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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오염

산림 파괴가 불러온 보이지 않는 재앙…매년 수만 명 열사병 사망

 

[비건뉴스=최유리 기자] 뜨거운 태양이 내리쬐는 열대 지역에서 숲은 단순한 자연 경관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나무는 그늘을 드리우고, 땅속 수분을 끌어올려 대기에 내보내며 지역 기후를 완화하는 ‘천연 냉각 장치’ 역할을 한다. 그러나 무분별한 벌목과 농경지 확대로 숲이 사라지면서, 그 기능은 빠르게 무너지고 있다. 최근 발표된 국제 연구 결과는 숲을 잃은 대가가 단순히 기후변화 차원을 넘어, 인류 생존과 직결되는 문제임을 경고한다.

 

영국 리즈대학교 연구진이 국제학술지 ‘네이처 클라이밋 체인지’에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열대 산림 파괴로 인한 국지적 온도 상승은 이미 전 세계 3억 명 이상을 더 높은 기온에 노출시켰다. 이로 인해 매년 약 2만 8천 명이 열사병 등 고온 관련 질환으로 목숨을 잃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0년간 누적 사망자는 약 50만 명에 이른다. 연구진은 특히 “열대 지역에서 발생하는 열사병 사망의 3분의 1 이상이 산림 파괴와 직접 연관돼 있다”고 지적했다.

 

피해는 인구 밀집 지역에서 더욱 두드러졌다. 인도네시아에서는 4,800만 명, 콩고민주공화국에서 4,200만 명, 브라질에서 2,100만 명이 산림 손실로 인한 고온 환경에 이미 노출돼 있다. 연구를 이끈 도미닉 스프랙클렌 교수는 “숲은 마치 땀을 흘려 체온을 낮추는 인체와 같다”며 “나무가 수분을 대기 중으로 내보낼 때 주변 기후가 식지만, 산림이 사라지면 이 과정이 멈춰 기온이 급격히 오른다”고 설명했다.

 

이번 결과는 산림 파괴가 초래하는 환경적, 사회적 피해가 얼마나 빠르고 직접적인지를 보여준다. 연구진은 “숲이 사라진 직후 불과 며칠 안에 지역 기후가 달라지고, 주민들이 즉각적인 피해를 겪는다”고 밝혔다. 단순히 장기적인 기후변화 차원이 아니라 당장의 건강 위험으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세계자원연구소(WRI)와 구글 딥마인드가 올해 초 발표한 또 다른 보고서도 이러한 경고를 뒷받침한다. 2001년부터 2024년까지 전 세계에서 사라진 산림 가운데 약 34%, 면적으로는 1억 7,700만 헥타르가 자연적으로 복원되지 못할 ‘영구 손실’로 분류됐다. 그 주요 원인은 농업으로, 전체 영구 손실의 95%를 차지했다.

 

유럽연합(EU)도 책임에서 자유롭지 않다. EU는 팜유, 쇠고기, 목재, 커피 등 산림 파괴와 연계된 상품의 수입을 차단하기 위한 ‘산림 파괴 규제법’을 마련했지만, 시행이 잇따라 연기되고 있다. 당초 2024년 말부터 시행될 예정이던 규제는 대기업의 경우 올해 말로, 중소기업은 2026년으로 미뤄졌다. 그 사이 산림 파괴와 연계된 상품이 유럽 시장으로 계속 유입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실제로 영국 탐사보도국 조사에 따르면, 2021~2022년 사이 브라질 도축장에서 나온 쇠고기와 가죽 제품 50만 톤 이상을 단 5개 해운사가 유럽으로 운송한 사실이 확인됐다.

 

전문가들은 열대 숲을 단순히 탄소 흡수원으로만 보는 시각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강조한다. 숲은 대기질 개선, 질병 확산 억제 등 인간 건강을 지키는 보호막으로 기능한다. 산림 파괴로 인한 연기 오염은 지역 대기질을 악화시켜 호흡기 질환을 유발하고, 말라리아 발생 위험까지 높인다. 따라서 산림 보존은 단순히 기후위기 대응을 넘어, 인류의 생존 환경과 직결된 문제다.

 

연구를 이끈 스프랙클렌 교수는 “우리의 발견은 열대 산림 파괴를 줄이는 것이 얼마나 시급한 과제인지 분명히 보여준다”며 “지금 이 순간에도 숲이 사라지면서 더 많은 사람들이 치명적인 기후 조건에 내몰리고 있다”고 경고했다.

 

이번 연구는 산림을 잃는 일이 곧 생명을 잃는 일이라는 점을 여실히 드러낸다. 나무 한 그루가 베어질 때마다 기후는 뜨거워지고, 그 피해는 가장 취약한 사람들의 몸에 고스란히 드리워진다. 산림 보존은 이제 선택이 아닌 생존의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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