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건뉴스=최유리 기자] 세계 각국에서 식물성 식단(plant-based diet)이 건강 증진과 환경 보호의 핵심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헝가리 데브레첸대학교 연구진은 최근 발표한 ‘식물성 식단 전환의 이점과 장벽에 대한 종합적 검토’ 논문을 통해, 채식 전환의 건강적·사회적 이점과 동시에 여전히 존재하는 심리적·문화적 저항 요인을 면밀히 분석했다.
이번 연구는 ‘계획된 행동이론(Theory of Planned Behavior)’을 토대로, 사람들이 채식으로 전환할 때 인식하는 이익과 실제 행동을 가로막는 장벽을 구분해 체계적으로 검토했다. 연구진은 1974년부터 2019년까지 발표된 국제 및 헝가리 학술자료 101편을 분석한 결과, 식물성 식단은 질병 예방, 삶의 질 향상, 환경 보전에 두드러진 효과를 보였다고 밝혔다.
식물성 식단의 가장 큰 장점은 건강 증진이다. 포화지방 섭취가 줄고 체지방이 감소하며, 심혈관질환·당뇨병·암 등 만성질환 위험을 낮춘다. 연구에 따르면 비건이나 채식인은 비채식인보다 평균 체중이 낮고, 혈압과 콜레스테롤 수치가 더 안정적이었다. 또한 과일, 채소, 통곡물, 콩류 등을 중심으로 한 식단은 식이섬유와 항산화 비타민을 풍부하게 제공해 전반적인 면역력 향상에도 기여한다.
건강상의 이점뿐 아니라 심리적 만족감도 주요한 긍정 요인으로 꼽혔다. 채식을 지속하는 사람들은 웰빙 감각과 삶의 만족도가 높았으며, 사회적 기능 회복에도 도움이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제적 관점에서도 장기적으로 의료비 부담을 줄이고 삶의 질을 개선하는 효과가 보고됐다.
윤리적·환경적 측면에서도 식물성 식단은 강점을 가진다. 육류 소비를 줄이면 온실가스 배출이 감소하고, 사육 과정에서 발생하는 환경오염을 완화할 수 있다. 연구는 특히 ‘동물복지 의식의 확산’이 채식 전환의 중요한 동기 중 하나라고 분석했다.
반면, 식물성 식단 전환에는 여러 장벽이 존재했다. 가장 큰 요인은 ‘고기를 먹는 즐거움’이었다. 연구 참여자들은 맛과 식감에 대한 만족감 때문에 육류를 포기하기 어렵다고 답했다. 그 다음으로는 단백질, 비타민 B12·D, 철분 등의 영양 결핍 우려가 꼽혔다. 또한 조리의 번거로움, 외식 시 선택의 한계, 가족의 반대, 높은 식재료 비용 등도 주요 장애 요인으로 지적됐다. 일부 응답자는 채식인이 사회적 편견이나 소외를 경험한다고 호소하기도 했다.
연구진은 “식물성 식단의 객관적 효용은 수많은 임상 연구에서 입증됐지만, 소비자들은 여전히 상반된 정보와 사회적 인식 속에서 혼란을 겪고 있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정부와 산업계, 보건당국은 정확한 영양 정보 제공과 함께 접근성을 높이는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번 연구는 채식이 단순한 ‘유행’이 아니라, 만성질환 예방과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실질적 전략임을 강조한다. 육류 중심 식문화의 전환이 쉽지 않더라도, 건강과 지구의 지속가능성을 위해 식물성 식단은 더 이상 선택이 아닌 ‘필요’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