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비건뉴스=김민영 기자] 올리브오일과 채소 위주의 식단이 치매를 예방할 수 있을까. 미국 시카고 연구진이 최근 발표한 임상시험 결과에 따르면, 지중해식 식단을 꾸준히 실천해도 인지 기능 개선에는 유의미한 차이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체중과 내장지방 감소 등 심혈관 대사 건강에는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다.
연구는 미국 예방의학 보고서(Preventive Medicine Reports)에 게재됐으며, 미국 일리노이주 시카고 소재의 연구팀이 주도했다. 이들은 ‘BRIDGE 무작위대조시험’을 통해 55세 이상 고령자 185명을 대상으로 14개월간 식단 개입과 체중감량 프로그램을 실시했다.
참가자 중 91%는 아프리카계 미국인으로, 이들은 미국 내에서 치매와 비만 부담이 특히 높은 집단으로 꼽힌다. 평균 연령은 66세, 평균 BMI는 37.1로 중등도 이상 비만 상태였다.
참가자는 무작위로 세 그룹에 배정됐다. 지중해식 식단과 함께 체중감량을 병행한 그룹(MedWL), 식단만 실천한 그룹(MedA), 그리고 별다른 개입 없이 일상적인 식습관을 유지한 대조군이다. 식단 개입 그룹은 8개월간 주 1회 수업에 참여하고 엑스트라버진 올리브오일과 아몬드를 제공받았으며, MedWL 그룹은 여기에 25% 칼로리 제한과 주 150분 이상의 중강도 이상 운동을 병행했다. 이후 6개월간은 ‘저접촉 유지단계’에 돌입했다.
그 결과, 식단 개입 그룹은 식생활의 질이 눈에 띄게 개선됐고, 특히 MedWL 그룹은 평균 3.8kg의 체중 감소와 151g의 내장지방 감소를 기록했다. BMI는 1.4포인트 줄었고, 염증 지표인 hs-CRP도 유의미하게 낮아졌다. 체중은 유지단계에서도 비교적 잘 유지돼 0.9kg만 증가하는 데 그쳤다. 반면 혈압, 혈당, 중성지방, 인슐린 저항성 등은 그룹 간 유의미한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문제는 인지 기능이다. 주의력, 집행 기능, 기억력 등을 평가하는 신경심리검사 결과, 세 그룹 모두에서 소폭의 개선이 관찰됐지만, 이는 반복 테스트에 따른 ‘연습 효과’로 보이며 그룹 간 유의미한 차이는 없었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일부 체력 지표는 측정 자체가 누락되기도 했으나, 이를 제외한 민감도 분석에서도 결론은 같았다. 대사 건강이 개선됐음에도 뇌 기능에는 영향이 없었다는 것이다.
연구진은 “건강한 식단과 체중 감량은 분명한 신체적 이점을 제공하지만, 그것이 인지 기능 개선으로 즉각 이어지지 않는다”며 “보다 강도 높거나 장기간의 개입이 필요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다양한 인종과 문화권에서 유사 연구를 반복해 검증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번 연구는 특히 고령 아프리카계 미국인을 대상으로 한 드문 장기 임상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하지만 일부 결과는 팬데믹으로 인한 데이터 누락과 대면 제한으로 인해 제약이 있었다. 연구진은 식단과 운동 프로그램이 대사 건강에 미치는 영향은 분명하며, 이는 치매 예방을 위한 ‘기반 조성’의 성격일 수 있다고 봤다. 단기적 성과보다는 생활습관의 장기적 변화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지중해식 식단은 과일, 채소, 통곡물, 올리브오일, 견과류, 생선을 중심으로 구성되며 심혈관 질환 예방에 효과가 있다는 다수의 연구 결과가 있다. 그러나 뇌 건강과 관련된 인지 기능에 미치는 영향은 아직 논란의 여지가 있으며, 단순한 체중 감량이나 식단 변화만으로는 복잡한 인지 과정에 충분한 자극을 주지 못할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향후 연구에서는 보다 정교한 운동 개입, 스트레스 관리, 수면 패턴 등 다요소 생활습관 개선을 통합적으로 고려할 필요가 있다. 치매 예방은 단일 요법이 아닌 다각적 접근이 필요한 복합적 영역이라는 점에서, 이번 연구는 식습관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상기시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