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건뉴스=권광원 기자] 집에서 생활을 함께하는 반려동물에게는 누구나 이름이 있다. 만약 농장 동물들에게도 이름이 있다면 어떨까? 최근 폴란드 SWPS 대학 심리학부는 학술지 식욕(Appetite) 저널에 아동을 대상으로 한 연구를 발표하고 농장 동물에 이름을 붙였더니 동물을 먹을 가능성이 낮아졌다고 전했다.
이들 연구진은 영국의 유명 유아용 애니메이션 페파피그(Peppa Pig)를 보고 돼지를 먹을 수 없다고 여기는 아동들처럼 동물에게 뚜렷한 정체성을 부여하면 실제로 아이들이 동물을 인간과 더 비슷하다고 인식하게 된다는 것을 확인했다.
실제로 아이들은 고기의 기원을 이해하기 전부터 동물과 감정적으로 독특한 관계를 맺게 되는데 한 조사에 따르면 4~7세의 미국 어린이 중 상당수가 돼지(73.3%)와 닭(65.9%)을 ‘먹을 수 없다’고 생각하는 반면, 약 30%는 동물성 제품의 원산지를 정확히 판단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이러한 추세에도 불구하고, 동물에게 인간적인 특성을 부여해 개인화하는 것이 육류 소비에 대한 수용 감소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조사한 집중적인 시도가 없었고 아이들이 동물을 다음 식사의 공급원으로 보기보다는, 이 동물들이 명명한 이름과 우정을 쌓는다고 보고 동물, 특히 식용으로 희생되는 농장 동물과 인간의 관계가 식단 선택과 깊이 연관돼 있다는 것을 확인하고자 이번 연구를 진행했다.
연구진은 5~6세 미취학 아동 208명을 대상으로 돼지와 닭 사진과의 상호작용을 다룬 두 가지 연구를 실시했다. 이 연구는 어린이들이 동물에게 개별 정체성을 부여하기 전과 후에 동물을 어떻게 인식하는지 밝히기 위해 신중하게 설계됐다.
예컨대 한 시나리오에서는 일부 어린이에게 ‘렐카’라는 이름의 돼지 사진을 보여주고, 돼지의 개인적 습관과 선호도를 알려줬다. 그런 다음 아이들에게 돼지와 관계를 맺거나 돼지고기를 먹을 의향이 있는지 물었다. 별도의 연구에서 닭을 대상으로 비슷한 절차를 수행했다.
조사 결과는 상당수의 어린이(돼지의 경우 79%, 닭의 경우 84% 이상)가 동물에게 이름과 개별적 특성이 주어졌을 때 동물을 특별하다고 생각했다. 이 아이들은 해당 동물과 친구가 되고 싶어하는 강한 욕구를 표현했고 해당 동물 고기로 만든 요리에 대한 식욕이 감소했다. 연구진은 동물 식별 가능성이 어린이의 식용 동물에 대한 태도에 미치는 강력하고 견고한 영향을 강조한다고 결론지었다.
알렉산드라 라비노비치(Aleksandra Rabinovitch) SWPS 대학 심리학부 박사는 이번 결과에 대해 논평하면서 “각 식용 동물을 이름으로 식별하고 개인적 특성을 통해 고유성을 강조하면 어린이의 태도를 크게 바꿀 수 있다. 이러한 결과는 동물이 돼지든 닭이든 상관없이 일정하게 유지된다”라고 전했다.
이어 “아마도 우리가 모든 생물에 대한 공감이 최고로 군림하는 미래를 육성하기 위해 노력한다면, 우리가 아이들에게 동물을 소개하는 방식을 재고할 때가 됐다”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