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비건뉴스=이용학 기자] 농장동물 복지에 대한 국민의 관심이 크게 높아지고 있으나, 실제 동물복지 인증 농장의 수는 감소하거나 정체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제도적 목표와 현장의 현실 사이의 괴리가 여전히 크다는 지적이다.
동물복지문제연구소 어웨어가 지난 2024년 12월 전국 17개 시도 성인 2003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2024 농장동물 복지 인식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96.2%가 “농장동물복지 개선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또한 ‘동물복지축산농장 인증제’를 인지하고 있다는 응답은 86.6%로 나타났고, ‘동물복지 축산물 구매 경험이 있다’는 응답도 최근 6개월 기준 62.9%를 기록하며 전년 대비 상승했다. 이는 소비자 인식이 단기간에 크게 개선됐음을 보여준다.
하지만 현장 상황은 다르다. 국내 돼지 동물복지 인증 농장은 2013년 이후 다수 생겼으나, 실제로 정상 출하가 이뤄지는 곳은 개인농장 약 3곳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사육환경 개선과 물류비 증가 등으로 수익성이 낮아져 인증을 포기하거나 전환을 꺼리는 농가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동물복지 농장은 일반 농장보다 사육 두수를 줄이고, 사육시설을 개선해야 하지만 인증 제품이 높은 가격 프리미엄을 확보하지 못하면서 경제적 부담이 커지고 있다. 한 농장주는 “현재의 동물복지 인증제는 유럽 기준을 그대로 적용해 국내 현실과 맞지 않는다”며 “단계별 전환과 가격 경쟁력 확보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유통 구조의 문제도 여전하다. 동물복지 인증 농장을 도축·유통하는 전문 시설은 전국적으로 매우 제한적이어서, 물류비와 이동거리가 일반 농장보다 2~3배가량 증가한다는 지적이 이어진다. 이에 따라 인증 농가의 실질 운영 부담이 높아지는 악순환이 발생하고 있다.
정부는 이에 대응해 ‘제3차 동물복지종합계획’을 통해 제도 개선을 추진하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모든 개에 대한 동물등록 의무화와 유실·유기동물 보호 역량 강화 등을 주요 과제로 제시했다. 또한 ‘2024년 동물복지 국민의식조사’ 결과에서 동물학대 인식이 상승했고, 보호시설을 통한 반려동물 입양 비율이 전년 대비 3.3%p 증가한 12.2%로 나타났다.
한편, 시민단체는 정부 정책의 지속성과 현장 지원의 균형을 강조하고 있다. 한국동물보호연합 관계자는 “국민 인식은 크게 개선됐지만 인증 농가에 대한 실질적 지원이 부족하다”며 “제도 개선과 유통 인프라 확충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단체 측은 “농장동물 복지 인증이 단순 인증제가 아닌 산업 구조 전환의 출발점이 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해외에서는 정부와 민간이 협력해 농장동물 복지 기준을 단계적으로 상향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영국은 2025년까지 돼지 사육시설 내 스톨(stall) 사용을 전면 금지하기로 했으며, 네덜란드 또한 정부가 인증농장에 사료비 보조와 전용 유통망을 지원하고 있다.
결국 농장동물 복지 향상은 소비자 인식, 정책 지원, 산업 구조가 함께 맞물릴 때 가능하다. 제도의 지속성과 경제성 확보가 병행돼야 농가와 소비자 모두에게 실질적 변화를 가져올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