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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장식 축산, 20억 명 먹일 식량 삼켜…‘사료 낭비’가 식량 위기 부른다

[비건뉴스=최유리 기자] 인간이 먹을 수 있는 곡물을 동물 사료로 전환하는 공장식 축산이 전 세계 식량 낭비의 최대 원인으로 지목됐다. 최근 국제 동물복지단체 ‘컴패션 인 월드 파밍(Compassion in World Farming, CIWF)’이 발표한 보고서 「Food not Feed: How to stop the world’s biggest form of food waste」는 이 같은 구조가 ‘세계 식량 위기’의 근본 원인 중 하나라고 지적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매년 생산되는 식량의 3분의 1이 낭비되거나 손실되고 있다. 특히 인간이 먹을 수 있는 곡물을 가축에게 먹이는 비효율적 구조가 문제로, 동물에게 100칼로리의 곡물을 먹이면 단 3~25칼로리의 육류로만 환원된다는 분석이다. 만약 이 곡물을 사람에게 직접 소비시킬 경우 매년 20억 명을 추가로 먹일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이 같은 구조는 사료 소비량에서도 명확히 드러난다. 전 세계 축산업 사료 소비 현황을 살펴보면 닭과 돼지가 전체 복합사료의 69%를 소비하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이들 산업이 공장식 축산의 핵심을 이루고 있다. 보고서는 “세계에서 생산되는 곡물의 45%가 동물 사료로 쓰이고, 이 중 상당량이 인간이 직접 먹을 수 있는 등급”이라며 “사료용 곡물 생산만 줄여도 기아 문제 해결에 큰 전환점을 마련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공장식 축산으로 낭비되는 곡물은 가정 내 음식물 쓰레기보다 많다. 유엔환경계획(UNEP)에 따르면 전 세계 가정에서 버려지는 음식은 연간 6억3100만 톤이지만, CIWF 분석 결과 공장식 축산으로 낭비되는 곡물은 7억6600만 톤에 달한다. 보고서는 “이 추세가 지속되면 2040년까지 공장식 축산에 필요한 곡물이 현재보다 89% 늘어날 것”이라고 경고했다.

 

 

피터 스티븐슨 CIWF 수석정책자문은 “수억 명이 굶주리는 상황에서 수억 톤의 곡물이 가축 사료로 낭비되고 있다”며 “이는 단순한 비효율이 아니라 인도적·환경적 비극”이라고 밝혔다.

 

보고서는 공장식 축산이 단순한 식량 낭비를 넘어, 기후변화와 생태계 파괴의 주요 원인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사료용 곡물 재배를 위한 대규모 경작지 확장은 산림 훼손과 탄소 배출을 초래하고, 열대우림을 포함한 생태계 파괴를 가속화한다는 것이다.

 

또한 CIWF는 “사료 생산과 관련된 탄소 배출은 닭고기 생산의 67~91%, 돼지고기 생산의 41~68%를 차지한다”며 “현재의 육류 중심 식단이 지속된다면 지구 평균기온 상승 억제 목표 달성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덧붙였다.

 

CIWF는 각국 정부에 인간 식량 생산을 우선하는 정책 전환을 촉구했다. 보고서는 “사료용 곡물과 대두 생산 확대를 제한하고, 공공보조금이 공장식 축산에 투입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또 복합 사료에 세금을 부과해 환경·복지 기준을 준수하는 농가에 환원할 것을 권고했다.

 

스티븐슨 자문은 “정부가 더 이상 낭비적이고 비윤리적인 곡물 기반 축산을 세금으로 지원해서는 안 된다”며 “식량 생산의 우선순위를 인간에게 돌리고, 식물성 식단과 지속가능한 농업으로의 전환을 적극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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