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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건

정말 고기를 먹어야만 행복할까? 채식과 우울증 관계

[비건뉴스 권광원 기자] 기후위기를 일으키는 탄소를 줄이기 위한 방법으로 채식이 주목받으면서 전 세계 채식 인구가 증가하고 있다. 국제채식인연맹(IVU)은 전 세계 채식인구를 1억 8000만여 명으로 추산하고 있으며 국내 채식 인구 역시 10년 사이 부쩍 늘어 150만 명에 달한다고 한다. 이렇듯 채식 인구가 늘어남에 따라 채식이 영양상 문제가 없는지, 인간의 건강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한 연구가 늘어나고 있다.

 

연구를 살펴보면 채식은 비타민 B12 등 몇 가지 특정 영양소 결핍 위험을 제외하고서는 심장병을 비롯한 대장암, 유방암 등의 위험을 줄이며 당뇨병 발생률을 낮추는 것으로 알려졌다. 뿐만 아니라 고혈압·비만·심혈관계 질환 등 성인병 예방에도 탁월하다는 연구 결과가 대다수다. 

 

 

하지만 단 한 가지 눈여겨봐야 할 부분은 정신 건강에 대해서는 만큼은 채식 식단에 대해 부정적인 연구 결과가 많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고기를 먹지 않는 사람들일수록 고기를 먹는 사람에 비해 우울감을 더욱 크게 느낀다는 것이다.

 

관련 연구 가운데 가장 최근 발표된 브라질 리오그란데 연방대, 바이아 연방대 등의 연구진의 ‘고기 없는 식단과 우울증의 연관성’(Association between meatless diet and depressive episodes)에 따르면 채식주의자는 육식을 즐기는 사람보다 우울증에 걸릴 확률이 2배 이상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채식주의자 82명이 포함된 35세~74세 사이의 1만 4216명을 대상으로 음식 빈도 설문지와 CIS-R 설문지(Clinical Interview Schedule-Revised)라는 임상적인 진단 기준을 활용해 일반적인 정신 장애 (우울증, 공포증, 불안장애, 강박장애, 공황발작, 다른 장애는 아닌 일반적 정신 장애)와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자살 생각, 치명적이지 않은 자살 시도와 자해, 유해한 음주, 흡연 또는 약물 의존, 건강 상태에 대해 조사했다.

 

그 결과 채식주의자가 고기를 먹는 사람들보다 두 배나 더 자주 우울증을 앓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연구진들은 이번 결과가 사회경제적, 생활 방식 요인 및 영양 결핍과 무관하다고 발표했다.

 

이와 비슷한 결과를 가진 연구들은 지난 수십년간 지속돼 왔다. 2007년에 발표된 호주 연구에 따르면 채식주의자는 21~22%가 우울증을 보고한 반면 육식을 하는 사람은 15%가 우울증을 보고했으며 심지어 2012년 독일 힐데스하임대학교의 연구에서는 우울증과 같은 정신장애가 채식주의 식단이 시작된 후 나타나는 경향이 있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이와 정반대의 결과가 나타난 연구도 적지 않다. 2012년 필라델피아 대학교에서 진행한 연구에서는 86명의 완전 채식주의자, 채식주의자, 준채식주의자 및 비채식주의자의 정신 건강을 조사한 결과 그룹 간의 우울증 점수에서 의미 있는 차이를 발견하지 못했다고 발표했으며 일리노이주 베네딕트 대학에서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다이어트 관련 소셜 네트워크에서 모집한 620명의 피험자 중 육식을 하는 사람들은 채식주의자와 완전 채식주의자보다 불안과 스트레스 점수가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렇다면 정말 우울증과 채식에는 무슨 연관성이 있을까? 첫 번째로 고려해볼 수 있는 것은 육류에서만 얻을 수 있는 영양소 가운데 정신 건강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거나 채식주의 식단이 실제로 뇌의 생물학적 변화를 일으켜 우울하게 만들 수 있다는 가설이다. 하지만 채식주의자가 우울증에 더 많이 걸린다는 연구 결과를 담은 그 어떤 연구에서도 정확한 인과 관계를 드러낸 연구는 없었다.

 

반대의 경우로 지난 2010년 서울대 의대 예방의학교실과 부산대동병원 공동연구팀이 진행한 연구에서 연구진들은 “비타민C와 비타민E, 베타카로틴이 풍부한 채소와 과일은 항산화 작용을 해 산화스트레스와 염증으로 인한 우울증 증상을 줄여주는 반면 육류와 가공식품을 섭취하는 그룹은 엽산과 항산화 성분의 섭취가 부족해 반대의 현상이 나타난다”고 언급했다. 

 

 

다음으로는 채식주의자들에 대한 사회적인 시선으로 인한 우울증 유발을 고려해볼 수 있다. 식탁 위의 소수자로 채식주의자들은 부정적인 사회의 시선을 감당해야 하는 부담감이 있다. 채식에 대한 충분한 이해가 바탕이 되지 않는다면 채식주의자들을 단지 까탈스러운 편식쟁이로 취급해버릴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최근 발표된 브라질 리오그란데 연방대, 바이아 연방대의 연구에서 연구진들은 “채식주의자들에 대한 부정적인 시선이 우울증을 유발했다”고 추측하면서 “채식주의가 실제로 우울증을 유발할 수 있다고 단언하긴 아직 이르다”고 밝혔다.

 

조심스럽지만 그동안 진행된 연구에 상당한 오류가 존재하고 있을 수 있다는 점도 고려해 볼 수 있다. 예컨대 통제된 실험을 수행하기보다는 단순히 데이터를 분석했다는 점을 들 수 있다. 그마저도 실험 대상자들 가운데 채식주의자의 비율이 (앞서 언급한 브라질 리오그란데 연방대의 연구에서 1만 4천여명의 실험자 가운데 단 82명이 채식주의자였던 점) 적다는 것이 문제가 될 수있다. 또한 남성들에 비해 여성들이 우울증에 걸릴 위험이 높고 채식주의자 가운데서도 여성의 비율이 현저히 높은 것 또한 연구 결과에 대해 의심해 봐야 할 문제다.

 

 

이 밖에도 육류 시스템 속의 동물의 희생에 대해 정확하게 인지하고 있는 채식주의자들이 우울할 수 밖에 없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비만의 종말’의 작가이자 식물 기반 의사인 가스 데이비스 박사는 자신의 SNS를 통해 “채식주의자들은 동물의 고통에 공감하기 때문에 식단을 선택하는 경향이 있다. 나는 수십 억 마리의 고문당한 동물들이 갇힌 모습을 보고 잠이 들도록 고군분투했던 적이 있다. 네, 우울할 수 있네요”라고 언급했다.

 

그래서일까? 채식과 우울증과의 관련성에 대해 드러낸 연구에서는 “이번 결과가 채식과 우울증 사이에 직접적인 인과관계를 의미하지는 않는다”라던가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 등의 부가 설명이 반드시 덧붙여지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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