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비건뉴스=이용학 기자] 유치는 단순히 음식을 씹는 기능만을 담당하는 것이 아니다. 올바른 치열은 발음 형성과 얼굴 균형, 나아가 자존감 형성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특히 말을 배우는 시기에는 치아가 발음에 큰 역할을 하므로, 유치가 손상된 상태에서는 언어 발달에 지장을 줄 수 있다.
유치는 생후 6개월경부터 맹출되기 시작해 만 6세 전후로 빠지고 영구치로 교체된다. 이 과정은 단순한 자연 현상이 아니라 아이의 구강 발달과 턱뼈 성장, 얼굴 균형 형성과도 밀접하게 연관된다. 따라서 유치가 제 기능을 하지 못하면 영구치의 맹출 위치가 어긋나거나 턱의 성장이 비정상적으로 진행될 수 있어, 유치는 잠시 있다가 빠져버리는 임시 치아가 아니라 치열과 구강구조 형성에 있어 매우 중요한 기반이라 할 수 있다.
성인의 충치에 비해 유치 충치는 진행 속도가 빠르고 쉽게 신경까지 도달하기 때문에 초기 대응이 특히 중요하다. 작은 충치를 방치할 경우 염증이 유치 뿌리 아래의 영구치 싹에 영향을 주거나, 고름과 통증을 유발해 결국 발치가 필요해지는 상황으로 이어질 수 있다. 유치가 제때 빠지지 않고 충치로 인해 일찍 발치하게 되면 인접 치아가 그 공간으로 쓰러지며 이동하게 되고, 그로 인해 영구치가 나올 자리가 부족해져 부정교합이 발생할 위험이 커진다.
이처럼 유치를 조기에 상실했을 경우에는 ‘공간 유지 장치’를 적용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는 영구치가 날 자리를 확보해 부정교합을 예방하는 장치로, 아이의 구강 구조에 따라 맞춤형 설계가 필요하므로 반드시 전문의의 진단과 상담을 거쳐야 한다.
유치 건강을 지키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충치가 생기기 전에 예방하는 것이다. 대표적인 예방 치료로는 불소도포와 실란트가 있으며, 두 방법 모두 치과에서 비교적 간단히 시행할 수 있다. 불소도포는 치아 표면을 단단하게 해 충치균에 대한 저항력을 높이는 방법으로, 아이들의 구강건강 상태에 따라 3~6개월 간격의 도포가 추천된다. 실란트는 어금니의 깊은 홈을 특수 재료로 메워 음식물이 끼는 것을 막아 충치를 예방하는 방법이다.
이와 함께 가정에서의 식습관 관리 역시 매우 중요하다. 단 음식을 자주 섭취하거나 자기 전 우유나 주스를 마시는 습관은 충치 발생 가능성을 크게 높인다. 특히 수면 중 수유는 치아 표면에 당분이 오래 머무르게 하므로 주의가 필요하다.
또한 손가락 빨기, 입 벌리고 자기, 혀 내밀기 등의 구강 악습관은 턱뼈와 치열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이런 습관들은 치과 정기 검진을 통해 조기에 확인하고 바로잡는 것이 바람직하다. 특히 어린 시기일수록 턱뼈와 근육이 유연하기 때문에 교정 효과도 더 높게 나타난다.
결국 유치는 단기간 사용되는 치아가 아닌, 아이의 전체적인 구강 구조 형성과 영구치 맹출을 위한 중요한 기반이다. 따라서 “어차피 빠질 치아니까 괜찮다”는 생각은 금물이며, 예방 관리와 초기 치료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용인온아소아치과 이건호 대표원장은 22일 본지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유치는 영구치의 길잡이 역할을 하는 중요한 구조물이며, 방치된 유치 충치는 향후 교합 이상이나 영구치 손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하며 “소아 시기의 정기 검진과 예방 치료는 아이의 구강 건강을 지키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