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비건뉴스=서인홍 기자] 제주시 애월읍 광령1리 주민들이 마을 내 종합폐기물 처리시설 건립을 두고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특히 인근에 유치원과 어린이집, 특수학교 등 주요 교육시설이 밀집해 있고, 행정 절차상 주민 고지와 의견 수렴이 누락됐다는 의혹이 제기되며 논란이 커지고 있다. 이에 따라 사업자 측의 초기 설명이 허위였다는 주장과 함께 제주도 행정의 공문 누락 책임, 관련 법령 위반 여부를 둘러싼 법적 쟁점도 확산되고 있다.
◇ 주민들, 거리로 나와 ‘결사반대’ 외쳐
광령1리 종합폐기물 처리시설 반대대책위원회(공동위원장 진영오·강창부)는 24일 마을 입구 ‘광령1리’ 표지석 앞 도로변에서 반대 집회를 열고 건립 철회를 촉구했다. 수백여 명의 주민이 머리띠를 두르고 깃발과 피켓을 들고 거리 행진을 벌였다.
주민들이 들고 있던 인쇄물에는 “광령리의 우리 마음, 다같은 마음 / 우리 마을 잘되라고 같이 살자고 / 맑은 공기, 깨끗한 물 지켜왔는데 / 폐기물이 웬말이냐 헛소리 마라 / 나에게는 아직 최고 광령1리다 / 쓰레기는 절대 안 돼, 까불지 마라 / 결사~반대~ 총궐기 투쟁” 등의 문구가 적혀 있었다. 트로트곡 ‘님과 함께’를 개사한 구호도 함께 낭송됐다.

주민들은 “광령정수장, 제주관광대학교, 영송학교(특수학교), 광령초등학교 등 시설이 반경 1km 안에 몰려 있는 상황에서 분진과 소음, 악취 등을 유발할 수 있는 폐기물 처리시설이 들어서는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없다”며 반발했다.
또한 일부 주민 대표가 추진에 앞장서고 있지만 실제로는 외부 업체가 사업을 주도하고 있으며, 전직 이장과 개발위원장 등의 제한된 동의만으로 주민 동의 절차를 대체한 점에 대해 “절차적 정당성과 투명성이 결여됐다”고 비판했다.
◇ 생태 마을 이미지 훼손 우려도
광령1리는 무수천 일대를 중심으로 둘레길과 탐방로를 조성 중인 자연친화 마을이다. 주민들은 폐기물 시설이 들어설 경우 지역 이미지 훼손과 함께 관광객 유입 감소, 부동산 가치 하락 등 경제적 피해도 우려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 “작은 유리라더니 폐유리·목재까지”…주민들 “기망당했다”
주민들과 마을 이장에 따르면, 사업자는 초기 설명 당시 해당 시설을 단순한 유리 분쇄 시설로 안내했으나 실제로는 폐플라스틱과 폐목재, 폐유리 등을 하루 26톤가량 처리하는 종합폐기물 처리시설로 인허가가 진행됐다. 주민들은 이를 “허위 설명”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 “행정 절차는 적법했나”…공람 누락·설명회 생략 논란
제주시는 “해당 시설은 환경영향평가나 주민설명회 의무 대상이 아니며, 현재는 사전 협의만 완료된 단계”라고 밝혔다. 하지만 해당 인허가 과정에서 제주시는 사업계획서를 애월읍사무소를 통해 주민들에게 열람토록 하라는 공문을 발송했으나, 읍사무소 측이 이를 제대로 공지하지 않아 행정의 책임 문제도 제기되고 있다.
애월읍사무소는 “시에서 문서가 온 것은 사실이지만 마을 주민들이 사업 내용을 알고 있을 것이라고 판단했다”고 해명했다.
◇ 전문가들 “법적 하자 가능성”…유사 판례도 존재
환경법 및 행정법 전문가들에 따르면, 폐기물 처리시설은 폐기물관리법 제25조 및 제38조에 따라 시·도의 허가가 필요하며, 현재 광령리 시설은 사전 협의를 통과한 상태다. 환경영향평가법상 소규모 재활용시설로 분류돼 정식 평가 대상은 아니지만, 시설의 영향력이 크다면 공공적 설명회는 필요하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특히 행정절차법 제21조는 행정청이 국민 권리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처분을 할 경우, 사전 고지 및 의견 청취 절차를 요구하고 있어, 제주시와 애월읍사무소의 주민 고지 누락은 절차적 하자로 해석될 수 있다는 법률적 견해도 있다.
판례에서도 유사한 사례가 다수 확인된다. 서울행정법원은 2019년 판결에서 “사회적 영향이 큰 경우 설명회를 생략하는 것은 위법”이라고 판시했으며, 대법원은 2009년 “사업자가 초기 설명을 사실과 다르게 했을 경우 인허가는 무효”라고 판결한 바 있다.
현재 일부 주민들 사이에서 행정심판이나 행정소송 등의 법적 대응 필요성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으며, 향후 대응 방안에 대해 내부 논의가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본지는 해당 사안과 관련해 제주시청, 애월읍사무소, 제주도청 등에 질의서를 보낼 계획이며, 현재 관련 내용을 준비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