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비건뉴스=김민영 기자] 단백질이 운동선수만의 영양소라는 인식이 빠르게 바뀌고 있다. 특히 여성들이 남성을 넘어 단백질 소비를 주도하면서 보충제와 식음료 시장이 재편되고 있으며, 채식·비건 인구 증가와 맞물려 대체 단백질 수요도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유로모니터 인터내셔널은 최근 열린 ‘유로모니터 라이브: 퍼스트 룩’ 콘퍼런스에서 단백질 섭취를 늘리려는 소비자 가운데 여성 비율이 51%에 달했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단백질이 근육 형성뿐 아니라 면역력 강화와 건강 전반에 기여한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소비 행태가 크게 바뀌고 있다고 설명했다.
유로모니터 인터내셔널의 매튜 오스터 헬스·뷰티·위생 인사이트 책임자는 “소비자들이 단백질의 역할을 전반적인 웰빙과 예방 차원에서 인식하기 시작했다”며 “보충제 산업은 특정 계층을 넘어 다양한 소비자군으로부터 수요가 확대되는 추세”라고 밝혔다. 이는 단백질이 ‘운동 영양’의 틀을 넘어 모든 세대와 계층이 주목하는 영양소로 자리 잡고 있음을 보여준다.
국가별로는 차이가 뚜렷하다. 인도에서는 채식·비건 인구 비중이 높아 단백질 결핍 문제가 심각한데, 이를 보완하기 위한 보충제 시장이 전년 대비 14% 성장했다. 이는 곧 비건 인구가 안정적인 단백질 공급을 확보하기 위해 대체 단백질과 보충제에 의존하는 현상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미국은 달걀 등 동물성 단백질 식품 가격이 인플레이션으로 급등하면서 보충제 수요가 늘었고, 한국은 헬스장 문화와 건강소비 확산에 힘입어 스포츠 영양 분야 수요가 견조해 단백질 음료 시장이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제품 혁신의 방향성도 바뀌고 있다. 기존의 단백질 강화 스낵바와 식물성 대체식품을 넘어, 최근에는 물·주스·차·커피 등 다양한 음료군에서 단백질 함유를 내세운 제품이 잇따라 출시되고 있다. 네슬레의 고단백 ‘마일로 프로’, 큐리그 닥터 페퍼가 선보인 단백질 탄산음료 ‘돈트 퀏’은 올해 시장에 나온 대표 사례다.
특히 환경과 윤리적 소비를 고려하는 소비자가 늘면서 식물성 원료를 활용한 단백질 제품이 주목받고 있다. 기업들은 동물성 원료를 대체할 수 있는 지속가능한 단백질 솔루션을 강조하며, 비건 소비자뿐 아니라 건강을 중시하는 일반 소비자까지 끌어들이고 있다. 당뇨병 치료제이자 최근 체중 관리 용도로 주목받는 ‘GLP-1 주사제’ 복용자들의 영양 보완이나 여성의 월경 건강 개선을 돕는 단백질 제품 등 맞춤형 제품도 확대되는 추세다.
유로모니터 인터내셔널의 닉 스틴 글로벌 인사이트 매니저는 “단백질 제품 산업은 소비자 건강 우려와 변화하는 수요에 맞춰 혁신 기회를 계속 만들어갈 것”이라고 전했다.
단백질은 이제 운동을 위한 보조재가 아니라 일상에서 챙겨야 할 핵심 영양소로 자리 잡고 있다. 여성 소비자들이 이끄는 변화는 보충제 시장을 넘어 비건·대체 단백질 산업의 성장과 맞물려 식음료 전반의 판도를 흔들고 있으며, 기업들의 혁신 경쟁은 앞으로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