일간 배양한 뒤 관찰한 결과, 표피보다 세포간 및 세포내 공간에서 미세·나노플라스틱이 관찰됐다.
이는 미세·나노플라스틱이 외부에서 유입된 것이 아닌 수확한 완두콩 내 배아와 떡잎에 분포했던 미세·나노플라스틱이 식물 전체 세포로 이동했음을 보여준다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즉, 미세·나노플라스틱에 직접 노출되지 않은 후세대 식물도 어미세대 식물을 통해 미세·나노플라스틱에 노출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안윤주 교수는 “이번 연구는 미세·나노플라스틱에 노출된 식물이 생산한 열매와 그 열매로부터 기인하는 후세대 식물로 플라스틱이 순환되는 가능성을 제시한 것”이라며 “이를 통해 미세·나노플라스틱이 인간과 동물이 섭취하는 열매에 전이돼 소비자에게 도달할 수 있음을 짐작케 한다”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