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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보호

국내 로드킬 최다 고라니, 실은 '멸종위기' 동물

국내에서 로드킬(Roadkill) 피해를 가장 많이 입는 야생동물이 누굴까? 의아하게도 세계적으로 멸종위기종으로 보호받는 고라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차에 친 고라니 주검을 종종 발견할 수 있다.

 

 

지난해 7월, 국토교통부와 환경부는 2015년부터 2019년까지 국내 일반 국도에서 발생한 로드킬과 관련한 자료를 발표했다. 일반 국도에서 발생한 동물 찻길 사고 즉, 로드킬은 총 7만1999건이다. 그중 절반 이상인 60%를 차지한 동물은 다름 아닌 고라니였다. 7만1999건 중에서 4만2748건이 고라니의 로드킬이다. 그 뒤를 이은 동물은 고양이(1만5717건), 너구리(5617건), 개(3737건), 멧돼지(387건)였다. 고라니의 피해가 가장 큰 것은 저지대 농가 주변과 산지를 오가는 습성 때문으로 추정된다.

 

특히 로드킬은 5~6월에 가장 많이 발생했다. 고라니 새끼들이 독립해서 이동하는 시기이기 때문으로 보인다. 로드킬이 가장 많이 발생한 지역은 충청권으로 46%를 차지했다. 사고다발 구간을 살펴봐도 충남이 15곳으로 가장 많았다.
 
로드킬 사고는 특히 밤에 많이 발생한다. 갑자기 눈에 들어오는 강한 자동차 불빛에 고라니는 순간적으로 앞이 보이지 않아 멍하니 서 있게 된다. 이렇게 로드킬 당한 사체는 2차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 고라니는 애물단지인가?

 

 

고라니(Water Deer)는 사슴과의 포유류로 수컷의 경우 송곳니가 입 밖으로 나와 있어 일반 사슴과 구분할 수 있다. 물을 좋아하는 습성이 있어 습지를 선호하지만 습지가 아닌 다른 환경에서도 살 수 있다. 특히 온대기후에 잘 적응해 살아간다. 

 

고라니는 우리나라와 중국 동부의 일부 지역에서만 서식한다. 우리나라에서는 개체수가 많은 편이지만 세계적으로 봤을 때는 보호 대상이다. 우리나라에서 사는 아종은 ‘한국고라니’로 불린다. 국내에서는 유해 야생동물 취급을 받고 있지만 중국에는 1만여 마리만 살아남아 보호종으로 지정됐다.  


그동안 고라니는 농작물에 피해를 주고 로드킬의 주범이 되는 등 애물단지로 인식되기 일쑤였다. 


국립생태원 김백준 연구원은 ‘국립생태원(NIE) 에코 가이드’ 첫 시리즈로 한국고라니를 펴내며 “고라니에 대한 편견과 오해에서 벗어나 올바른 생태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밝혔다.

 

희귀종을 찾아 보전하는 것은 국가 차원의 생물자원 확보와 경쟁에서 매우 중요하다. 한국고라니는 우리나라 생물 다양성의 커다란 보물이라고 할 수 있다.


김백준 연구원은 “현재 한국고라니에 대한 구체적인 개체수 조사도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고라니에 대한 오해를 풀 필요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 우리나라도 안심할 수 없다 


고라니는 한배에 2∼3마리 새끼를 낳을 만큼 성장률은 높다. 하지만 암컷의 발정이 불과 몇 시간 동안만 지속되기 때문에 서식밀도가 낮고 고립된 개체군에서는 암컷이 수태할 확률이 적다. 결국 개체수가 점점 줄어들 수 있다. 


국립환경과학원이 GPS를 이용해 연구를 수행한 바에 따르면 고라니는 서식하는 범위가 좁은 편이다. 즉, 같은 지역에서 계속해서 포획한다면 개체군이 급격히 감소할 수 있다. 중국에서는 서식지 손실과 밀렵으로 고라니 개체수가 급격히 줄어들어 멸종위기에 처했다.


고라니는 2008년 세계자연보전연맹(IUCN) 적색 목록(Red List) 멸종위기종(취약, Vulnerable)으로 지정됐다. 전 세계적으로 개체수가 매우 적은 만큼 우리나라의 고라니 보호가 중요하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유해야생동물로 지정됐을 뿐만 아니라 겨울철 고라니 사냥이 허용되기도 한다. 국제적 멸종위기종이지만 농작물에 피해를 주고 자동차와 부딪친다는 이유로 희생당한다. 


현재 개체수가 많다고 안심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국내에 서식하는 고라니는 10만~75만 마리로 추정된다. 여기에 수렵 등으로 매년 10만 마리가, 로드킬로 6만 마리가 목숨을 잃는다. 한 해에 최소 16만 마리씩 죽는다고 가정하면 고라니의 미래는 불투명하다. 농작물 피해가 문제되는 상황에서도 피해를 유발한 개체만 선택적으로 포획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단편적으로 보면 고라니는 우리의 삶에 피해를 줄 수 있다. 하지만 고라니 종이 급격히 줄어들거나 멸종하게 된다면 고라니와 관계가 있는 다른 동식물에 영향을 미친다. 결국 생태계 안정성이 깨지고 유전적 다양성이 부족해진다. 사라져가고 있거나 이미 사라진 종을 다시 복원하려면 엄청난 경제적 비용과 사회적 노력이 필요하다. 국내 생물 다양성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고라니와의 공존을 위한 방법을 찾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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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인홍

국민을 존중하고 현장의 생생한 이야기와 진실을 전해주는 정론직필 비건뉴스 발행인입니다.
'취재기자 윤리강령' 실천 선서 및 서명했습니다.
언론중재위원회 '2022년도 제1차 언론인 전문 연수' 이수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