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비건뉴스=권광원 기자] 최근 영국이 유럽국가 최초로 반려동물 사료에 배양 닭고기를 허용한 가운데 영국수의학회가 수년 간 고수해오던 입장을 바꿔 반려견에게 식물성 식단을 먹일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혀 눈길을 끈다.
지난 24일(현지시간) 영국수의사협회(BVA)는 수년 동안 개에게 육류가 없는 식단을 지급하는 것에 반대해 왔지만 이날 정책을 바꿔 반려견에 식물성 식단을 먹일 수 있다고 인정했다.
영국수의사협회는 앞서 육류 기반 반려동물 사료 브랜드인 마스펫케어(Mars Petcare)와의 협업에서 실제 동물성 사료와 자신들이 고수하던 정책 사이에 상당한 이해 상충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게 됐고 이에 반려동물을 위한 식단에 대한 입장을 검토하기 위한 실무 그룹을 구성하고 최근 업데이트된 정책이 발표했다.
애나 저드슨(Anna Judson) 영국수의사협회 회장은 “고양이와 개를 키우는 주인들이 자신의 개인적 가치와 라이프스타일 선택을 반영하는 반려동물 식단에 점점 더 끌리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으며, 이로 인해 반려동물 사료에 대한 대체 접근 방식이 급증하고 있다”라면서 “우리는 주인들이 반려동물에게 무엇을 먹일지에 대한 정보에 입각한 선택을 하는 것을 지원하지만, 이러한 선택이 동물의 건강에 중요한 역할을 하며 인간의 건강과 환경적 지속 가능성에 더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라고 전했다.
영국수의사협회는 실제로 얼마나 많은 식물성 사료가 급여되고 있는지 확인하고자 설문조사를 진행했는데 조사에 참여한 수의사의 42%가 반려동물에게 육류가 없는 식단을 먹이는 고객이 있다고 답했으며 29%가 육류 대신 곤충 단백질을 먹이는 고객이 있다고 보고했다.
다만 많은 고객이 수의사와 식단 선택에 대해 정기적으로 논의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10명 중 6명의 수의사가 자신이 보는 고양이와 개 중 얼마나 많은 수가 육류 없는 식단을 먹는지 확신하지 못했다.
이에 영국수의사협회는 이번 정책이 반려동물에 '최상의' 식단을 결정하려는 것이 아니라 주인이 자신의 라이프스타일 선택과 일치하는 방식으로 반려동물의 영양 요구 사항을 충족하도록 지원하는 것이 목적이라고 밝히며 선택한 모든 식단이 영양적으로 균형잡혀야 하며 해당 반려동물에게 적합한지 신중하게 시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영국수의사협회는 기록 보관 및 보고를 개선하도록 업계에 촉구하는 것 외에도 전문가를 지원하기 위해 새로운 대중이 접할 수 있는 리소스를 만들고 반려동물 사료의 더 나은 라벨 표시 및 추적 가능성을 위해 힘쓸 예정이다.
한편 최근 식물성 시장이 커지면서 반려동물 사료를 식물성으로 지급하는 것에 대한 연구가 활발이 진행되고 있다. 앞선 여러 연구에서 식물성 식단을 먹은 개에게 긍정적인 결과가 나타난 바 있다. 지난해 영국영양학저널(British Journal of Nutrition)에 발표된 연구에서는 비건 사료를 먹은 개와 기존의 육류 기반 식품을 먹은 개 모두에서 건강 결과가 동일하게 좋았다는 것을 발견했다.
이러한 건강상에 문제가 없음과 비교해 식물성 사료는 환경적으로 이로운 역할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호주 그리피스 대학이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전 세계 모든 반려동물에 비건 사료를 급여했을 시 연간 농장 동물 70억 마리를 살릴 수 있으며 영국의 총 배출량에 해당하는 탄소 배출을 줄일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