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비건뉴스=최유리 기자] 전 세계 상위 10% 부유층이 지난 30년간 지구 평균기온 상승의 65%를 초래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이들이 배출한 온실가스는 폭염과 가뭄 등 극한기후 현상의 증가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됐다.
국제학술지 네이처 클라이밋 체인지(Nature Climate Change) 최신호에 게재된 연구에 따르면, 1990년부터 2020년까지 지구 평균기온 0.61℃ 상승분 가운데 약 0.4℃가 소득 상위 10% 계층의 탄소배출에 의해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연구는 소득 불평등 데이터를 활용해 계층별 배출량을 분석하고, '귀속 분석(attribution analysis)' 기법을 통해 각 집단이 기후 변화에 미친 영향을 정량화했다.
연구진은 상위 10%에 해당하는 이들의 연소득이 약 42,980유로(한화 약 3,660만 원) 이상이라고 기준을 제시했다. 이 중 상위 0.1%의 배출만으로도 전체 기온 상승의 8%를 차지했다.
특히 고소득층의 탄소배출은 극한기후 현상의 빈도 증가에 직접적으로 기여한 것으로 분석됐다. 상위 10%는 전 세계 평균보다 7배나 더 많은 폭염 발생 증가를 유발했으며, 상위 0.1%는 가뭄 위험을 13배 더 높인 것으로 추정됐다.
연구진은 이러한 고소득층의 배출이 세계 주요 지역에 미친 영향도 구체적으로 제시했다. 미국 상위 10%는 아마존과 아프리카 남부 등 ‘폭염 취약 지역’에서 연평균 2.7회의 폭염 증가를 유발한 반면, 유럽연합(EU)의 상위 10% 역시 각 지역에서 1.5회의 폭염 증가에 영향을 준 것으로 나타났다.
아울러 아마존 열대우림 지역은 지난 30년간 가뭄 발생 가능성이 3배 증가했으며, 이 역시 대부분 상위 10%의 배출에서 기인한 것으로 분석됐다.
연구에 참여한 스위스 취리히연방공과대학의 사라 쇤가르트 박사는 “이번 연구는 기후 불평등을 정량적으로 보여주는 중요한 증거이며, 기후 손실과 피해 보상 소송의 과학적 근거로도 활용될 수 있다”고 밝혔다.
기후 전문가들은 국가 단위 접근이 아닌 계층별 탄소배출 관리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국제응용시스템분석연구소(IIASA)의 칼 슐뢰스너 박사는 “중국, 인도 등 신흥국 내 상류층의 배출도 매우 높은 수준”이라며 “모든 국가에서 상위 배출자를 겨냥한 정밀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