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비건뉴스=김민영 기자] 세계적 시사주간지 타임(Time)이 선정한 ‘2025년 최고의 발명품’에 배양연어, 탄소 기반 버터, 마이코프로틴 등 지속가능한 식품 기술이 대거 포함됐다. 인공지능과 헬스케어 중심이던 혁신 리스트에 식품 기술이 본격적으로 진입하며, 대체 단백질 산업이 미래 경제의 주요 축으로 부상했음을 보여준다.
타임지는 올해로 25년째를 맞은 ‘세계 최고의 발명품(Best Inventions)’ 리스트를 공개하며 식품 분야 혁신을 전례 없이 크게 조명했다. 이번 명단은 역대 최대 규모인 300개 제품과 기술을 담았으며, 각국 편집진과 특파원들이 추천한 후보를 바탕으로 독창성, 효율성, 야심, 사회적 영향 등을 평가해 선정됐다.
2025년 명단에서 특히 눈길을 끈 것은 식품 테크놀로지 부문이다. 생명공학 기술을 활용한 배양 해산물, 동물성 원료가 전혀 없는 버터, 균류 단백질인 마이코프로틴, 비건 젤리 등 새로운 형태의 단백질원이 주목받으며 식품 산업의 변화를 보여줬다.
캘리포니아 스타트업 와일드타입(Wildtype)의 ‘배양 은연어 사쿠’는 이번 리스트의 대표 발명품 중 하나다. 와일드타입은 올해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판매 승인을 획득했으며, 현재 6개 주 레스토랑에서 메뉴로 제공되고 있다. 이 회사는 세계 최초로 배양 해산물을 상업 판매한 기업으로, 배양 닭고기 업체 업사이드 푸즈(Upside Foods)와 함께 텍사스주의 배양 단백질 금지법에 대한 소송을 제기해 주목받았다.
캘리포니아는 이번 리스트에서 다수의 식품 기술 기업이 이름을 올린 중심지로 꼽힌다. 세이버(Savor)는 포집된 이산화탄소, 그린 수소, 메탄을 원료로 사용해 낙농 및 팜유를 대체할 수 있는 지방을 생산하는 스타트업이다. 이 기업은 올해 탄소 기반 버터를 출시하고, 미슐랭 스타 레스토랑 ‘원식스티파이브(One65)’의 제과점과 협업해 초콜릿과 쿠키를 선보였다. 또한 ‘싱글스레드(SingleThread)’, ‘아틀리에 크렌(Atelier Crenn)’, ‘제인 더 베이커리(Jane the Bakery)’ 등 유명 레스토랑과의 협력을 확대하고 있으며, 연간 1만 톤 규모 생산시설을 위한 시리즈B 투자를 진행 중이다.
웨스트 새크라멘토의 더베터미트(The Better Meat Co)는 미생물을 수수와 감자 부산물로 배양해 생산한 마이코프로틴 ‘리자(Rhiza)’로 주목받았다. 완전 단백질로 구성돼 소화율이 높으며, 내년에는 일반 소고기보다 저렴한 가격에 공급될 전망이다. 이 기업은 호멜푸즈, 메이플리프푸즈, 학교급식업체 SFE, 식물성 연어 브랜드 오시(Oshi) 등에 제품을 공급 중이며, 북미·남미·아시아 주요 육류 가공업체 5곳과 연간 1,300만 달러 규모의 계약을 체결했다.
이 밖에도 스웨덴 오르클라 스낵스(Orkla Snacks)의 비건 거품 젤리 ‘Bubs’가 리스트에 포함됐다. 해당 제품은 지난해 SNS에서 인기를 끌며 품절 사태를 빚었고, 올해는 같은 레시피로 미국 시장에 네 가지 새로운 맛을 선보였다.
‘실험적 발명’ 부문에서는 일본 도쿄대 연구진의 배양 닭고기 연구가 주목을 받았다. 연구팀은 속이 빈 섬유형 바이오리액터를 이용해 ‘너겟 크기 단일 조직’을 배양하는 데 성공했으며, 이는 배양육 산업의 궁극적 목표로 불리는 ‘통육 배양’의 가능성을 열었다.
또한 특별 언급 항목에는 미국 텍사스의 비유제품 치즈 브랜드 ‘레벨치즈(Rebel Cheese)’가 포함됐다. 이 회사는 ‘동굴 숙성과 독자적 미생물 배양 기술’을 활용해 유제품 특유의 풍미를 구현했다.
한편 타임은 같은 주 ‘세계 최고의 브랜드(World’s Best Brands)’ 명단도 공개했다. 미국, 영국, 독일, 멕시코 등 4개국 9만 명 이상이 참여한 설문 결과를 바탕으로 브랜드 인지도, 호감도, 충성도 등을 평가했다. 그 결과, 비욘드미트(Beyond Meat), 임파서블푸즈(Impossible Foods), 알프로(Alpro) 등이 식물성 식품 분야를 대표하는 브랜드로 꼽혔다.
타임은 이번 발표를 통해 “식품 혁신이 인류의 식탁을 과학적이고 지속가능한 방향으로 이끌고 있다”고 평가했다. 대체 단백질 산업이 환경과 식량 안보의 해법으로 주목받는 가운데, 식품 기술의 발전이 미래 산업 구조의 핵심으로 자리잡고 있음을 시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