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건뉴스=권광원 기자] 환경오염을 일으키는 주범으로 손꼽히는 패션 산업에 친환경 바람이 불고 있다. 기술이 발달하면서 지속가능한 소재를 활용한 패션 아이템이 등장하고 있는 것이다.
최근 영국의 신발 브랜드 퓨리파이드(PURIFIED)가 비건 소재를 넘어서 플라스틱 성분이 일절 함유되지 않은 친환경 비건 운동화를 선보였다. 이번에 출시한 신발 ‘아바카(ABAKA)’는 놀랍게도 바나나로 만든 비건 섬유인 바나나텍스(Bananatex)로 구성됐다.
퓨리파이드는 패션 산업 가운데 특히 신발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집중했고 매년 생산돼 버려지는 신발이 250억 개에 달한다는 점에서 쓰임을 다하고 나서도 환경에 해롭지 않고 자원으로 돌아갈 수 있는 친환경 신발을 만들고자 했다. 총 4년간의 R&D를 거친 끝에 완성된 운동화 ‘아바카’는 비건일 뿐만 아니라 생물중립적이며 수명이 다한 후에도 토양에서 생분해될 수 있다.
‘아바카’의 갑피는 아바카 식물(필리핀 원산 바나나 식물의 일종)에서 추출한 섬유로 직조한 직물 캔버스인 바나나텍스로 이뤄져 있다. 퓨리파이드에 따르면 아바카 식물은 자립적이어서 물을 주거나 살충제를 사용할 필요가 없어 생산에 많은 자원이 들어가지 않는다. 이러한 아바카 식물을 수확해 만든 바나나 텍스는 내구성이 강하고, 견고하며, 방수 기능이 있어 고급스러운 느낌을 주는 소재로 신발을 비롯한 여러 패션 아이템에 사용되기 적절하다.
특히 이번에 출시된 ‘아바카’ 신발의 내부는 파도의 움직임에서 영감을 받아 발의 자연스러운 움직임에 적응하도록 설계된 컴포트 시스템이 특징이며 새로운 무접착 제본 시스템을 도입해 독성 접착제를 사용하지 않아 신발의 착용 가능 수명이 다한 후에는 퇴비로 만들 수 있다.
실제로 회사는 독립 연구 기관인 사트라(SATRA)에 의뢰해 신발이 생분해되는지 여부를 확인했다. 이들은 90일 동안 신발을 토양에 노출시켰고 이후 독성 테스트를 거쳤다. 토마토와 보리 식물은 물 반응 테스트에서 남은 신발 물질에 노출됐고 특정 조건에서 식물은 일반 퇴비에 비해 더 잘 자라는 것으로 밝혀졌다.
윌 베로나(Will Verona) 퓨리파이드 설립자는 “스리랑카 공장을 방문했을 때 우연히 쓰레기 산으로 알려진 독성 폐기물 더미를 보게 됐다. 시급한 변화가 필요하다고 판단했고 2020년에 신발을 만드는 방식을 다시 생각하기 위해 이 여정을 시작했다”라면서 “파트너들의 도움 덕분에 우리는 이제 믿을 수 없을 만큼 자랑스러운 제품을 출시하게 됐다. 우리는 신발을 통해 지구로의 복귀에 영감을 주는 동시에 지구에 대한 연결과 보살핌을 불러일으키는 더 넓은 철학을 옹호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