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비건뉴스=최유리 기자] 다양한 동물실험의 희생양이 되는 쥐가 사회적 행동을 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최근 쥐가 의식을 잃은 동료를 돕기 위해 특별한 행동을 보인다는 흥미로운 연구가 발표된 것이다.
서던캘리포니아 대학교(University of Southern California)의 신경과학자들은 실험을 통해 쥐들이 의식이 없는 동료를 돕기 위한 일련의 행동을 보인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연구팀은 마취로 인해 의식을 잃은 쥐를 다른 쥐들이 있는 우리에 넣었고, 그 결과 의식이 없는 쥐를 다시 깨우기 위한 행동을 시작했다. 다른 쥐들은 의식이 없는 쥐의 냄새를 맡고 털을 다듬는 등 다양한 행동을 시도했다. 이 과정에서 반응이 없을 경우, 쥐들은 머리를 핥고 혀를 잡아당기기 시작했다.
이러한 행동에 대해 연구진은 뚜렷하고 일관된 응급 처치 행동이라고 설명했으며 의식이 없는 쥐가 깨어나면 즉시 중단됐다. 특히 혀를 잡아당기는 행동은 기도를 열어주는 효과가 있어 의식이 없는 쥐의 회복에 기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쥐들이 잠시 동안 죽어 있던 쥐에게도 이러한 응급 행동을 보였으나, 단순히 잠들어 있는 쥐에게는 이러한 행동을 하지 않았다는 점에 주목했다. 이는 쥐들이 서로 다른 의식 상태를 구별할 수 있음을 시사하는 중요한 발견이다. 또한, 쥐들은 모르는 쥐보다 아는 쥐를 돕기 위해 더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는 점에서 사회적 본능이 작용하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리 장(Li Zhang) 서던캘리포니아 대학 연구원은 “쥐의 행동은 파트너가 오랫동안 움직이지 않고 반응하지 않을 때 나타났으며 파트너가 활동을 회복하자 중단됐다. 이러한 행동은 많은 종에서 유대감에 영향을 미치는 호르몬인 옥시토신의 존재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라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는 쥐가 사회적 동물로서의 본능을 갖고 있으며, 반응하지 않는 그룹 구성원을 돕고자 하는 경향이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연구자들은 이러한 발견이 동물이 풍부한 내면 세계를 가진 존재임을 시사하는 많은 증거에 추가된다고 강조했다.
다만 쥐가 전 세계에서 진행되고 있는 다양한 연구에서 종종 실험 대상이 되는 만큼, 이러한 행동을 관찰하기 위한 연구가 계속돼야 할 것이다. 실제로 쥐는 실험에 사용되는 동물의 약 95%를 차지하며, 특히 생의학 연구에서 가장 흔하게 사용되는 동물이다. 쥐는 작은 크기와 빠른 번식력, 다루기 쉬운 특성 덕분에 연구자들에게 선호되는 대상이다.
그러나 동물 실험에 대한 윤리적 논란도 여전히 존재하며, 많은 동물 단체들은 과학계에 동물 실험을 줄이고 대안을 모색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이번 연구는 쥐의 복잡한 사회적 행동을 조명함으로써, 이러한 논의에 새로운 시각을 제공할 것으로 기대된다.