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비건뉴스=김민영 기자] 북대서양 상층 해수에서 눈에 보이지 않을 만큼 미세한 플라스틱 입자인 ‘나노플라스틱’이 대규모로 검출됐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이들 나노플라스틱은 기존의 플라스틱 오염 감지 방식으로는 포착조차 어려운 수준의 입자들로, 해양 생태계와 인체 건강에 심각한 위협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네덜란드 왕립해양연구소와 위트레흐트대학교 공동연구팀은 연구선 펠라지아호(RV Pelagia)를 타고 북위 8도에서 55도 사이의 북대서양을 4주간 항해하며 표면부터 해저까지 다양한 깊이에서 해수를 채취했다. 각 시료는 적혈구보다도 미세한 필터로 걸러졌고, 잔여물은 위트레흐트 실험실에서 고분자 물질을 분석하는 정밀 장비로 분석됐다.
연구진은 수심 4,500m에서도 폴리스티렌, 폴리염화비닐, 폴리에틸렌 테레프탈레이트 등 다양한 종류의 나노플라스틱을 검출했다. 특히 표층 해수의 나노플라스틱 농도는 상상을 초월하는 수준으로, 이를 북대서양 전역에 확대 적용하면 약 2,700만 톤에 달하는 플라스틱이 200m 이내 수역에 부유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세계 모든 바다에 존재하는 육안 식별 가능한 플라스틱 조각의 총량과 비슷한 수준이다.
플라스틱 입자의 크기가 1마이크로미터 이하일 경우, 장내를 통과해 인체 혈류로 진입할 수 있고, 심지어 혈액-뇌 장벽까지 넘을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나노플라스틱이 단순한 환경 문제가 아닌 인체 건강과 직결된 문제임을 시사한다. 실제로 실험쥐와 인체 혈액에서도 이 같은 나노입자가 확인된 바 있으며, 해양 생물 역시 먹이로 착각해 섭취함으로써 생태계 전반에 퍼질 위험이 크다.
이번 연구는 해양 플라스틱 문제의 실체가 육안으로 보이는 쓰레기보다 훨씬 광범위하고 깊숙이 퍼져 있음을 보여준다. 특히 유럽 대륙붕 인근에서 높은 농도가 확인돼 육상 기원이 강하다는 사실도 드러났다. 연구진은 “이처럼 미세한 플라스틱은 회수가 사실상 불가능하므로, 새로운 배출을 줄이는 것이 유일한 해결책”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세계적인 학술지 ‘네이처(Nature)’에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